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시트콤은 구독 로얄티를 높여주는 숨은 공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훌루(Hulu)와 맥스(Max)는 TV 콘텐츠 중 시트 콤이 공급 비율(TV Supply Share)이 7.6%, 4.2%에 불과하지만 구독 유지율 기여도(Retention Contribution)는 13.4%와 9.1%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훌루는 애니메이션 시트콤이 구독자들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시트콤은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간결한 에피소드, 일상적인 유머, 그리고 친근한 캐릭터로 무장한 시트콤은 수십 년 간 미국인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오면서 사랑을 받아왔다.
빅뱅이론(12시즌), 프렌즈(10시즌), 디 오피스(9시즌),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 9시즌) 등이 10년~20년 동안 시즌을 이어가며 오랫동안 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여전히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인기 콘텐츠이기도 하다.
한때 국내에서도 시트콤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었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유머스럽게 연출하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면서 다수의 유행어와 밈을 만들어 내면서 대중문화에 강력한 영향일 미쳤을 뿐 아니라, 배우, 개그맨 등 스타를 배출해 내는 기지 역할도 했다.
박민영, 이민기, 조인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현재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시트콤을 통해서 데뷔한 배우들이기도 하다.
MBC의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오분순삭’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무한도전’ 모음집과 함께 2900만 뷰를 넘긴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하이킥 시리즈는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167부작)'을 시작으로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126부작)', 2011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123부작)'까지 총 40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한국 시트콤의 황금기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시트콤이다.
유튜브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이 한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2005년~2018년/총 615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시트콤은 친숙하고 인기 있는 콘텐츠이자 장르다.
미국: 시트콤은 여전히 강력한 구독 유지 전략
미국에서 시트콤은 단순한 TV 프로그램 그 이상이다. 넷플릭스, 훌루, 맥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시트콤은 구독자 유지에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프렌즈(Friends)’, ‘디 오피스(The Office)’, ‘사인필드(Seinfeld)’ 같은 클래식 시트콤들은 여전히 넷플릭스, 훌루, 맥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콘텐츠 중 하나다.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디즈니 그룹의 훌루는 시트콤을 통해 13.4%의 구독 유지를 기록하고 있다. 맥스(Max) 역시 ‘프렌즈’와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같은 전통 시트콤을 통해 9.1%의 구독 유지율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방송사와 OTT 플랫폼은 시트콤의 IP(Intellectual Property)를 잘 활용하고 있다. 'How I Met Your Father'나 빅뱅이론의 스핀오프인 '영 쉘든(Young Sheldon)'처럼 기존 IP를 잘 활용하면서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며 팬덤을 확장해 나가면서 콘텐츠 수명을 늘리고 있다.
시트콤은 제작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고, 문화적으로 긴 생명력을 가져 스트리밍 시대에도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이고 공감이 쉬운 가족, 직장, 친구 이야기를 통해 문화 보편성과 친숙성을 무기로 반복적인 시청 소비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 시트콤의 침체와 원인
반면, 한국에서는 시트콤 명맥이 끊겨 있는 상태다. 논스톱 시리즈, 남자 셋 여자 셋, 하이킥 시리즈 등 한국 시트콤을 이끌었던 많은 콘텐츠가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에서 시트콤이 중단된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제작비 대비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시트콤은 평일 오후 시간을 책임져왔다. 주 5일 방송을 해왔다는 말이다. 때문에 제작비와 인력 투자는 많지만 탈TV화가 가속되면서 저조한 시청률과 그에 따른 광고 수익 감소 등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는 콘텐츠가 되어 이제는 제작에 쉽게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드라마는 제작비가 높아지긴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K-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높고, 넷플릭스나 디즈니+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속적인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트콤은 그 나라의 고유의 유머 코드와 문화적 배경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니즈가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작에 손을 댔다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중심의 코미디 콘텐츠 제작과 소비 형태도 시트콤 제작의 걸림돌이다. 시트콤의 주 시청층인 MZ 세대는 시트콤(30여분 내외) 보다 더 짧은 숏폼 콘텐츠를 선호한다. 기존 시트콤의 길고 느슨한 '오리지널 한국형 시트콤'구조 보다, 이를 더 압축한 '오분순삭' 같은 형태를 더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에 구독자 283만 명의 '피식대학'이나 개그맨들이 개설한 '빵송국' 같은 유튜브 채널들이 시트콤의 가볍고 경쾌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시트콤을 대체하고 있어, 한국 시트콤이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시트콤은 더 이상 제작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한국에서도 시트콤은 필요한 장르고 시청자를 사로잡는 콘텐츠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1. 재시청성을 통한 구독 유지: 미국의 사례처럼 시트콤은 짧고 반복적으로 보기 좋은 포맷이다. 따라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강력한 구독 유지 도구로써 가치가 있다.
2. MZ 공략 가능: 시트콤의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재는 젊은 MZ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은 드라마(long form)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3. 한국적 소재와 유머 활용: 시트콤 중흥기였던 2000년대에 비해 K-드라마, K-POP 등 한국 문화가 글로벌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특유의 문화와 유머 코드를 녹여낸 시트콤도 해외 시트콤과 차별화를 보이면서 매력적인 콘텐츠로 인정 받을 수 있다.
4. OTT 중심 제작 환경: 과거 시트콤이 방송사 중심으로 제작되고 송출되었다면, 이제는 OTT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형태가 바뀐 만큼 OTT 플랫폼 중심의 제작 환경을 고려하면 시트콤 부활 가능성은 더 커진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국가에서의 자막 서비스 등 글로벌
Netflix, 디즈니+ 등과는 한국과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시트콤 제작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고, 티빙과 쿠팡 플레이와는 드라마 대비 경제적인 콘텐츠 제작을 모색하면서 단기적인 흥행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구독자 유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시트콤 제작을 위해서는 경제성과 확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처럼 높은 제작비를 들여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흥행이 보장된 유명 배우나 연예인 위주의 제작은 경제성이 떨어지므로 예전처럼 드라마와 차별화된 콘셉트와 참신한 신인들을 등용하면서 제작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신인 배우와 함께 아이돌 가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시트콤은 아이돌의 강력한 팬덤을 통해 시트콤 초기에 화제성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확장 가능성도 높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그만큼 아이돌 가수들은 노래와 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과 연기에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 시트콤에서 아이돌 등용을 통해 제작사는 경제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아이돌은 배우로써 가능성을 타진하고 활동 영역을 높이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강력한 콘텐츠 가치를 지니는 시트콤.. 한국 시트콤의 부활 가능성 모색 필요
시트콤은 스트리밍과 숏폼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넷플릭스, 훌루, 맥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Friends, The Office, The Big Bang Theory 같은 클래식 시트콤은 구독자 유지율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짧은 에피소드와 반복적인 소비, 스핀오프와 IP 확장을 통해 콘텐츠의 생명력을 더욱 연장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시트콤이 제작비 대비 낮은 수익성과 유튜브 중심의 숏폼 콘텐츠 대체로 인해 침체기에 빠져있다. 하지만 OTT 중심의 소비와 제작, 유통 환경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시트콤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보기 좋은 시트콤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강력한 구독 유지 콘텐츠로, MZ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한국적 유머를 더한다면 국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이돌 가수와 신인 배우를 적절히 활용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제작 효율성을 높인다면, 한국형 시트콤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