지상파의 놀라운 유지력...소멸은 아직

지난 1970년 대, TV안테나는 전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2020년에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놀랍지만 말입니다. 조사 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6억 명의 시청자(4억5000만 가구)가 안테나를 통해 TV를 보고 있습니다. 즉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4억 5000만 가구가 넘는다는 이야깁니다.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을 해보면, 전 세계적으로 TV직접 수신 가구는 20억 명까지 갈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인구가 77억 명 정도 된다고 보면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유료 방송을 중단하고 스트리밍 방송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일반화된 가운데 TV안테나는 글로벌 TV시장을 어느 정도 버티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트의 비실시간 시청 트렌드는 이미 일반적입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광고 기반 VOD(AOD)의 매출액은 320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직접 수신을 통한 실시간 TV 시장이 어느 정도 버텨내고 있는 상황은 TV광고 시장의 호황(?)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등 디지털 대기업의 광고 싹쓸이 현상 속에 TV 광고 시장이 이정도로 버티는 것을 보면 호황이라고 할 만합니다. 딜로이트(Deloite)는 글로벌TV광고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 40억 달러 이상 증가(2019년 1810억 달러)해 2021년에는 1850억 달러에 달 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TV광고 시장에서 직접 수신의 중요함은 여러 국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서 지상파 TV방송은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가장 효율적인 매체입니다.

사실, 안테나를 통한 글로벌 TV직접 수신 실태를 분석한 조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내년 2020년 TV직접 수신 인구를 16억 명으로 예측한 것은 시청 형태를 조사할 수 있는 전 세계 인구(66억 명의 83개국)를 기반으로 추산한 것이다. 만약 데이터가 부족한 국가를 인접 국가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TV직접 수신 인구는 최대 20억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국가 별로 보면 인도네시아, 인도, 나이지리아 등에선 TV직접 수신 인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20억 명이란 수치는 전 세계 유료 방송 가입 인구(케이블, IPTV 등)보다 50%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 직접 수신TV의 긍정적 활용?

TV직접 수신율이 어느 정도 버텨주는 상황은 TV산업의 전체적인 침체(유료방송으로의 쏠림) 관점에선 호재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이후 현재 방송 상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내년 유료 방송 가입자는 500만 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료 방송 이용료 인상률도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TV시청률도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습니다. 내년의 경우 종합적으로 5%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내년의 경우 올림픽 때문에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전체적인 하락 추세는 바뀌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외 일부 국가에서 TV시청률이 오르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는 아닙니다. 때문에 글로벌 TV시장 매출도 오는 2023년에는 지금보다 11%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광고 측면에는 조금 다릅니다. 광고주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TV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간 평균 광고 선판매(매년 5월 개최되는 전년도 광고의 약 절반)가 1년 전에 비해 2.4% 증가했습니다. 내년에도 1.8%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청률이 하락하는데도 광고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인데 좀 이상합니다. 그 비결은 직접 수신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TV직접 수신(안테나를 통한) 시청률은 성장하거나 아니면 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광고를 회피하지 않고 모든 광고를 시청하는 TV방송국으로선 충성스런 고객입니다. 특히, 전파 수신율이 좋은 미국은 TV직접 수신(Antenna TV) 측면에선 매우 큰 시장입니다. 4000만 명(1600만 가구)가 지상파 방송을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4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중 1000만 명은 다른 유료 방송 없이, 직접 수신으로만 TV를 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3000만 명(1200만 가구)이 안테나를 통해 TV를 보고 있습니다. 이는 2012년 이후 2.3%가 상승한 수치입니다. 직접 수신만을 하는 시청자는 1100만 명입니다.

