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화협회(BFI)가 스크린 산업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활용에 대한 분석과 함께, 향후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기술 통합을 위한 9가지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BFI가 운영 중인 창의산업 R&D 네트워크 ‘CoSTAR Foresight Lab’의 일환으로, 앵거스 피니(Angus Finney), 브라이언 태런(Brian Tarran), 리시 쿠플랜드(Rishi Coupland) 등이 공동 집필하였다.
‘AI in the Screen Sector: Perspectives and Paths Forward(스크린 분야의 AI: 전망과 미래 방향)’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생성형 AI 기술이 영화, TV, 비디오 게임 등 스크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그 잠재적 위험, 그리고 제도적 대응 방향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BFI의 리서치&이노베이션 디렉터 리시 쿠플랜드는 “이번 보고서는 산업이 기술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빠르게 행동에 나서야 할 전략적 과제를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생성형 AI는 제작 워크플로우를 단축시키고 콘텐츠 제작의 민주화(대중화)를 이끄는 동시에,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창작자 생태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가 영화와 TV의 후반 작업, 음성 더빙, 자막 생성, 콘텐츠 분류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오스카 수상작 '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의 발음 교정 작업 등 실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 일자리 감소, 데이터 편향으로 인한 문화 다양성 훼손, 높은 탄소 배출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다음은 BFI가 제시한 9가지 주요 권고 사항이다.
1. 저작권: 세계 최고 수준의 IP 라이선스 시장 구축
생성형 AI의 훈련 방식이 무단으로 수십만 개의 영화·TV 대본 등 저작물을 사용하는 관행이 지속될 경우, 창작자 중심의 산업 구조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BFI는 ‘AI 훈련용 저작권 라이선스’ 개발과 표준화된 계약 체계 마련을 통해, 합법적인 라이선싱 시장을 영국이 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 탄소 영향: AI의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관리
대규모 AI 모델은 높은 연산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이에 따른 탄소 배출도 상당하다. BFI는 블루주(Blue Zoo) 등 일부 기업이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명확히 측정 가능한 인프라에서 AI를 운영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투명성과 데이터 기반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 책임 있는 AI: 산업 및 공공 가치 반영한 윤리적 AI 개발
미국 중심 데이터로 훈련된 AI 모델이 영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BFI는 산업 현장의 창작자들이 AI 개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현장에 최적화된 윤리적 AI 기술을 공동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4. 정보 인프라: AI 동향 파악을 위한 통합 지식 허브 구축
영국은 1만 3천 개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테크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프리랜서와 중소 제작사 등은 AI 관련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다. BFI는 ‘AI 관측소(AI Observatory)’와 ‘기술 실증 허브(Tech Demonstrator Hub)’ 설립을 제안하며, 산업 전반의 대응력 제고를 위한 지식 기반 구축을 촉구했다.
5. 기술 역량: AI 보완형 전문 인력 양성
AI는 일부 제작 기술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한편, 창의적 감독과 기술 융합형 인력 수요를 증가시킨다. 보고서는 현재 영국 내 AI 교육이 비공식적인 경우가 많아, 프리랜서를 포함한 전체 산업 인력의 체계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영국은 AI 교육 인프라와 창작 경험을 모두 갖춘 국가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6. 공공 투명성: AI 활용 여부 공개로 신뢰 확보
BFI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6%는 콘텐츠 제작에 AI가 사용될 경우 명확한 표시를 원하고 있다. BBC와 BFI는 각각 뉴스 편집 기준을 반영한 AI 모델 개발, 아카이브 메타데이터 생성 등에 AI를 활용하면서, 투명성과 윤리 기준을 중시하는 실험을 병행 중이다.
7. 산업 적응력: 디지털 콘텐츠 제작 강국으로의 성장
런던은 뭄바이에 이어 세계 2위의 VFX 중심지이며, 이미 여러 작품에서 AI 기반 더빙,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AI 교육과 자금 지원 부족, 표준의 부재는 장기적인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8. 투자 활성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부문에 대한 자금 유입 확대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기술 리더(프레임스토어, 디스가이즈 등) 및 AI 스타트업(신세시아, 스태빌리티 AI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환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Series B 단계 이후의 후속 투자 부족은 해외 자본 유입과 지식 재산권 유출 위험을 높이고 있다.
9. 독립 창작자 지원: 소규모 창작 생태계에 AI 도입 지원
생성형 AI는 대형 자본 없이도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채널4와 아드만 애니메이션이 지원하는 ‘Charismatic 컨소시엄’은 저예산 창작자들을 위한 AI 접근성 확대를 추진 중이며, BFI는 이러한 사례를 확산시켜 ‘인간 상상력을 확장하는 AI’라는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