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 확보할 것인가? 판매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tvN, JTBC, MBC, SBS 등 레거시 방송국과 계열 제작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국내 팬들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로 전달되면서 더 많은 작품이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큰 고민이 있다.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얻을수록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웨이브의 주주였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콘텐츠 판매량을 늘리는 등 콘텐츠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더 풍부한 지역(Local)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고, 한국 OTT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에서 발을 빼기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현상으로 플랫폼으로서 지상파의 위치와 역할은 더 약해졌고, 유료방송 시장도 더 어려워지면서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높은 제작 역량과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콘텐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글로벌 플랫폼 부재와 작은 내수 시장,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는 제작비 부담으로 인해 점점 더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제작은 많지만 보유하고 있는 IP는 점점 줄어드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는 NBC유니버설의 엄브렐러 아카데미(The Umbrella Academy)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글로벌 성공과 NBC유니버셜의 고민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2019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24년 3분기에 공개된 시즌4는 넷플릭스 구독자 유치 수익의 0.8%를 차지하며 두 번째로 큰 기여를 하면서 성공적인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The Umbrella Acadmy 시즌 1(2019)과 시즌 4(2024)

하지만, 넷플릭스에서의 성공이 NBC유니버설 자회사 유니버설 콘텐츠 프로덕션(Universal Content Productions)의 제작 역량을 증명했지만, 정작 NBC유니버설의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피콕(Peacock)은 이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Parrot Analytics는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를 넷플릭스 대신 NBC유니버설의 피콕에서 독점적으로 공개되었다면 피콕의 신규 가입자 증가에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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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가 피콕에 독점 스트리밍 됐을 경우 나타났을 예상 성과

1. 구독자 유치 기여도
- 피콕에서 신규 가입자 증가의 2.1%를 차지하며 더 오피스(The Office)의 2.5%에 근접했을 것 - 피콕 내 다섯 번째로 중요한 신규 가입자 유치 콘텐츠가 되었을 것

2. 타 플랫폼에서의 유입 효과
- 넷플릭스와 Max,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경쟁 플랫폼에서 시청자를 끌어올 가능성이 높음
-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전 시즌의 팬층이 피콕으로 이동하는 파급 효과가 예상

3. 젊은 여성층 유입
- 젊은 세대와 여성 시청자에게 강력한 매력을 발휘한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의 성과로 피콕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울 겪었던 젊은 여성 시청층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

* Parrot Analytics의 자료에 따르면,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 팬 중 61.8%가 여성이며, 39.1%는 15-24세의 Z세대이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글로벌 시청자층 분석(출처=Parrot Analytics)

패럿의 분석처럼, 피콕이 이 시리즈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면 구독자 증가 효과가 있었겠지만, 반대로 넷플릭스에서 얻는 안정적인 라이선싱 수익은 포기해야 한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넷플릭스 방영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NBC유니버설의 단기적 재정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독점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피콕의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 가입자 기반 확대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IP 독점 확보와 판매(라이선싱) 사이에서 고민이 여기에서 온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사례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문제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한국은 뛰어난 제작 역량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며 콘텐츠 IP를 모두 넘겨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게임 시즌1의 제작비가 약 20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해,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 제작비가 약 8,000만 달러 수준임을 비교하면, 한국 콘텐츠는 가성비가 뛰어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는 곧 자국의 글로벌 플랫폼이 없는 한국 미디어 산업의 성장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의 로컬 플랫폼과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2월은 오징어게임 2로 인해 한국 넷플릭스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1,298만명으로 2위인 티빙(725만명)을 크게 앞질렀다. 티빙은 프로야구 시즌인 10월을 정점으로 810만 명에서 11월 730만 명으로 약 10% 감소하더니, 12월에도 소폭 하락했다.  

NBC유니버셜의 엄브렐러 아카데미 딜레마는 한국 콘텐츠 업계에 "IP를 확보할 것인가, 판매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답을 쉽게 찾을 수는 없지만, 어떤 답을 내리냐에 따라 한국 미디어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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