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com 2025 보고서: “AI는 쓰지만 믿지는 않는다”… 영국 성인 52%, “AI 기사 못 믿어”
AI 시대, 신뢰와 비판적 리터러시의 갈림길에 선 영국 디지털 시민들
2025 Ofcom '성인 미디어 이용 및 태도 보고서' 분석
영국 MZ의 AI 이용률이 50%를 넘어서면서 업무와 학업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인들의 디지털 이용 행태와 인식 변화를 추적한 2025년 Ofcom 보고서에서는 AI 활용의 증가, 소셜미디어 내 허위정보 확산, 세대 간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디지털 배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디지털 사회의 신뢰와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AI 활용 급증… “그러나 신뢰는 여전히 인간 쪽”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나 구글의 제미니 등 AI 도구를 사용해본 영국 성인은 전체의 31%로, 1년 전보다 8%포인트 증가했다. 16~24세는 절반 이상(53%)이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직장인(22%)과 학생(45%)을 중심으로 일상 속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AI를 신뢰하는 비율은 이에 비해 낮았다. ‘AI가 작성한 기사보다 인간이 쓴 기사를 더 신뢰한다’는 응답이 52%에 달했고, AI 콘텐츠를 더 신뢰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AI 이용 경험자 중에서도 41%는 인간이 쓴 글을 더 믿는다고 답했다.

허위정보 노출 증가… 13%는 "경고 차원"으로 공유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 노출도 증가세다. 응답자의 49%가 “지난 1년간 거짓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접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도 45%에서 4%p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13%는 해당 정보를 “팔로워에게 경고하려는 목적”으로 공유했으나, 결과적으로 허위정보 확산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뉴스의 진위 여부를 ‘항상’ 또는 ‘대체로’ 확인한다는 비율은 38%로 전년도(33%)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뉴스를 공유하는 이들 중 ‘출처를 확인한다’는 비율은 24%에 불과해 여전히 검증 없이 유통되는 정보가 많은 실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보 검증 태도에는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뉴스의 진위를 항상 또는 자주 확인한다’는 응답자는 2023년 33%에서 올해 38%로 증가했다. 검증 방식은 ‘작성자 확인’(54%), ‘다른 사이트와의 비교’(50%), ‘댓글 분석’(50%) 등이 주를 이뤘다.
한편, 여전히 84%의 성인이 주류 언론을 통해 일부 뉴스라도 접한다고 답했으며, 이들 가운데 42%는 ‘가끔은 의심한다’, 21%는 ‘항상 검토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16%는 ‘항상 신뢰한다’고 했고, 6%는 아예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신뢰와 회의’가 공존하는 풍경이다.

검색광고 못 알아보는 젊은층… “디지털 감각은 있지만, 리터러시는 부족”
광고 판별과 디지털 리터러시에 있어서 연령별 역전 현상도 눈에 띈다. 검색엔진 결과 상단에 뜬 ‘스폰서 링크’를 올바르게 인식한 비율은 전체의 51%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2023년) 54%보다 하락한 수치로 스폰서 링크를 식별하는 능력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SNS 유료 홍보 게시글(예: 유명인 인스타그램 협찬 포스트) 판별에서도 65세 이상 인식률이 86%인데 비해, 16~24세는 68%로 나타나 유료 홍보 게시글 판별에서 mz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콤(Ofcom)은 이를 ‘과잉 자신감’의 문제로 해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온라인 광고를 잘 알아본다고 ‘확신’하지만 실제 판별에 실패한 ‘confident but not able’ 그룹이 16~24세에서 27%로 가장 높았다.

모바일만 쓰는 사용자 18%… 디지털 격차의 새로운 단면
인터넷 이용자 중 18%는 스마트폰만을 사용하며 PC나 태블릿을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층(DE 계층)의 경우 이 비율은 30%까지 치솟았다. 스마트폰만 사용하는 이들 중 절반은 “문서 작성이나 신청 양식 입력에서 불편을 겪는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74%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응답해 디지털 격차의 인식과 실제 경험 간 괴리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게임과 소셜미디어, 세대·성별별 이용 양태 뚜렷
게임 이용률은 전체 성인의 53%로, 팬데믹 이후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이 게임을 하고 있다. 특히, 16~24세의 게임 이용률은 85%에 이르며, 남성이 여성보다 콘솔 게임 사용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성의 경우 퍼즐·퀴즈류(76%)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남성은 스포츠(45%), 슈팅(41%) 등 경쟁적 장르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소셜미디어 이용에서는 세대별 명확한 패턴이 보인다. 65세 이상은 대부분 페이스북 중심(34%)의 단일 플랫폼 이용이 많은 반면, 16~24세는 틱톡(35%)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다양한 플랫폼을 혼용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틱톡을 단순 영상 플랫폼을 넘어 ‘검색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 긍정 인식 늘었지만, 여성은 여전히 부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대해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고 평가한 사용자는 전체의 60%로, 2022년(52%)에 비해 상승했다.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인식도 42%로 증가했다.
하지만 성별 차는 뚜렷했다. SNS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응답은 남성(45%)이 여성(35%)보다 높았으며, 여성은 ‘SNS에서 인기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도 49%에 달해, 소셜미디어 환경이 성별에 따라 상이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fcom “AI 시대의 리터러시, 감각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의심과 검증”
Ofcom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AI·소셜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단순한 기기 활용 능력보다도 정보 판별력과 비판적 인식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바일 기기 이용 증가, 검색 플랫폼 다변화, 콘텐츠 알고리즘 노출 등은 정보 습득 과정 자체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한 “청년층의 디지털 친숙도가 곧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과잉 자신감이 오히려 허위정보 확산이나 사기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AI의 도입과 확산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성숙한 디지털 시민성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과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사회는 단순히 ‘연결된 상태’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환경과 개인의 주체적 판단 능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