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는 죽어가고 있다… 해외 제작 영화는 메시지와 선전의 도구”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영화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미국 영화산업은 매우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국가안보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각종 인센티브를 앞세워 미국의 영화 제작자와 스튜디오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있다”며, 이는 헐리우드와 미국 전역에 걸쳐 피해를 입히는 ‘조직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메시지와 선전을 포함한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며 “해외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즉각 추진할 것을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서비스인가 상품인가’… 현실성 놓고 논란 예상
이번 조치는 영화산업이 재화보다 서비스에 가까운 지적재산(IP)이라는 점에서 실제 관세 부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영화는 실물 상품이 아닌 서비스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존 무역 규범상 관세 대상이 아니며,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무역대표부는 서비스 산업도 일부 비관세 장벽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인 관세 적용은 전례 없는 조치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영화의 상당수가 이미 캐나다, 아일랜드 등 해외에서 세금 감면을 통해 제작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미국 스튜디오에게 타격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스오피스 회복세 속 트럼프의 선언, 정치적 수사인가 실효 조치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영화산업이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지만, 실제로 2025년 상반기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은 전년 대비 약 15.8% 증가했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시너스(Sinners)>, <썬더볼츠(Thunderbolts*)> 등 주요 흥행작이 잇따라 개봉하며 팬데믹 이후 회복세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편, CNN은 “현재 극장 개봉 수가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이며, 관객들은 여전히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호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조치가 현실과는 다소 괴리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확장되나… 미중 간 긴장 고조
이번 영화 관세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이후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인 고율 관세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현재 그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일부 유럽 및 북미 국가에는 25~1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 중이며, 7월에는 추가 관세 유예 조치가 만료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맞서 1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국과의 무역 마찰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전망: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미국 영화산업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선언은 헐리우드의 해외 유출에 대응하고, 미국 내 제작 유인을 강화하겠다는 보호무역적 시도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제작 환경의 복잡성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간과한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미국 수입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실제 시행 여부와 구체적 대상 범위, WTO 규범과의 충돌 여부 등을 둘러싼 법적·외교적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할 경우, 한국 영화 수출 및 콘텐츠 제작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콘텐츠 산업계의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