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쏘아 올린 출입기자 시스템 변화... 공정 기회의 시작? 내편 끌어들이기?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만(Gulf of Mexico) 명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AP통신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있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바꾸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매년 2월 9일을 ‘아메리카만의 날’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지난달 23일 편집지침을 발표하고 “멕시코만은 400년 이상 그 이름을 유지했는데, 행정명령은 인정하지만 원래 이름을 그대로 언급할 것이다. AP통신은 전 세계에 뉴스를 전파하는 기관이므로 모든 독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이 원래의 명칭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자 AP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이 차단되었다. AP통신의 편집장 줄리 페이스(Julie Pace)는 "이 조치는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수정헌법 제1조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P 통신은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개명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행정명령 서명에서 쫓겨났다 
(출처=뉴욕 포스트)

백악관 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를 강하게 반대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그리고 표현의 자유 보호단체 펜아메리카(PEN America)는 이 조치를 "언론에 대한 보복이며, 언론이 정부에 순응하도록 압박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Caroline Leavitt)은 "백악관 취재는 특권이며, 어떤 기자가 취재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뉴미디어' 기자들에게 백악관 출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카롤린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뉴미디어 목소리를 위한 전용 좌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독립 언론인, 팟캐스터,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 전통적인 언론이 아닌 이들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질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은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 기자들들 말고도 '뉴미디어' 기자들에게 백악관 출입을 허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바뀐 언론의 지형을 반영해 언론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 주류 언론과 균형을 맞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공정 보도를 실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리빗 대변인은 "전통적인 언론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10,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린 것은 언론 접근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새로운 미디어 좌석에는 보수 성향 팟캐스트 '루스리스(RUTHLESS)'의 진행자 존 애쉬브룩(John Ashbrook)과 전 ESPN 진행자 세이지 스틸(Sage Steele)이 초대되었으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는 질문을 던졌다.

RUTHLESS PODCAST (출처 = 화면캡쳐)

그러나 이 변화는 기존 언론과 미디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AP통신 스타일북은 전 세계 많은 뉴스룸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저널리즘 언어의 주요 기준이 된다"며 "'아메리카만'이라는 명칭이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명칭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미국 이용자에게는 ‘아메리카만’, 멕시코 이용자에게는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을 노출하며, 기타 국가에서는 두 가지 명칭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언론의 자유 확대가 아니라 특정 성향의 언론만을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언론 전문가 톰 존스는 "언론 접근권 확대라는 명목 아래 친(親)트럼프 매체만을 우대하는 것은 결국 언론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은 기자회견이지 정치적 집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CBS 뉴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기존 주요 언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60 Minutes' 프로그램에서 편집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인터뷰를 문제 삼아 CBS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의 해고를 요구하는 등 언론과의 대립각을 더욱 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취소됐던 400여 개의 백악관 기자 출입증을 다시 발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2023년, 워싱턴 D.C.에 상주하지 않거나 풀타임 기자가 아닌 경우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철회하고 기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언론 환경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매체만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Natalie Winters, One America News on X
(출처 : One America News on X 캡쳐)

뉴미디어 기자로 백악관에 입성한 나탈리 윈터스(Natalie Winters)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하지만, 나의 충성 대상은 미국 국민과 내 청중"이라며 "나는 진실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새롭게 출입이 허용된 기자들 중 다수가 친(親)트럼프 성향이라는 점에서, 이번 변화가 언론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조치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미디어 전략의 일환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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