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시장을 대체하고 스트리밍 시장까지 장악할 것으로 보였던 팟캐스트(Podcast)의 성장세는 예상보다 더디다. 광고 매출이 늘고 있지만 TV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하면 상당히 작고 유료 구독 시장도 커지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과 클럽하우스 등이 라이브 팟캐스트로 빤짝 부상했지만 현재는 열기가 다시 식었다. 하지만, 뉴스 미디어 중 가장 먼저 ‘모바일(라디오)’를 실현했던 오디오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에선 정치의 계절(2024년)을 앞두고 모습을 바꾸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결단을 시작으로 트위터의 변신은 우리 뉴스 미디어 오디오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디오의 사망 속 단독 보트 띄운 NYT]
글로벌 1위 뉴스 구독 미디어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단독 새로운 팟캐스트와 오디오 스토리 앱을 출시했다.
이들 오디오 콘텐츠는 하나의 앱으로 서비스된다. 뉴욕타임스 오디오 앱은 사용자의 하루 습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앱 톱 화면에서 사용자들은 새로운 숏 폼 데일리 뉴스 팟캐스트 ‘헤드라인(The Headlines)’을 들을 수 있다. 이 숏 폼 오디오 뉴스는 타임스의 대표 팟캐스트 ‘데일리(The Daily)’에서 들을 수 없는 스토리 중 알아야할 최신 보도를 짧게 전달한다. 8분에서 10분이며 기사와 함께 제공된다.
짧은 포맷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 적합하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인수한 Audm이 서비스하는 다른 언론사 롱품 오디오 스토리도 제공한다. 뉴욕타임스 오디오 앱 런칭으로 Audm의 단독 앱을 폐쇄한다.
앱은 또한 NYT 그룹의 스포츠 구독 미디어인 디애슬레틱(The Athletic)의 팟캐스트와 오디오 콘텐츠도 서비스한다. 아울러 뉴스 외 팟캐스트 회사 시리얼(Serial)가 제공하는 콘텐츠 ‘This American Life’도 서비스한다. 시리얼도 타임스가 2020년에 인수했다.
뉴욕타임스가 단독 오디오앱을 출시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판단된다.
첫째는 ‘구독자들을 위한 포만감’ 형성이다. 구독 미디어가 더 늘어난 지금, 구독자는 더 많은 독점(Unique)와 특전(Perk)을 원한다.
하나를 구독했는데 여러 서비스들이 온다다면 금상첨화다. 뉴욕타임스 최고 상품 책임자 알렉스 하디만(Alex Hardiman)은 “구독자만을 위한 특전을 만드는 것은 구독자들의 참여와 보유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오디오(NYT Audio)는 NYT가 구독자에게만 제공하는 독점 콘텐츠 중 하나다. 2021년 뉴욕타임스는 구독자 전용 뉴스레터(Subscriber only)를 18종이나 내놓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디오앱을 내놓기 위해 18개월 동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현재는 애플 IOS앱만 나온 상태다.
두 번째는 구독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다.
앱은 사용자들에게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 맞춤형으로 큐레이션되어 있다. 사용자들은 특정 쇼나 팟캐스트, 혹은 (오디오앱 내) 언론사 앱을 팔로우 할수 있다. 향후 오디오 플랫폼을 지향하는 방향성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폐쇄형은 아니다. ‘더 데일리(The Daily)’ 등 뉴욕타임스 팟캐스트는 NYT오디오 앱 밖에서도 여전히 들을 수 있다.
스테파니 프리스(Stephanie Preiss) 타임스 TV와 오디오 담당 이사 겸 선입 부사장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팟캐스트를 외부에서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오디언스를 구축하고 헤비 청취자를 구독자로 이끄는 중요한 전략”이라며 “광고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뉴스앱과 오디오앱을 분리하는 이유는 오디오 마니아를 뉴욕타임스 마니아로 만들기 위해서다. 다른 포맷 소비자를 무리하게 끌고 오기 보다, 오디오 뉴스 포맷을 구축해 여기서 또 다른 구독 혹은 광고 모델을 만드는 전략이다. Audm이 그랬든 조만간 뉴욕타임스는 오디오 뉴스 구독 모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스는 “우리는 청취는 읽는 구독과 다른 모드 전략이다”라며 “읽기를 원하는 사람과 듣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전혀 다른 부류”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팟캐스트 사랑]
뉴욕타임스가 단독 팟캐스트 앱을 내놓은 배경에는 ‘뉴스에 우호적인 미국 오디오 시장’도 있다.
퓨리서치(Pew Research Survey) 조사에 따르면 팟캐스트를 통해 뉴스를 듣는 미국인들 절대 다수(87%)가 그들이 청취하는 뉴스가 대부분 정확하다고 믿고 있다.
