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변화는 번들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료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개별 서비스의 가치는 더 떨어지고 있다.
이에 스트리밍 사업자들에게 번들링(Bundling)은 떠나는 구독자를 잡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다.
번들(Bundle)은 두개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혹은 구독 상품)를 묶어 구독하는 것을 말한다. 결합했을 때 할인을 필수다.
하나를 구독하면 다른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번들이 확산되자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버라아이터는 구독 서비스들의 번들 종류를 4개로 분류했다.
비디오 온리 번들(Video-only bundles), 집합 서비스(aggregators), 통신사 번들(telco bundles), 크로스 플랫폼 번들(cross-platform bundles) 등이 그것이다.
[비디오 온리(Video Only)]
가장 흔한 구독 상품 번들 방식이다. 디즈니+, 훌루(Hulu) 등 처럼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들끼리 묶는 형태다. 보통 하나의 메인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다른 서비스를 묶는다.
비디오 스트리밍 번들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한 회사 내(intracompany) 번들과 다른 회사(intercompany) 간 번들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는 방식도 두 가지다.
하드 번들(hard bundle)과 소프트 번들(soft bundle)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비디오 온리 번들은 4가지가 된다. 회사 내 번들의 하드와 소프트, 다른 회사간 번들의 하드와 소프트다.
하드 번들은 두 서비스를 하나의 앱이나 UI 안에 묶는 방식이다. HBO MAX와 디스커버리+가 합쳐져 MAX가 탄생한 것은 하드 번들의 전형이다. 소프트 번들은 앱들을 통합하지 않고 복수로 구독할 경우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디즈니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디즈니+,훌루, ESPN+ 등을 묶어 구독하면 훨씬 저렴하다.
미국 내에서는 훌루(Hulu)가 쇼타임이나 시네맥스와 같은 중소 스트리밍과 번들을 판매하고 있다. 앱 운영 비용과 스트리밍 콘텐츠 투자 등을 감안할 때 번들의 시너지는 하드 번들이 더 크다. 때문에 소프트 번들은 하드 번들이 전 단계라는 시각도 있다.
기업 간 번들은 훌루가 주도하고 있다.
훌루(Hulu)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들은 알 라 까르테(à la carte, 소비자들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 방식으로 다른 스트리밍을 구독할 수 있다. 쇼타임(Showtime), 시네맥스(Cinemax), 스타즈(Starz) , 등의 중소 스트리밍들은 훌루앱을 통해 훌루 계정으로 추가 구독할 수 있다.
훌루는 애드온 맥스 구독(add-on Max subscription)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훌루를 통해 HBO 콘텐츠를 볼 수 있고 맥스 앱에서도 훌루를 시청할 수 있다.
훌루는 여러 스튜디오의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스트리밍일 수 있다. 과거 스튜디오(폭스 디즈니, NBC)들이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 스트리밍으로 훌루를 구상했기 때문이다.
내년(2024년) 디즈니가 훌루의 전체 지분(지금은 컴캐스트가 33%보유)을 인수하게 되어 있어, 이런 결합 번들 서비스가 미래에도 가능할 지는 알 수 없다.
기업 간 스트리밍 번들은 한국에서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티빙과 웨이브를 중심으로 다른 중소 스트리밍들이 구독 상품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기업 간 번들(소프트나 하드)은 드물었다. 스트리밍 시장이 성장세였기 때문에 굳이 합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르다. 경우에 따라 합치고 묶는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스카이 쇼타임(Sky Showtime) 서비스다. 이 스트리밍은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가 유럽 서비스를 위해 만든 하드 번들이다. 이 앱에는 파라마운트+와 피콕 콘텐츠가 함께 제공된다.
디즈니와 라이언스게이트도 각각 디즈니+스타+(인도 등 아시아 시장) , 라이온스게이트+(이전의 스타즈플레이, Starz SVOD 서비스의 글로벌 버전)를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번들을 만든 것이다.
[스트리밍 집합 서비스(Aggregators)]
스트리밍 포털 혹은 OTT포털이라고도 불리는 집합 서비스도 흔한 번들 상품이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스트리밍 구독 상품을 판매하고 구독하는 형태다.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집합 플랫폼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구독자를 모으기 어려운 중소 스트리밍들이 이런 포털을 선호하고 있다. 기존 케이블 상품과 유사하기 때문에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움직임으로 볼 필요가 없다.
