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번들 전략’으로 정체 돌파구 모색
중동·북아프리카 최대 방송사 MBC그룹이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와 넷플릭스를 결합한 'MBC NOW'를 지난 7월 말 공식 출시했다. 이 번 번들은 샤히드(Shahid)와 넷플릭스, 그리고 MBC의 17개 채널 콘텐츠를 합쳐 제공되며, 개별 구독 대비 21% 이상 저렴하다.
중동·북아프리카 최대 방송사 MBC그룹이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와 넷플릭스를 결합한 'MBC NOW'를 지난 7월 말 공식 출시했다. 이 번 번들은 샤히드(Shahid)와 넷플릭스, 그리고 MBC의 17개 채널 콘텐츠를 합쳐 제공되며, 개별 구독 대비 21% 이상 저렴하다.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규 가입자 확보와 기존 구독자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에서는 이미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동·아프리카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 간 차별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OTT 기업들은 ‘번들(결합)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제 번들은 계열사 간 번들 서비스를 넘어 서로 다른 플랫폼이나 서비스의 강점을 묶어 단일 구독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해 구독자의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MENA 시장 첫 시도… 넷플릭스와 MBC 그룹의 결합
중동·북아프리카(MENA) 최대 방송사 MBC 그룹은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샤히드(Shahid)’와 넷플릭스를 결합한 신규 번들을 자사 콘텐츠 통합 플랫폼 ‘MBCNOW’에 도입했다. 이 번들은 샤히드와 넷플릭스의 전체 카탈로그, 그리고 MBC의 리니어 TV 채널 17개를 하나의 구독으로 묶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MENA 지역에서 직접 번들을 구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말 기준 샤히드는 440만 명, 넷플릭스는 3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결합 시 잠재 가입자 풀은 740만 명에 달한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번들 서비스는 가입 장벽을 낮추는 핵심 전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MBC 그룹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MBCNOW는 지역 내 규제 대응과 서비스 확장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와 OTT의 만남… 크런치롤–델타항공 제휴
지난 8월 11일, 애니메이션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크런치롤(Crunchyroll)과 델타항공은 항공기 내 좌석 스크린에 2,00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제공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 서비스 시작은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으나, 2025년 하반기 중 단계적으로 기내 좌석 스크린과 델타 싱크(Delta Sync) 플랫폼에 콘텐츠가 탑재될 전망이다. 델타항공과 크런치롤은 총 5만 편 이상의 에피소드와 약 2만 5,000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탑재해, 장거리 여행객에게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델타항공의 스카이마일스(SkyMiles) 회원은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델타 싱크(Delta Sync)’ 접속 시 크런치롤 라이브러리를 24시간 체험할 수 있는 혜택도 받는다. 이 체험 기회는 비행 중뿐만 아니라 착륙 후에도 이어져, 체험 구독에서 정식 유료 가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항공 여행이라는 특수 환경을 마케팅 채널로 활용해 신규 잠재 시청자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남아시아 5개국 공략… HBO MAX와 VIU의 연합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HBO MAX(맥스)와 아시아 지역 스트리밍 플랫폼 비유(Viu)는 올 연말까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에서 통합 구독 패키지를 출시한다. 이번 제휴는 헐리우드 대작과 아시아 인기 콘텐츠를 한 번에 제공하는 번들 구조다.

HBO 맥스는 ‘마인크래프트 영화’와 ‘시너스(Sinners)’ 같은 신작과 함께, ‘프렌즈(Friends)’,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더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 등 인기 시리즈를 제공한다. VIU는 ‘런닝맨’, ‘1박 2일’ 같은 한국 예능은 물론, 중국 드라마 ‘더 이모털 어센션(The Immortal Ascension)’, ‘러브 해즈 파이어웍스(Love Has Fireworks)’, 그리고 한국 오리지널 ‘마이 유스(My Youth)’, ‘택시 드라이버3(Taxi Driver 3)’를 포함한다.
WBD와 VIU는 이번 번들을 통해 기존 구독자의 해지율을 낮추고 신규 가입자 유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세 제휴의 공통점… 상호 보완과 현지화
mbc 그룹과 넷플릭스, 크런치롤과 델타항공, 그리고 HBO 맥스와 VIU, 이 세 사례는 단순히 콘텐츠를 확장하는 방식이라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장르·언어·이용 환경을 결합해 시장 세분화 전략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번들은 아랍어 오리지널과 글로벌 대작을 동시에 제공해 지역적 충성도와 세계적 트렌드 소비를 모두 만족키며, 항공사 번들은 장거리 여행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애니메이션 시청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OTT 경쟁 구도 밖에서 새로운 접점을 만든다. HBO와 VIU의 번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인기 콘텐츠를 결합해 한 번의 구독으로 다양한 시청 욕구를 충족하게 한다.
이러한 번들 패키지 상품에서 가격 경쟁력 역시 핵심 요소다. MBC–넷플릭스 번들은 21% 이상 절감 효과를 내세우고, HBO 맥스–VIU 번들은 단일 요금제로 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크런치롤–델타항공 제휴는 무료 체험이라는 간접적 가격 혜택으로 유료 전환을 노린다.
번들 전략의 효과와 한계
OTT 번들은 단기적으로는 구독자 증가와 가입자 유지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차별성이 약화되거나 가격 인하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파트너 간 이해관계 충돌, 수익 배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번들 전략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콘텐츠를 묶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기술 혁신, 사용자 경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번들의 매력은 ‘누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느냐’와 함께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MBC–넷플릭스, 크런치롤–델타항공, HBO 맥스–VIU의 사례는 각기 다른 시장과 환경에서 번들이 어떻게 설계되고 실행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시장별 맞춤형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격·콘텐츠·환경 세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구독자 확보 전략을 제시한다. 향후 글로벌 OTT 시장에서 번들은 단기 마케팅 전략을 넘어,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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