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를 통해 전달되는 인간의 창의성”은 인정 받을 수 있는가

명령에 따라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AI(Generative AI)가 창의 산업을 뒤 흔들고 있다.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 생산의 주체가 되다 보니 기존 질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AI가 수정하는 것을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고 뉴스 미디어들도 AI를 훈련시키는 데 기사 콘텐츠로 자신도 모르게 쓰이는 것에 대한 단호한 반대를 표했다.

아울러 AI가 만든 작품의 저작권 부여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떻게 판별해 야하는 지가 화두다. 물론 저작권에 대한 판단은 창작의 수고를 인정한다는 의미지만, 결국 창의 산업의 수익과 직결된 문제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지방 법원은 중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콜럼비아 지방법원 판사 벨  A. 하웰(Beryl A. Howel)은 2023년 8월 18일(미국 시간) “AI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저작권을 보유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AI가 만들어 내고 있는 예술 작품에 법적 지위에 매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드저니(Mid Journey)와 런웨이(Runway)를 AI 기반 콘텐츠 제작 솔루션 등은 저작권 위반 위험에 빠졌다. 하지만, 인간 창작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은 여전히 회색 지대에 있다.

탈러가 만든 AI생성물 'Recent Entrance to Paradise'

호웰 판사는 저작권(copyright law)이 역사적으로 기술적인 진보에 따라 유연성을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법은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저작물을 보호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인간 작가성(Human authorship)은 저작권의 기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AI개발자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그의 알고리즘 ‘크리에이티브 머신(Creativity Machine)’을 만든 AI생성 이미지에 대해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자 소송을 낸 뒤 이뤄졌다. 탈러가 만든 작품의 이름은 ‘천국으로 가는 최신 입구(Recent Entrance to Paradise)’다.

탈러는 저작권청에 작품을 등록하면서 컴퓨터 생성 작품을  ‘크리에이티브 머신를 고용해 자신이 만든 작품이라고 주장했다.(the copyright of the computer-generated work  himself as a work-for-hire to the owner of the Creativity Machine) 자신이 작품의 생산 과정의 오너라는 이야기다. 저작권청은 당연히 이 작품이 인간 작가성이 부족하다며 등록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인간 저작권(human authorship)에 대한 비슷한 판결도 있었다. 원숭이 셀카를 누가 소유했는지를 결정할 때도 ‘인간의 저작권’에 대한 유사한 규칙이 사용됐다.

2017년 6살 원숭이가 찍은 셀카의 저작권이 카메라를 가진 사람인지 아니면 원숭이에 있는 지에 대한 여부다. 결국 이때도 원숭이에게 인간의 작가성,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탈러의 변호사 라이언 애보트(Ryan Abbott)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며 최근 생성형 아트가 붐을 일으킴에 따라 저작물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저작권청은 “우리는 법원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믿는다”고 공식 반응했다.

[AI 사용해 만든 인간 작품? 저작권 모호]

이 판결은 저작권을 둘러싼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도 남겼다. 하웰 판사도 판결문에서 “아티스트는 AI를 자신들의 창작 도구로 사용함에 따라 우리는 저작권의 새로운 경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저작권 이슈는 AI를 이용해 혹은 AI와 인간이 함께 만든 창작물과 관련한 저작권 인정 여부다.

어도비(Adobe)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에반젤리스트 크리스티나 카슈타노바(Kristina Kashtanova)는 그래픽 소설 ‘새벽의 자리아(Zarya of the Dawn)’를 내놓고 저작권 등록을 시도했다.

작품은 AI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통해 만들어졌다. 저작권청은 작품의 상당부분이 AI툴을 이용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이미지와 줄거리와 관련한 저작권만 부여했다.

이미지 자체는 저작권을 인정 받지 못했다.   당시 저작권청은  AI생성 자료를 포함한 작품 중 인간이 만든 부분에만 저작권이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도 명확하지 않다. AI의 작업 영역과 인간의 작업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토샵 등과 같은 단순 일러스트레이션 툴을 쓰는 것과의 형평성 문제도 존재한다. 결국 AI에 대한 작가의 통제력을 어디까지 보는지는 ‘향후 AI와 인간이 함께 만든 작품의 저작권을 판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다.

[AI는 툴(Tool)인가 보조 작가인가?]

예술 작품 생산 단계에서 주체와 객체가 뒤섞이는 이런 문제는 AI시대 산업도 갈라 놓고 있다. AI가 단순한 도구인지 창작을 도와주는(지배하는) 또다른 인격인지에 대한 판단은 저작권 인정 결정하는 결정적 기준이다.

물론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류도 있다. 영화 예고편이나 단편 작품을 만들 때 AI영상 제작툴 런웨이(Runway) 쓰는 감독들도 늘었다.

2022년 콜로라도 스테이트 미술 경진대회(Colorado State Fair’s annual art competition)에서 AI작품으로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M. 알렌(Jason M. Allen)은 AI창작 작품에 대한 쟁점에 불을 지켰다. 그는 우승작의 저작권을 등록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1심에서는 알렌이 패소했다. 알렌 고등법원에 항고했고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알렌 AI사용 여부와 관련 없이 예술가가 개입된 작품이라면 저작권이 부여 되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반해   AI를 거부하는 예술가들도 많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AI들 작품 제작에 쓰는 것에 대한 기준을 세워달라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AI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집허브(GitHub)와 스테빌리티(Stability) 등의 AI 솔루션 기업은 AI기술을 훈련시킬 때 기존 예술가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예술 작품을 수집한다는 논란에 휩쌓였다. 유명 코미디언 사라 실버맨(Sarah Silverman)은 2023년 7월 오픈AI의 AI의 훈련시 무분별한 훈련 콘텐츠 수집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클릭하시면 판결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AI이미지, 영상 제작툴 저작권 가이드라인 없어]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불안에 떨고 있는 창작자들도 많다. 화가나 디자이너 등이 AI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쓰는 솔루션들도 명확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AI 영상 제작 솔루션  런웨이는 사용 권한 정책(usage rights policy)에서 이 툴을 써서 사용자들이 만들거나 편집한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들이 완전한 상업적 저작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런웨이는 상세한 가이드라인(저작권 인정 기준 등)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AI이미지 생성툴 미드저니도 마찬가지다. 머드저니는 사용자가 사법적 관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더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변호사와 상담하라는 주의 문구를 제시하고 있는 수준이다.

AI제작 툴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를 내놓은 어도비도 마찬가지다.

IP 및 광고법 담당 선임  이사 J. 스콧 에반스(J. Scott Evans) 명의로 회사 블로그에서 생성 AI 소프트웨어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사용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예술 작품의 어떤 부분이 AI와 인간에 의해 생성되었는지를 미국 저작권청에 고지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렇듯, 콜럼비아 지방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AI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은 진행형이다.

생성AI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저작권청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3월 AI와 관련한 저작권법과 정책 이슈를 검토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다. 비슷한 시기 저작권청은  AI 생성 작품을 포함한 창작물 제출과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여전히 저작권에 대한 기계적인 판단을 따르고 있다. 또 저작권을 인정 받기 위한 ‘창작자’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 조항에서 저작권청은 “신청자들이 인간 저작권을 부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어떤 부분이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됐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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