집합(aggregator)은 스마트 TV나 CTV 장치(스트리밍 박스 또는 스틱) 등을 통해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단일 통합 인터페이스나 통합 청구 시스템로 제공하는 플랫폼(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에서 로쿠가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플레이제트가 스트리밍 포털을 지향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아닌 자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붙이는 서비스도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채널(Prime Video Channels)이나 유튜브 프라임타임 채널(Primetime Channels)의 형태다. 여기서는 각각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파라마운트+, 스타즈(Starz), AMC+ 등 다른 스트리밍을 추가 구독(add-on subscriptions)할 수 있다.
빅테크들도 집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 역시, TV앱을 통해 (스트리밍을) 구입하고 볼 수 있는 채널스(channels)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금 청구도 애플을 통해 한번에 제공된다.
구글의 가상 유료 방송 플랫폼(VMVPD) 유튜브TV(Youtube TV)를 통해서도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플랫폼이나 빅테크들이 집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버라이즌(Verizon)도 집합 플랫폼 ‘+play’를 내놨다. 버라이즌 고객들은 이 스토어에서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하고 할인 구독할 수 있다. 다른 메이저 통신사들은 아직 결합 서비스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의 이미 한 두 개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결합되어 있는 만큰 이를 확장한 스트리밍 집합 플랫폼을 내놓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통신사(Telecommunications)]
통신회사(telecommunications company)는 무선 인터넷, 이동전화, 유료 방송을 주된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 중 하나와 스트리밍을 묶는 이른바 ‘텔코 번들(telco bundles)’로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일부는 무료로 제공되고 일부는 할인 서비스된다.
통신사 번들 상품 중 가장 흔한 것은 무선 인터넷과 유료 스트리밍 간 조합이다.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신 스트리밍을 무료로 보는 상품이 가장 많다. 한 달에서 1년 사이 기간을 한정해 유선 인터넷과 유료 방송 스트리밍 번들을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콕스(COX)는 독특한 모델을 제공한다.
콕스 인터넷 고객은 SVOD 앱이 이미 설치된 셋톱 박스 ‘Contour Stream Player를 통해 스트리밍을 선택해 볼 수 있다.(물론 각 스트리밍 서비스는 개별 구독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자유 번들 상품이 유행하고 있다.
버라이즌 역시, 소비자들의 원하는 스트리밍을 볼 수 있는 스토어 방식의 서비스(+Play)를 내놨다. 스트리밍과 통신 상품의 번들의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와 같은 ‘통신 상품+자유’ 번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 플랫폼(Cross-Platform)]
크로스 플랫폼 번들은 다양성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비디오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오디오 스트리밍 등 다른 미디어 플랫폼과 묶음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훌루와 스포티파이가 번들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50% 할인된 가격(4.99달러)의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플랜을 광고 기반 훌루 상품을 함께 묶어 구독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과 광고 기반 훌루 상품을 정상적으로 구독할 경우 에 18달러를 줘야 한다. 할인률을 감안할 때 번들의 도달율은 한정적이고 확장 가능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크로스 플랫폼 번들의 목적은 미래 고객인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향후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정상적인 고객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또 다른 크로스 번들은 주로 애플, 아마존, 월마트 등 빅테크와 대기업에 의해 제공된다. 멀티 서비스 번들(multiservice bundles)과 유통 번들(retail bundles)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두 개 모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은 게임, 음악, 프라임 비디오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사실 이들 모든 서비스는 아마존의 온라인 유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 범주 내에는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쿠팡 플레이도 들어간다.
아마존의 경쟁자인 월마트(Walmart)도 월마트+(Walmart+)라는 구독 모델을 2020년 런칭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 후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
또 주유 할인도 있다. 아울러 월마트는 파라마운트+와 제휴했다. 월마트+를 구독할 경우 파라마운트+ 스트리밍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애플도 크로스 플랫폼 번들인 애플 원(Apple one)을 판매하고 있다.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iCloud 등과 같은 애플 서비스를 묶어서 할인 제공하는 서비스다.
애플 원은 서비스가 제한적인 개인 요금제부터 패밀리(최대 6명) 요금제, 애플 뉴스+ 및 피트니스+까지 추가하는 확장 프리미어 요금제(expansive Premier plan)까지 다양하다.
애플 하드웨어와 접점이 부족하지만, 서비스 매출을 높이려는 애플의 노력이 엿보이는 상품들이다.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구입하면 애플 TV+를 1년 무료 구독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애플 처럼 이런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사업자는 흔치 않다. 크로스 플랫폼 번들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는 많지 않지만, 중요성은 분명하다. 특정 소비자와 사업자들에는 매우 필요한 서비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