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AI 기술의 빛과 그림자

세계 최대 가전·기술 박람회 CES 2025에서는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 AI 통합, 사용자 경험 개선, 첨단 기술 도입 등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혁신이 공개되었다.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AI)이 미디어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더욱 직관적으로 만들고 콘텐츠 검색을 간소화하는 AI 도구를 선보였다. 특히, TV를 통해 보다 자연스럽고 빠르게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는 기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구글 인공지능(AI) 챗봇 '제미나이' (사진=구글)

삼성은 Vision AI를 발표하며 AI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Vision AI는 화면 속 배우를 식별하거나 실시간 번역을 제공하는 기능을 통해 스마트 홈 생태계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 TV 환경을 구현했다.

스트리밍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이 대거 공개되었다.

HP는 구글 TV가 내장된 스마트 게이밍 모니터 ‘Omen 32x’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추가적인 장치 없이도 콘텐츠 스트리밍이 가능하며, Twitch와 YouTube 같은 플랫폼으로의 동시 스트리밍 기능을 지원해 콘텐츠 제작과 공유를 한층 간소화했다.

소니는 자회사인 크런치롤과 아니플렉스를 통해 애니메이션 콘텐츠 확장을 발표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과 '나 혼자만 레벨업: 그림자에서 부활하다'를 비롯해 다양한 신작을 공개했다.

또한, '헬다이버스'와 '호라이즌 제로 던' 같은 인기 게임의 영화화를 발표하며 IP를 적극 활용하면서 미디어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특히, CES에서 HBO와 협력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시즌 2가 오는 4월 공개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SONY가 발표하는 'THE LAST OF US 2' (출처: CES@2025 Press Conference / SONY Official)

무엇보다 CES 2025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이 참가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LG는 이번 CES에서 77인치 투명 OLED TV를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TV는 꺼졌을 때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독특한 설계로,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열어 줄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투명하게 보이면서도 고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어 광고, 상업 공간, 가정용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은 Neo QLED TV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의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최대 115인치의 초대형 화면을 자랑하는 이번 제품은 향상된 AI 업스케일링 기능과 깊은 명암비로 몰입감 넘치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삼성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TV와 스마트홈 기기를 완벽하게 통합하는 '스마트 허브' 기능을 공개해,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시청 기기를 넘어선 스마트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예고했다.

(좌)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미디어아트(LG전자 뉴스룸) / (우) 삼성의 스마트 허브(삼성 뉴스룸)

미니 LED와 마이크로 LED 기술도 주목받았다.

TCL은 미니 LED 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강화하며, 더욱 얇아진 패널과 높은 밝기를 제공하는 제품군을 선보였고, 소니는 마이크로 LED 기술로 구현된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정교한 색감과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 기술은 특히 기업의 회의실이나 대형 공연장 등 다양한 상업용 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TV나 광고판에만 머물지 않고 자동차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BMW는 차량 내부에 탑재되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와 승객의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차량 상태 모니터링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차량 전면 유리에 정보를 투사하는 AR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주행 안전성을 향상 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번 CES 2025에서는 투명 OLED, 초대형 QLED, 미니 LED와 마이크로 LED 기술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래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BMW DISPLAY 전시 @ CES 2025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에 따라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이 딥페이크,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딥페이크, 혁신인가 위협인가? 양날의 검.

AI 기술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는 딥페이크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이미지와 음성을 변형하여 가짜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악용 가능성도 크다.

CES에서는 딥페이크가 엔터테인먼트, 교육, 광고 등에서 창의적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소개되었지만 반대로 이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면 명예 훼손, 사기, 정치적 혼란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었다. 컨퍼런스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딥페이크의 영향을 식별하고 완화하기 위해 강력한 AI 탐지 도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AI로 생성된 콘텐츠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논의 되었다.

AI로 생성된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AI가 생성하는 이미지, 음악, 텍스트 등 다양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큰 화두였다. CES에서는 AI가 생성한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이를 누가 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AI로 생성된 예술 작품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소송 사례 등 여러 사례 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급성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되기도 했다. 컨퍼런스에서는 AI가 창작한 콘텐츠에 대해 별도의 저작권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기존의 저작권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와 AI의 역할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활용하기 위해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심각한 우려로 떠올랐다. 이번 CES 2025에서는 특히 스마트 홈, 헬스케어, 금융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적 솔루션과 규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EU의 GDPR(일반정보보호규정)과 같은 글로벌 규제 동향은 AI 기반 데이터 수집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모델로 언급되었다. 업계 리더들은 개인 데이터 보호에 있어 그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차등 프라이버시 및 연합 학습과 같은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리적 논의, AI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CES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주제는 AI가 점차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면서, AI 시스템이 피해를 초래하는 결정을 내릴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하는 책임성 문제다. 컨퍼런스에서 연사들은 개발자, 사용자, 규제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책임 프레임워크를 주장하면서, AI 의사 결정 과정의 의무적 투명성과 고위험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책임 보험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CES 2025에서는 AI 기술이 미디어, 헬스케어,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과 정부,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와 윤리적 기준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Julie Sweet Highlights Accenture's AI Innovations at CES 2025 (출처 = CES.TECH)

CES 2025는 혁신 기술의 최전선에서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 발전이 가져올 법적·윤리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해결해야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미디어, 헬스케어,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그에 따른 딥페이크 악용, 저작권 분쟁,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문제들은 그 자체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해 말, 22대 국회에서 AI 기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AI기본법이 시행되면 인공지능 기술 개발, 제품, 서비스 등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 정책이 추가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져 후속 정책과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제 산업계와 정부, 그리고 글로벌 커뮤니티가 함께 협력하여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는 법적·윤리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CES 2025가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디어 기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인간이 이를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혁신은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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