미국 유료방송 이용료 인상 추이

○ 타깃 광고 가능한 TV광고상 추이

TV직접 수신의 증가와 함께 TV광고가 성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만약 가정에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TV가 있다면(2018년 미국 주택의 절반 이상, 2019년 영국 주택의 약 40%), 광고주들은 특정 가정에 (개별 시청자는 아니지만) 프리미엄 요금(전통 광고의 3배)으로 특정 광고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영국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최적화된 광고(addressable)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채널4가 사용 중인 스카이 Adsmart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은 같은 프로그램에도 개인이 관심을 가지는 다른 종류의 광고가 전송되게 합니다. 이런 개인 최적화 광고(Addressable ads)는 내년엔 시장 규모가 34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3분의 1이 증가한 수치이며 2016년에 비해선 4.5배 더 큰 규모입니다.

비록 개인 최적화 광고는 미국 TV광고 시장에서 아직은 수치가 미미합니다. 그러나 과거 디지털 매체만 가능했던 개인 시청률 측정과 같은 기능을 광고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또 광고 단가(CPM)를 올리는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사실 모든 유형의 광고가 디지털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TV에 적합한 광고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 디지털 광고 시장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광고 구매자들은 디지털과 TV광고 간 비율을 적절히 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UB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21년까지 글로벌 광고 시장의 80%가 TV와 디지털을 혼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영국과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TV광고는 어떤 형태의 광고보다 소위 투입대비효과(ROI)가 좋습니다. 게다가 TV광고와 브랜드와의 감성적 연결 지점도 많습니다. TV광고가 바로 소멸되지 않는 이유로 충분합니다. 사실 TV 산업은 현재 성장하고 있진 않지만, 붕괴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광고주와 방송사 모두 이런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TV 광고는 다른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와 같은 경로를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 방송 시장과는 다르게 많은 국가에서 아직 방송 광고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인도, 브라질, 영국, 일본 등이 그렇습니다. 흥미롭게도 광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 국가는 직접 수신율이 높은 나라들입니다.

반면, 그리고 일부 시장(호주,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등)에서는 TV광고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 하락폭은 심하지 않습니다. 신문과 같은 다른 종류의 전통적인 미디어에 비하면 광고 수입 감소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특히 TV 직접 수신이 늘어나면서 방송사와 유료 방송과의 파워 싸움 양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광고주들은 시청자가 안테나를 통해 TV를 시청하는지, 케이블과 같은 유료 방송 플랫폼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TV의 영향력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집니다. 때문에 직접 수신을 통해 TV영향력이 유지되면 될수록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방송국은 비교우위에 서게 됩니다.

아울러 재전송료 측면에서도 TV직접 수신은 매우 중요 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송사에 콘텐트 재전송을 대가로 재전송 동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재전송 동의 수수료는 2019년 117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이는 2018년 보다 11% 증가한 것입니다. 따라서 재송신 수수료가 중요한 국가에서는 시청자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보다 직접 수신으로 전환하는 것이 방송국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TV직접 수신의 인기는 광고 산업뿐만 아니라, 통신사 규제 기관, 정부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조사 결과가 현실적이라면 ‘TV용 주파수’를 다른 용도로 재배치하려고 하는 정부 등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이미 스위스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직접 수신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는 가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다른 용도(통신)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스위스는 전체 인구의 1.6% 정도만(약 6만 4000명)이 지상파TV를 직접 수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TV방송국에서 사용되는 주파수(470MHz에서 890MHz 사이)는 직진성이 좋고 도달 거리도 100km가 넘어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적합합니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주파수의 가용폭도 넓어지고 있어 만약 TV주파수를 중단할 경우 정부 입장에선 많은 수준의 주파수 경매 대금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송이 중단된다면 운영자와 정부의 잠재적 이득도 그만큼 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일은 있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딜로이트는 “현재TV 시청자의 절반이 안테나를 사용하여 최소한 일부 TV를 시청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그들이 방송하는 데 사용하는 주파수를 정부나 운영자들에게 곧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TV의 소멸은 아직 입니다. 진짜 위기는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유료 방송입니다. 스트리밍 시대가 일반화된 지금, 시청자들은 TV를 통한 직접 수신과 스트리밍을 통한 선택적 수신(콘텐트 단위의 소비)을 하고 있습니다. 유료 방송이 설 자리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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