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댄스, 파라마운트 글로벌 인수 마무리… 합병 이후 변화와 미래 전망(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공식 출범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의 합병으로 탄생한 새로운 법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 Corp)는 CBS, 파라마운트+, 니켈로디언, 쇼타임 등 파라마운트가 보유해온 회사들과 스카이댄스의 민첩한 제작 역량이 결합된 형태다. 회사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새 법인의 티커는 'PSKY(피스카이)'로 확정되었으며, 기존의 A/B 클래스 파라마운트 주식은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이로써 미국 미디어 산업에서 드물게 방송, 스트리밍, 영화제작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 구조가 출범하게 됐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리더십 개편

합병 이후 가장 빠르게 단행된 변화는 인력 감축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파라마운트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수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여기에 추가 감원도 예고되고 있다. 제프 쉘(Jeff Shell) 신임 사장(전 NBC유니버설 CEO)은 연간 20억 달러(약 2조 7,669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리더십 개편도 병행되었는데, MTV와 쇼타임을 총괄하던 크리스 맥카시(Chris McCarthy)와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브라이언 로빈스(Brian Robbins)가 퇴임한다. 기존 인물 중 조지 칙스만(George Cheeks) CBS 회장 겸 CEO만 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이 있다. 그는 새 법인의 회장 겸 CEO로 공식 취임했다.

DEI 프로그램 전면 폐지... 창작 생태계의 위축 불가피

이번 합병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조치 중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의 전면 폐지다. FCC의 인수 승인 조건으로 이 조치를 요구했고, 스카이댄스는 이를 수용했다. 2025년 7월 22일, 스카이댄스는 파라마운트의 모든 DEI 프로그램을 종료했으며, 향후 채용 및 제작 기준에서 인종, 성별, 성 정체성에 따른 목표 설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내부 직원은 물론 MTV, BET, 니켈로디언 등 채널의 정체성과 직접 충돌할 수 밖에 없어 업계 전반에서도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MTV는 1980년대 이후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LGBTQ+ 커뮤니티를 주요 시청자층으로 끌어들이며 정체성 기반 콘텐츠를 다수 제작해왔다. ‘루폴의 드랙 레이스’, ‘MTV 프라이드’ 등은 DEI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대표 콘텐츠이다.

BET(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는 말 그대로 흑인 시청자를 위한 채널이다. BET는 흑인 감독, 배우, 제작진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왔고, 흑인 커뮤니티의 문화적 정체성과 경험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 DEI는 BET의 존재 이유 그 자체다.

니켈로디언은 아동·청소년 대상 채널이지만, 최근 수년간 다양성과 포용성 교육에 적극적이었다. 다문화 캐릭터, 다양한 가족 구조, 성별 정체성을 다룬 콘텐츠는 물론,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과 어린이용 DEI 교육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이는 학부모, 교육자, 커뮤니티 단체와의 신뢰 구축 기반이기도 했다.

이처럼 파라마운트 산하의 각 채널은 오랜 시간에 걸쳐 특정 커뮤니티와 신뢰 관계를 쌓아왔고, DEI는 이를 지탱하는 근간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DEI 폐지는 그동안 시청자 커뮤니티와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수 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DEI 폐지 이후에는 이러한 제작 환경이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 예컨대, 성소수자 주연 캐릭터의 비중이 낮아지거나, 흑인 또는 라틴계 창작자의 프로젝트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해당 커뮤니티의 이탈을 불러오고, 전체 브랜드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광고주와의 관계도 변수다.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고 있으며, DEI와 연결된 브랜드와의 협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DEI 폐지 이후, MTV나 BET와의 광고 파트너십을 재고하려는 기업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나아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DEI는 파라마운트 내부에서만 수년간 교육 프로그램, 커리어 트레이닝, 네트워크 강화 등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어왔다. 특히 소수자 커뮤니티 출신 직원들에게는 안전망 역할을 해온 제도다. 폐지 이후, 창작자와 실무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제작 역량 전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방송산업은 수십 년간 백인 중심 문화와 제작 관행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고, DEI는 그 성과의 제도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번 스카이댄스의 DEI 폐지는 콘텐츠 산업의 창의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축 모두에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는 정치적 압력에 따른 퇴행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BS 뉴스 편집권에 대한 외부 감시 체계 도입

편집권 독립성과 관련해 CBS에는 옴부즈맨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이는 FCC가 인수 승인 조건으로 요구한 사항이며,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외부 감시체계'이다.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CBS 간의 갈등 이후 도입된 것으로, 특히 '60 Minutes' 인터뷰 편집을 둘러싼 소송에서 트럼프가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합병 승인을 앞둔 2025년 7월 초 1,600만 달러(약 2,213억 원)에 합의했다.

