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잃은 아이거, 디즈니의 침체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는 선밸리(Sun Valley)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진행한 CNBC 인터뷰는 많은 파장을 남겼다.

ESPN 등 실시간 TV채널 매각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폭발적인 이슈를 공개한 것이다.

현재 미디어 시장은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지만 ABC와 같은 실시간 TV 및 케이블 채널은 여전히 디즈니에게 많은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거가 던진 이 멘트는 디즈니 내부 뿐만 아니라 시장을 흔들기 충분했다. 아이거가 디즈니의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 개편을 위해 재 부임했다는 주장들도 나왔다.

2022년 11월 복귀한 밥 아이거는 이전 CEO 밥 체이펙이 만들었던 유통 전담 부서를 해체하고 제작 단위 조직에 ‘자금 투자권’ 다시 부여하는 등 디즈니 조직을 한번 흔든 바에 있다.

CNBC인터뷰 당시, 밥 아이거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이전 자신의 최 측근이었던 2명을  다시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다.

[케빈 마이어의 재등장]

이들 둘은 밥 아이거의 후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디즈니에 복귀한 케빈 마이어(Kevin Mayer)와 톱 스태그(Tom Staggs)는 밥 아이거와 함께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현재 이 둘은 아이거와 함께 ESPN 등 회사의 레거시 TV네트워크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거가 CNBC에서 공개했던 말들이 준비 안된 폭탄 발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디즈니는 현재 밥 아이거와 2026년까지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과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공개돼 아이거가 임기를 마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메이어와 스태그는 ESPN CEO 지미 피타로(Jimmy Pitaro)와 함께 EPSN 스포츠 채널의 미디어 유통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한때 디즈니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 줬던 ESPN은 유료 방송 이탈 트렌드(코드커팅)로 시청률과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디즈니는 ESPN을 별도 유료 구독 모델로 독립시키거나 매각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거는 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도 찾고 있다.

디즈니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내부 TF를 구성했다.

이사회 멤버인 마크 파커(Mark Parker) 전 나이키 CEO가 위원장을 맡고 다나 왈든(Dana Walden),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영화 담당 공동 CEO 알란 버그만(Alan Bergman), 조시 다마리오(Josh D’Amaro) 테마파크 대표 등이 참여했다.

톰 스태그와 케빈 마이어는 한때 디즈니 CEO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루카스 필름, 마블 스튜디오, 픽사 등을 인수하는 작업을 밥 아이거와 함께했다. 하지만,2020년 밥 아이거의 후임이 밥 체이펙(Bob Chapek) 으로 결정되자 회사를 떠났다. 이들 둘은 현재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 Stone)이 지원하는 미디어 투자 회사 캔들 미디어(Candle Media)를 이끌고 있다.

특히, 스태그는 디즈니 CFO, COO, 파크 부문 대표 등 재무통이며 주요 부문을 다 거쳤다.

마이어는 아이거의 최측근으로 불렸었다. 디즈니가 콘텐츠 스튜디오들을 인수하면서 IP회사로 거듭하는 것을 진두지휘했고 디즈니+(Disney+)를 런칭하며 회사의 미래를 이끌었다. 디즈니+의 성공적인 런칭 이후 CEO에 오르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 자리는 밥 체이펙에 넘어갔다.

충격을 받은 마이어는 틱톡 CEO를 거쳐 캔들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

캔들미디어에 부임한 뒤에는 어린이 캐릭터 코코멜론(Cocomelon)으로 유명한 문버그 스튜디오를 30억 달러에 인수했고 리즈 위더스푼의 콘텐츠 스튜디오 ‘헬로우 선샤인(Hello Sunshine)’을 9억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이 인수에 대해 케빈 마이어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스튜디오가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이거를 이었던 체이펙은 2022년 11월 3년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스트리밍 서비스 적자 지속과 주가 급락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 2023년 7월 12일 디즈니는 2024년까지였던 아이거의 임기를 2년 연장하면서 상당한 보너스를 지급했다.

[아이거의 매직이 살라졌다]

하지만, 아이거 복귀 이후 디즈니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5년 간 이어졌던 아이거의 매직은 사라졌다. 7,000여 명을 구조조정하며 비용을 줄였지만, 테마파크 비즈니스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디즈니 주가도 복귀 이후 잠시 올랐지만 다시 가라 앉았다.

