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생중계로 진화한 글로벌 팬 축제
넷플릭스가 전 세계 팬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글로벌 팬 이벤트 ‘Tudum 2025: The Live Event’를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아 포럼(Kia Forum)에서 개최했다.
'Tudum 2025: The Live Event’는 넷플릭스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한 첫 글로벌 팬 이벤트로, 콘텐츠 중심에서 팬 커뮤니티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수천 명의 팬들이 몰렸고, 전 세계 시청자들은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시청하였다. 이번 행사는 소피아 카슨이 진행을 맡았으며, 몰입형 N자형 레드카펫과 타이틀별 포토존, 실시간 무대 인사 등 팬 중심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레이디 가가와 인도 래퍼 하누먼카인드의 공연,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웬즈데이', '원피스' 등 인기 시리즈의 출연진 등장도 화제를 모았다.

2020년 브라질에서 시작된 Tudum의 진화
Tudum은 2020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작된 넷플릭스의 팬 축제로, 당시 5만 명이 넘는 관객이 참가한 오프라인 행사였다. 이후 팬데믹을 계기로 유튜브 생중계 형식으로 옮겨졌고, 2023년에는 다시 브라질에서 오프라인과 디지털 스트리밍을 병행하는 글로벌 행사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2025년,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미국 L.A에서 개최하면서, 자사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를 진행하며 콘텐츠 공개 이상의 ‘경험 중심 쇼케이스’로 Tudum을 진화시켰다.
콘텐츠-플랫폼-팬덤을 잇는 순환 전략
넷플릭스는 Tudum을 통해 ‘콘텐츠–플랫폼–팬덤’의 유기적인 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 콘텐츠는 팬덤을 형성하고, 팬덤은 플랫폼 충성도를 강화하며, 플랫폼은 다시 팬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팬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자리잡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5년 4월, CEO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는 한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의 팬덤 문화를 "시간을 보내는(spending-time)" 경험으로 정의했다. 이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킬링 타임(killing-time)" 소비와 차별화한 것으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깊은 몰입과 의미 있는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Netflix is the 'spending-time business' and calls social video/YouTube the 'killing-time business'"
이번 Tudum 이벤트는 단순히 넷플릭스의 하반기 주요 작품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 투표와 인터랙션, 굿즈 커머스 유도, 소셜 캠페인 등 팬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를 결합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팬 커뮤니티 경제(Fan Economy)’로의 전환을 실험하는 전략적 시도로 보이며, 지난 3월, 테드 서랜도스가 "넷플릭스가 유튜브보다 크리에이터에게 더 나은 수익 모델을 제공한다"며 팬덤 기반 콘텐츠 제작을 강조한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I think we're a better monetization model."

경쟁 OTT와의 차별화 전략: 경험 중심 브랜드화...그리고 기술력 확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디즈니+, 애플TV+,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브랜드 경험’을 핵심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거나, 구독 가격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넷플릭스는 이제 구독자가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함께 체험’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Tudum은 이러한 방향성을 집약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순한 콘텐츠 발표를 넘어 선, 스타와 팬의 직접 소통, 실시간 스트리밍, 음악 공연, 팬 중심의 인터랙티브 공간을 결합함으로써 넷플릭스만의 브랜드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팬들은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브랜드의 공동 구성원으로서 행사에 참여하면서 ‘넷플릭스 팬’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디즈니+의 경우 D23 엑스포와 같은 대규모 팬 이벤트를 통해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주요 IP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으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는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행사는 '팬 중심의 플랫폼 경험' 보다는 특정 작품에 집중된 마케팅 행사에 가깝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는 Tudum 이벤트를 통해 팬덤과 실시간 소통을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히 2025 TUDUM 이벤트가 유튜브가 아닌 넷플릭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었다는 점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행사를 통해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단순히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실시간 기술과 사용자 경험을 통합한 기술 기반 미디어 기업임을 보여주었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위한 분산 서버 구조, 글로벌 동시 송출, 자막 자동 생성 및 번역, 사용자 맞춤 인터랙션 등 다양한 기술 요소를 이번 행사에 적용하고, 이를 구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였다.
이는 향후 넷플릭스가 스포츠 중계, 인터랙티브 광고, 라이브 음악 쇼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됨을 시사한다. 실제로 Tudum은 넷플릭스의 실시간 광고 실험과 프리미엄 광고 상품 설계에 중요한 데이터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자체 플랫폼에 대한 구독자의 충성도를 유도하고 있다. 팬은 콘텐츠 때문에 플랫폼에 들어오지만, 감정적 유대와 커뮤니티 경험 때문에 플랫폼을 떠나지 않는다. Tudum은 구독자를 일회성 시청자가 아닌 장기 이용자로 전환시키는 브랜디드 경험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Tudum은 미래 미디어의 프로토타입
결국 넷플릭스 Tudum 2025는 콘텐츠 쇼케이스가 아니라, 넷플릭스의 미래 전략을 압축한 ‘미디어의 프로토타입’ 행사이다. 팬과 플랫폼, 기술과 콘텐츠, 글로벌과 지역이 하나의 이벤트 안에서 결합되는 이 구조는 향후 글로벌 미디어 산업이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상징한다.
넷플릭스는 이제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는 플랫폼이 아닌, 팬의 참여, 연결과 기억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팬 경험 기반의 브랜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Tudum은 그 진화의 중심에서 넷플릭스의 다음 10년을 열어갈 가장 상징적인 장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