이후 CBS는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를 폐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며, 정치적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스트리밍 전략의 전환과 재구성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새 법인은 스트리밍 부문에서 기존의 독립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 디즈니+, 프라임 비디오 등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제프 쉘과 데이비드 엘리슨은 제휴 중심의 번들 전략을 예고했다.

(출처 : PARROT ANALYTICS)
스트리밍 서비스2025년 1분기 글로벌 구독자 수
넷플릭스약 3억 1,000만 명 (추정치)
디즈니+1억 2,460만 명
아마존 프라임약 2억 2,000만 명 (2025년 기준 추정치)
HBO Max (Max)1억 2,230만 명 (WBD 스트리밍 합산)
파라마운트+7,900만 명

기술적 측면에서는 사용자 경험 개선과 알고리즘 고도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콘텐츠 확보는 외부 라이선스를 포함한 유연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파라마운트+는 단독 플랫폼보다는 콘텐츠 허브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읽힌다.

콘텐츠 전략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예고된다. 파라마운트는 그간 '스타트렉', '옐로우스톤' 등 프랜차이즈 중심 전략을 펼쳐왔으나, 스카이댄스는 군사, 첩보, 애니메이션, 슈퍼히어로 등 장르 콘텐츠에 강점을 보여왔다. 이러한 장르적 특화가 OTT 시리즈 및 글로벌 독점 콘텐츠 형태로 확장될 전망이다. 스카이댄스는 기존에도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에 콘텐츠를 공급해왔기에,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역시 자체 스트리밍 고집보다는 글로벌 유통을 병행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합병

이번 합병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지점에 있다. DEI 폐지, 편집권 논란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정치적 압박에 대한 굴복으로 시청자층이 이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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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요인 ①: DEI 폐지에 따른 브랜드 훼손과 시청자 이탈
가장 즉각적인 리스크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손상이다.그동안 다양한 계층과 강한 정체성 연계를 형성해온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DEI 정책 중단으로 인해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하면서 시청자 이탈은 물론, 광고주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위기 요인 ②: 정치적 압박과 편집권 독립성 훼손
CBS 뉴스에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송 타결 이후 시사 프로그램 편성을 변경하는 등 CBS가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김으로써 뉴스의 편집권 독립성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는 언론 자유와 신뢰성에 민감한 시청자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보도 채널 브랜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위기 요인 ③: 내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창작 생태계 약화
2024~2025년에 걸쳐 수천 명 단위의 인력 감축이 단행되었고, 이는 파라마운트의 창작 및 운영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DEI 폐지와 맞물린 이탈이 콘텐츠 기획자, 제작자, 기술 인력 등 핵심 창작 생태계의 이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하락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비용 구조의 효율화, 글로벌 스트리밍 전략의 유연화, 장르 콘텐츠의 확장은 분명한 성장 가능성, 즉 기회의 요인으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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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요인 ①: 비용 구조 개선과 수익성 회복
합병 이후 데이비드 엘리슨과 제프 쉘은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을 공언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중복 조직 축소, 부진한 부문 정리, 기술 고도화로 인한 자동화 효과에서 기대된다. 이로써 기존 파라마운트가 겪었던 구조적 적자 문제는 일정 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 확보에 긍정적 요인이다.

기회 요인 ②: 장르 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
스카이댄스는 '탑건: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 '잭 라이언' 등 글로벌 장르 콘텐츠 제작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글로벌 유통망과 결합할 경우, OTT 플랫폼에 공급할 고품질 IP 개발 능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첩보물, 히어로물 등 글로벌 수요가 높은 장르 콘텐츠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기회 요인 ③: 스트리밍 전략의 유연화
기존 파라마운트+는 독립형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 디즈니+, 프라임 비디오에 밀려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카이댄스의 접근법은 콘텐츠 자체의 가치와 유통 효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플랫폼 독점보다는 제휴·라이선스 중심의 유연한 전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용 효율성과 글로벌 시장 침투력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회 요인 ④: 젊은 리더십의 기동성과 혁신
데이비드 엘리슨은 40대 초반의 젊은 경영자로, 기술과 콘텐츠 모두에 정통한 이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문화에 갇혀 있는 반면, 엘리슨의 리더십은 스타트업적 기동성과 실험 정신을 강조한다. 이는 콘텐츠 개발, 기술 파트너십, 인재 영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요인이다.

통합의 실험, 갈림길에 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이번 합병은 미디어 산업 내 경영 철학과 조직 문화, 콘텐츠 전략의 총체적 전환을 의미한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진정한 시너지 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와 기회에 얼마나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스카이댄스-파라운트 글로벌이 미국과 글로벌 미디어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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