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와 워너의 싸움’ 배경은 케이블TV

HBO MAX의 모회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가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미국 법원에 고소했다. 2019년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SouthPark)’의 스트리밍 권한을 5억 달러에 구입한 계약 일부를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위반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첫 방송된 사우스파크는 트레이 파커(Trey Parker)와 맷 스톤(Matt Stone)이 만든 시트콤 애니메이션이다. 파라마운트의 케이블TV채널 코미디 센트럴(Comedy Central)에서 25년간 방송되면서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시리즈에는 미국 콜로라도에 살고 있는 4명의 남자 아이들이 주인공(Stan Marsh, Kyle Broflovski, Eric Cartman, Kenny McCormick)으로 등장한다.  어두운 배경과 냉소적인 현실 풍자는 사우스 파크의 트레이드 마크다.

[워너, 파라마운트가 사우스 파크를 빼돌렸다]

파라마운트+의 영화 ‘사우스파크: 포스트 코비드’

소장은 2023년 2월 24일 뉴욕 대법원이 제출됐다. 뉴욕주 대법원에서 제기된 이 소송에서 워너는 파라마운트가 ‘사우스파크 스페셜 프로그램’과 다른 콘텐츠를 자체 스트리밍 파라마운트+(Paramount+)에 송출하면서 계약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워너는 “파라마운트가 파라마운트+ 띄우기 위해 워너와 HBO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히, 파라마운트가 사실 관계와 팩트를 명백히 왜곡하는 등 계약 위반에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워너는 “피고인들의 위법 행위로 인해 발생한 수억 달러의 손해를 회복하고 권리를 입증하기 위해 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발단은 201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트리밍  HBO MAX를 준비하던 워너는 시장 초기 보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집객 효과’가 높은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물색하던 끝에 ‘사우스파크’의 스트리밍 권한을 거액에 사들였다. 높은 수위의 욕설과 현실 풍자가 담긴 사우스 파크는 마니아 층을 공략하려는 HBO MAX의 고객 층과도 맞았다.

2019년 10월  HBO MAX와 워너미디어는 ‘사우스파크’ 에피소드 방영권리를 무려 5억 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을 주고 파라마운트로부터 구매했다.  이 계약은 당시에 큰 화제가 됐다. HBO MAX는 이듬해인 2020년 5월 런칭했다.  트레이 파커(Trey Parker)와 맷 스톤(Matt Stone)이 탄생시킨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2023년 2월 현재까지 총 26개 시즌과 300개의 에피소드가 시장에 공개됐다.

[ 5억 달러의 케이블TV콘텐츠 가치]

소송의 핵심은 콘텐츠의 가치다. ‘스트리밍 시대를 위한 케이블TV콘텐츠 전쟁’으로도 볼 수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스트리밍을 띄우기 위해 인기 케이블TV 작품이 필요했고 이를 장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케이블TV콘텐츠 힘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 유명 케이블TV콘텐츠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구독자를 몰고 올 수 있다.

스트리밍 시청과 TV시리즈의 영향(버라이어티)

2021년 조사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결정할 때 ‘사우스파크’의 유무는 일정 수준 이상 영향을 줬다. NBC유니버설의 ‘오피스’가 1위지만 사우스파크도 6% 가량의 응답자가 스트리밍 서비스 결정에 이 콘텐츠의 유무가 중요했다고 답했다. 100명 중 6명은 사우스파크 때문에 콘텐츠를 봤다는 이야기다.

‘사우스 파크’ 스트리밍 권한을 구매할 때, 워너는 10편의 에피소드를 가진 3개의 새로운 시즌을 예상하고 있었다. 즉 총 30개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스트리밍을 위해 준비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들이 받아든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했다. 첫 번째 시즌은 2편, 두 번째 시즌은 6편만 만들어졌다. 3번째 시즌 역시 6개 에피소드만이 제공되는 등 HBO MAX는 5억 달러 계약 이후 14개 에피소드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스트리밍을 위한 신규 콘텐츠가 절실했던 HBO MAX]

기존 300개의 에피소드가 있지만 HBO MAX는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신규 콘텐츠가 절실했다.

게다가 월 이용료가 15달러(2만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구독자들에게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했다. 소장에서도 워너는 과거 에피소드보다 새로운 콘텐츠가 더 가치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만약 새로운 콘텐츠가 없다면 5억 달러는 터무니 없이 과하다는 평이다.

워너의 불만은 MTV(파라마운트 케이블TV채널)가 2021년 ‘사우스파크’ 창자자들과 9억 달러 규모 독점 콘텐츠 계약을 맺으면서 폭발했다. 이들 독점 콘텐츠는 파라마운트+에 편성될 예정이다.  보도자료에서 MTV는 사우스 파크 콘텐츠가 ‘파라마운트+를 보다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명확히 언급했다. 특히,  창작자 중 한 명인 스톤(Stone)이 거래와 관련해 ‘우리가 당신들(워너)을 엿먹었다(We have fuck you money now)’고 말한 것도 워너의 신경을 건드렸다.(이 역시 소장에 적시되어 있다.)

HBO MAX는 2019년 계약에 포함되어야 할 ‘사우스파크’ 콘텐츠가 파라마운트+로 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라마운트가 2019년 워너와의 계약 의무를 피하기 위해 사우스 파크의 새로운 콘텐츠를 TV 에피소드가 아닌 영화(movies)나 특별 이벤트(Event)로 둔갑시켰다고 설명했다. TV콘텐츠일 경우 워너에 우선 공급 권한이 있는 만큼, HBO MAX에 포함되어야 할 사우스파크가 파라마운트+의 구독자를 확보하는데 투입됐다는 이야기다.

실제, 파라마운트+는 2021년 MTV와의 거래로 14편의 ‘사우스 파크’ 스트리밍 영화를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사우스 파크: 포스트 코로나 등 영화 중 네 편은 이미 파라마운트+에서 상영됐다.

한편, 파라마운트는 워너가 주장한 혐의를 부인하며 워너 브라더스를 맞고소했다. 오히려 계약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라이선스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 발견됐다는 이유다.

파라마운트 글로벌 대변인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며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입증하기를 기대한다"며 “오히려 디스커버리는 이미 공급된 에피소드와 HBO MAX가 계속 스트리밍 하는 에피소드에 대해 파라마운트에 라이선스 요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너와 파라마운트의 갈등은 스트리밍 시대 앞으로 더 빈번히 발생할 분쟁이다.

콘텐츠 공급자(스튜디오)이자 콘텐츠 수요자(스트리밍)인 미디어 그룹들에게는 꼭 풀어야 하는 난제다.
자사 스트리밍을 키우기 위해 콘텐츠를 가둬놓을 것인가 수익 확대를 위해 콘텐츠 라이선스를 적극 공급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스튜디오는 '가장 빠른 속도'로 스트리밍 시장 침체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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