2023년 2월 2일 113달러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2023년 7월 31일 90달러로 떨어졌다.

디즈니 평균 대기 시간(WSJ)

디즈니파크 방문객들이 줄어들면서 주요 라이드(Ride)의 대기 시간도 팬데믹 이전에 비해 짧아지고 있다. 팬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디즈니는 수익 감소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3년 7월 4일  플로리다 디즈니 스튜디오 테마파크에 있는 ‘스타워즈 라이드’는 2022년 이후 가장 3번째로 가동 속도가 느렸다. 플로리다 매직 킹덤 파크의 평균 대기 시간은 27분이었다. 이는 2022년 31분, 2019년 47분에 비해 크게 짧아진 결과다.

밥 아이거 복귀 이후 주가 흐름(버라이어티)

아울러 플로리다 주지사인 드산티스와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밥 체이펙 시절, 플로리다의 LGBT 법안에 대한 반대로 발된 ‘플로리다와 디즈니’의 분쟁은 디즈니랜드 플로리다 특혜 철폐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폭스 인수로 계열사에 포함된 ‘스타 인디아(Star India, 유료 방송, 스트리밍)’도 문제다. 2019년 폭스를 710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스타 인디아도 인수했지만, 현재 이 회사는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디즈니는 ‘디즈니+핫스타 인디아’ 모델(인도 오리지널 콘텐츠 포함) 내놓고 있지만 1인 당 매출(ARPU)가 0.59달러에 불과한 등 디즈니의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괴롭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3년 스타 인디아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20억 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즈니의 미래인 디즈니+는 2023년 1월~3월 구독자 수가 400만 명 감소했다. 2022년 말 3개월 240만 명 출소에 이은 분기 연속 감소다. 디즈니의 또 다른 스트리밍 훌루(Hulu)의 미래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훌루는 컴캐스트가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4년 디즈니로의 매각(275억 달러)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 침체로 두 개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은 디즈니를 포함한 메이저 스튜디오를 모두 괴롭히는 요소다. 단기적으로는 제작비 투자가 줄겠지만, 가을 신작 시즌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스트리밍 및 광고 비즈니스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아이거의 후임. 복잡해진 디즈니의 차기 CEO싸움]

하지만, 마이어가  다시 등장하면서 디즈니의 포스트 아이거 구도가 복잡하게 됐다.

과거 최고의 심복은 최강의 적이기도 하다.  2026년 밥 아이거의 나이가 75세가 된다는 점에서 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조기 은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이어는 내부의 가장 큰 경쟁자인 다나 왈든 영화 부문 대표와 치열한 후계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마이어는 두 번째 온 기회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케빈 마이어와 톰 스태그의 복귀로 이들이 이끌던 캔들미디어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코멜론 등 캔들미디어가 보유한 IP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디즈니로의 인수도 예상된다. 코코멜론은 2022년 넷플릭스에 공급되면서 시청률 차트를 휩쓸고 있다. 2022년 4월 1일 서비스된 코코멜론은 7주 연속 닐슨 시청률 톱10에 오르기도 했다.

[디즈니 TV 매각 가능성?]

미국 방송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TV 사업 부문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다만 현재 FTC 등 미국 규제 기관이 대형 기업들의 M&A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FTC 의장 리나 칸은 마이크로소프트-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막지는 못했지만 대형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즈니와 애플(Apple)의 딜이 성사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공감 컴퓨팅 비전 프로(Vision Pro)를 내놓으면서 디즈니+를 핵심 파트너로 공개하는 등 두 회사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밥 아이거는 비전 프로 행사장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애플 역시, VR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선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특히, ESPN의 경우 애플이 관심을 가질 면이 많다. 상당히 많은 스포츠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스트리밍 중계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중계권료가 오르고 있지만 현금 보유율이 글로벌 1위인 애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ESPN은 케이블TV 구독자가 줄어들면서 이들로부터 얻는 프로그램 제공료(6.91달러 월)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케이블TV를 벗어나 스트리밍으로 옮길 여지가 많은 셈이다.

미국 유료 방송 가입자는 2016년 1분기에만 해도 5,970만 명이었는데 2023년 1분기 4,240만 명으로 1,730만 명(2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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