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료방송사업자 컴캐스트(Comcast)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TV 광고 자동 생성 플랫폼’을 출시했다.
컴캐스트 산하의 광고 부문인 'Comcast Advertising'은 2025년 5월 20일, Waymark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반 자동 광고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광고주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웹사이트 URL만 제출하면, AI가 사이트 내 콘텐츠(로고, 이미지, 문구 등)를 자동 수집해 수 분 내 방송 가능한 수준의 광고 영상을 생성한다.
AI각 산업 전 부문에 적극 도입되면서, 방송에서도 기존 대형 브랜드 중심이던 광고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번 컴캐스트의 발표는 AI 기술 도입을 통해 ‘방송광고의 대중화(mass accessibility)’라는 화두를 본격적으로 산업 전면에 올려놓은 계기로 평가된다.

AI가 만드는 광고, 누구나 몇 분 만에 제작
기존에는 몇 주에 수개월의 제작 기간과 최소 백만 원 대에서 수 천만 원까지 소요되는 방송광고 제작 비용이, 이제 단 몇 분 만에 완성되는 시대가 되었다. 컴캐스트의 ‘TV 광고 자동 생성 플랫폼’에서 생성된 광고는 프리휠( FreeWheel) 플랫폼과 NBC유니버설의 광고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 커넥티드TV(CTV), 디지털 채널 전반으로 자동 배포된다.
컴캐스트 측은 “광고주의 의도와 브랜드 메시지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콘텐츠 특성에 따라 여러 버전의 광고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상 안에서 음성, 자막, 그래픽 스타일, 타겟 고객층에 맞는 구성 요소를 자동 조절할 수 있어, 광고주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방송광고는 대기업의 무대’라는 고정관념을 깨다
이번 플랫폼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그동안 방송광고는 높은 진입 비용과 복잡한 제작·송출 과정 때문에 대기업이나 광고대행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AI가 주도하는 자동화는 광고 제작의 민주화(대중화)를 실현하는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아칸소 주의 중소기업 ‘Metal Roofing Supply’는 이 플랫폼을 이용해 첫 TV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마케팅 책임자인 멜리사 코완은 인터뷰에서 “광고 제작 과정이 매우 단순했고, 완성된 결과물은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주목을 끌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AI를 활용한 광고 제작 도구는 단순한 편의성 제공을 넘어, 광고 자체의 진입 장벽을 제거하고 콘텐츠 경쟁력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Paramount, Charter 등도 유사 플랫폼 운영… AI 경쟁 본격화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도 ‘Paramount Ads Manager’라는 이름의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Paramount Ads Manager’는 AI 기반의 자동 광고 제작을 지원하는데, 광고주는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하거나 텍스트 설명만으로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Paramount Ads Manager’는 방송광고 뿐만 아니라 TikTok,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광고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플랫폼 역시 웨이마크(Waymark) 및 스페이스백(Spaceback)과 협력을 통해 광고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으며, Paramount+, Pluto TV 등 주요 스트리밍 채널에 빠르게 광고를 송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최소 광고 예산이 50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은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명확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미국의 통신사 차터 커뮤니케이션(Charter Communications)도 자회사 스펙트럼 리치(Spectrum Reach)를 통해 유사한 AI 광고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호주의 나인 엔터테인먼트(Nine Entertainment)와 글로벌 광고 플랫폼 타불라(Taboola)도 각각 AI 기반 자동 광고 도구를 개발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광고산업의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AI 기반 자동 광고 제작 플랫폼의 등장은 광고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갖고오고 있다. 과거에는 광고주가 아이디어를 내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기획을 하고, 촬영팀과 제작사가 수주 단위로 작업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방송사가 집행하는 다단계 구조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기획-제작-편집-배포까지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AI는 광고 효과 측정과 A/B 테스트까지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어, 더욱 정교하고 민첩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는 대형 광고주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략을 중소 광고주에게도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콘텐츠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한국은 여전히 복잡한 거래구조와 규제에 묶여 있어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AI 기반 광고 자동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방송광고 시장은 미디어랩이라는 여전히 복잡한 거래구조와 높은 진입 장벽, 규제 중심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I 활용 광고 제작 도구의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을 넘어, 미디어렙 거래 구조를 현실에 맞도록 조정하고, 지역 광고주의 플랫폼 접근성과 광고심의 자동화 시스템 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 케이블 및 IPTV 사업자들이 지역 광고 유치와 타겟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AI 플랫폼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공공성을 갖춘 기술 지원 프로그램과 규제 유연성이 병행된다면, 방송광고의 진입 문턱은 보다 낮아지고, 방송광고 산업의 새로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만든 진짜 광고혁신은 ‘기회의 평등’
컴캐스트의 시도는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광고산업에서의 권력 이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 이상 고가의 예산과 전문 인력 없이도 방송광고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본질적 혁신을 담고 있다. 특히 침체되고 있는 방송광고에 새로운 광고주를 개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방송광고는 ‘큰 돈을 갖고 대형 광고주’만의 무기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광고시장도 이에 걸맞은 제도적, 기술적 토대를 조속히 마련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