TV와 신문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악인 상황에서 의외의 결과다. 팟캐스트는 뉴스 미디어들이 새로운 포맷을 통해 대중들과 관계를 재구축할 수 있는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팟캐스트 청취율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이를 통한 뉴스 소비도 늘고 있다.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팟캐스트를 들었다고 답한 미국인 절반(49%) 중 약 3분의 2가 자신들의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뉴스를 습득했다.
특히, 미국인들의 과반(55%)은 팟캐스트 뉴스를 다른 곳에서 들었던 뉴스만큼 신뢰한다고 답했다. 거의 3분의 1은 팟캐스트를 뉴스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팟캐스트 뉴스를 다른 소스에 비해 덜 신뢰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 꼴인 15%에 불과했다.
[트위터의 스피커 강화]
팟캐스트 내 뉴스 위상 강화는 소셜 미디어 트위터(Twitter)의 움직임을 봐도 알 수 있다. 단문 공유로 유명한 트위터는 최근 ‘스페이스’ 등 오디오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한 때 트위터는 오디오를 방치했지만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오디오를 정치 스피커’로 쓰고 있다.
트위터 오디오에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는 스피커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대표적인 우파 방송인으로 알려진 벤 사피로(Ben Shapiro)의 보수 팟캐스트 ‘더 데일리 와이어(the Daily Wire)’는 ‘전체 팟캐스트와 비디오 콘텐츠를 트위터’에 포스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데일리 CEO 제르미 보링(Jeremy Boreing)은 성명을 통해 “만약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내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정교한 분석과 수익화 기회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트위터에 더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위터의 오디오와 관련한 결정적 사건은 공화당 대선주자인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Ron DeSantis)가 일론 머스크와 함께 2023년 5월 24일 진행한 ‘트위터 스페이스(Twitter Spaces event)다. 이 버추얼 오디오 플랫폼에서 드산티스는 2024년 대통령 경선 참가를 공식화했다.
드산티스의 트위터 스페이스는 미 동부 시간 오후 6시에 일론 머스크의 계정에서 시작했다. 한 번에 66만 명 이상이 청취했다. 동시 접속자 피크는 30만 명이다.
[숙제는 젊은이를 뉴스 팟캐스트에 불러오는 법]
문제는 젊은 팟캐스트 청취자들을 뉴스에 불러오는 방법이다.
젊은 미국인들이 중장년 세대에 비해 팟캐스트를 더 자주 듣는 반면, 의도적으로 뉴스를 듣는 비중은 낮았다. 이는 팟캐스트를 자주 듣지만 뉴스 팟캐스트를 찾아듣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8세~29세 팟캐스트 청취자 중 뉴스와 시사 이벤트를 찾아서 듣는다는 사람은 23%에 불과했다. 이는 65세 이상의 3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뉴욕타임스가 팟캐스트 앱을 출시하면서 연쇄 살인,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다양화한 이유도 여기 있다.
팟캐스트는 또한 훈련된 기자와 셀럽, 코멘테이터의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의 60%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듣고 있다고 답했다. 시사와 뉴스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서 듣는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기자들의 크리에이터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사람들이 팟캐스트 뉴스는 신뢰하지만, 뉴스를 듣기 위해 팟캐스트에 접근하지도 않고 뉴스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팟캐스트 뉴스 입장에서 청취자를 늘리기 위해선 보다 흥미로운 뉴스 소재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스트레이트 뉴스와 토크, 오피니언 팟캐스트의 경계도 모호하다. 이런 쇼들은 토크 라디오나 케이블 TV 뉴스의 스타일 따르게 된다.
팟캐스트 청취자의 64%가 자신들이 듣는 팟캐스트 진행자나 호스트의 의견에 동조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정치 관련 의견 콘텐츠르를 들어본 팟캐스트 청취자의 47%가 자신의 생각과 팟캐스트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이나 팟캐스트에서 뉴스를 듣는 사람 모두, 출연자들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체 속 뉴스 오디오의 선택은 ‘숏 폼’]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팟캐스트에 대한 투자는 정체 상태다. 빅테크와 뉴스 미디어들이 광고 시장 침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별로 없다.
팟캐스트 광고 시장 역시 기대만큼 커지지 않고 있다. 2022년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15억 달러(글로벌)이지만 TV광고 시장은 700억 달러였다. TV도 어렵지만 팟캐스트는 더 힘든 상황인 셈이다. 2024년에는 팟캐스트 시장은 40억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투자 축소 트렌드에 오디오 시장에도 뜨고 있는 영역은 뉴스다. 뉴스는 여전히 가장 저렴하지만 인기 있는 콘텐츠 포맷이다.
뉴스 팟캐스트 중에서도 요즘 대세는 ‘숏 뉴스 팟캐스트’다.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헤드라인(The Headlines)’도 숏 폼 데일리 뉴스다.
5분에서 10분 정도 독자가 알아야 할 뉴스만 정리한다. 숏 폼 동영상 틱톡의 유행에 비춰보면 숏 폼 오디오의 부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보다 더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젋은 세대를 잡기 위해 숏 폼 오디오 뉴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