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텐츠 허브를 꿈꾸는 인도, 경쟁과 협력이 필요한 인도 M&E 시장

2025년 5월,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되는 ‘WAVES 2025(World Audio-Visual & Entertainment Summit)’의 개막식에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직접 연설자로 나선다. 이는 인도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공식 선언하며, 세계 무대에서의 도약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다.

WAVES 2025는 그 상징적 출발점이자, 인도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위상 강화를 위한 대형 플랫폼이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정책결정자와 콘텐츠 기업, 크리에이터,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며,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을 ‘글로벌 콘텐츠 중심국’이자 ‘디지털 창작 허브’로 부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출처 : WAVES 2025)

세계 1위 인구, 아직은 저평가된 M&E 시장

현재 인도의 M&E 산업은 2024년 기준 약 294억 달러(한화 약 40조 원) 규모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8,000억 달러), 중국(4,700억 달러), 일본(1,247억 달러)과 비교하면 아직 작은 수치지만, 향후 3년간 연평균 7%의 성장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처럼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와 업계는 자국 시장이 ‘세계 최대 인구에 걸맞지 않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인도의 M&E 산업이 저성장된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인프라의 불균형이다. 인도는 도시와 농촌 간 극장 스크린 수, OTT 보급률, 디지털 접근성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둘째, 유료 콘텐츠 소비를 지탱할 소득 기반이 약하다. 셋째, 불법 다운로드와 무료 콘텐츠 플랫폼으로 인해 콘텐츠 수익화 모델이 취약하다. 넷째, 글로벌 유통과 협업 구조가 체계화되지 않아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제한적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지원이 최근에야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디지털과 창작의 융합 생태계, WAVES Bazaar

인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도약을 위해 WAVES 2025와 함께 론칭된 ‘WAVES Bazaar’를 준비 중이다. ‘WAVES Bazaar’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XR, 광고 등 10개 분야의 콘텐츠 창작자와 투자자, 플랫폼 사업자를 상시로 연결하는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다.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콘텐츠 공동제작와 수출 기회를 창출하고, 디지털 기반의 글로벌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을 위한 ‘WaveXcelerator’, 젊은 창작자 발굴을 위한 ‘Creatosphere’와 ‘Create in India Challenge’, 콘텐츠 대상 시상식인 ‘WAVES Awards’ 등도 함께 운영된다. 인도는 콘텐츠를 단순한 문화상품이 아닌 기술, 투자, 외교가 교차하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OTT 시장의 변화, 로컬을 중심으로 세계화 전략 추진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인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세계 주요국과 달리 인도는 넷플릭스가 아닌 디즈니플러스핫스타(Disney+hotstar)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해 11월, 인도의 전통 미디어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가 디즈니(Disney)와 합병을 하였고, 2월에 스트리밍 플랫폼 지오핫스타(JioHotstar)를 출시하면서 로컬 기업(릴라이언스)과 글로벌 기업(디즈니)간의 합병으로 인도 최대의 OTT 플랫폼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지오핫스타는 출시 이후 크리켓 경기 중계 등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행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도 미디어 분석 기관 Ormax Media에 따르면, 인도의 유료 스트리밍 시청자들 사이에서 개인 시청보다 공동 시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공동 시청 비중은 57%로, 2년 전보다 4%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동일 연령대의 배우자나 형제, 친구와 함께 시청하는 비율은 2022년 30%에서 2024년 35%로 증가했다. 반면, 가족 전체가 함께 시청하는 비율은 23%에서 22%로 소폭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커넥티드 TV(CTV) 보급 확산으로 인한 거실 중심의 콘텐츠 소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CTV를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는 가족 전체가 함께 즐기기보다는, 동일 연령대 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친밀한 소규모 공동 시청’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집에서 콘텐츠 시청할 때 동반자 유형(인도 15세 이상 도시 거주 SVOD 이용자 대상)
(출처 : Ormax Media)

아시아 콘텐츠 경쟁 구도 속 인도의 부상

현재 아시아에서 M&E 산업은 중국, 일본,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시장으로, 자국 OTT 플랫폼과 극장 산업이 고도화되어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고, 한국은 비교적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K-팝, K-드라마, K-웹툰 등으로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인도는 14억 명이 넘는 인구 규모와 성장률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도시를 넘어 농촌으로 확산되면서 OTT,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협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인도 OTT 플랫폼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SVOD)와 Amazon MX Player(AVOD)를 통해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고 로컬 콘텐츠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수는 2023년 383편에서 2024년 315편으로 17.8%, 68편이 감소했다. 하지만, 아래 그래프에서 나타난것 처럼 아마존은 '23년 32편에서 '24년 37편으로 오리지널 제작이 증가했다. 반면 디즈니+핫스타는 같은 기간동안 39편에서 33편으로 줄었고, 넷플릭스는 27편으로 동일하다.

주요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수
(출처 : Ormax Media)

한국이 인도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인도는 발리우드(Bollywood)라고 불릴 정도로 자국만의 독특하고 강력한 콘텐츠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에서 한국의 콘텐츠 영향력은 큰 편이다.

2024년에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제 TV쇼/영화 부문에서 '오징어게임2'가 올랐다. 그리고, 올 3월 한 달 동안 넷플릭스 인도, TV 쇼 부문에서도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가 전체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오징어게임2가 여전히 4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오징어게임의 인기 지속도는 높게 나타난다. 게다가 이번 주(Week 13, 2025)에는 드라마 '약한 영웅 1(Weak Hero Class 1)'이 6위에 랭크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말레이시아처럼 모든 K-드라마가 다 흥행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자국의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상대적으로 작은 내수시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글로벌 확장은 필수 과제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의 인구를 확보한 인도는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이자 잠재력이 높은 수출 시장이다.

한국은 WAVES Bazaar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마켓을 활용하거나, 인도 현지 기업과의 공동 제작 및 유통 협력을 통해 인도 시장 진출 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아마존이 인도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 M&E 산업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할 만큼 다양한 기회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인도의 콘텐츠 산업은 이제 막 ‘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이 시장에 진입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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