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인기 영화 배우 벤 애플렉(Ben Affleck)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 베이거스에 위치한 극장 AMC 타운 센터에 들어왔을때 자리는 이미 만원이었다.
그는 관객들이 자신의 최신 영화 ‘에어(Air)’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궁금했다.
‘에어’는 나이키 후원을 받을 유망주를 찾는 스카우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다. 다행히 사람들은 열광했다. 벤 애플릭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대사가 나오기도 전에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벤 애플릭은 이 이야기를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맷 데이먼에게 털어놨다.
그러나 데이먼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데이먼은 애플릭에게 “팬데믹 이후 수년 건 이런 종류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건 스트리밍 서비스 용 영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에 1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한 아마존은 승부를 걸었다.
자사의 스트리밍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에 상영하기 전 LA 등 미국 70여개 지역, 3,500개 스크린에 ‘에어’를 개봉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아마존이 영화 시장에 들어온 이후 가장 큰 대규모 극장 개봉이다.
[‘에어’의 극장 개봉…흥행 잠재력의 판단 기준]
뉴욕타임스가 최근 영화 ‘에어(Air)’ 를 통해 아마존의 스트리밍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최우선 시 하는 그들이 어떻게 영화를 이용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바뀌지 않았지만, 이를 위해 영화를 활용하는 전술은 변했다. 아마존은 이제 더이상 스트리밍에게만 영화를 가두지 않는다.
제니퍼 살케(Jennifer Salke) 아마존&MGM 스튜디오 대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원래 우리는 고객이 아마존 프라임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곳에 영화를 독점 제공해와 왔다”며 “그러나 이제 더 많은 오디언스를 확보해야 하고 미국 인구 전체가 프라임 멤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에어’ 를 극장에 개봉하기로 했고 사람들이 이 경험으로 프라임을 통해 나중에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살케는 향후 1년에 10~12편의 영화를 극장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영화가 ‘에어’처럼 대규모 혹은 오랜 기간 개봉되지 않겠지만 스트리밍에만 집중하던 아마존으로서는 큰 변화다. 아마존은 각 영화의 극장 개봉 전략은 흥쟁 잠재력(perceived box office potential)에 기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장 개봉이 되지 않는 다른 영화들은 여전히 프라임 비디오에 공개된다.
아마존 영화의 극장 개봉 전환은 미국 극장 업계에 매우 긍정적이다.
팬데믹 이후 미국 극장가는 여전히 어렵다. 팬데믹 당시 급락했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극장가의 연간 박스 오피스(티켓 매출)는 팬데믹 이전보다 25% 떨어졌다. 극장들의 영업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 2위 극장 체인인 리걸 시네마(Regal Cinema)는 30개가 넘는 지점을 폐쇄하고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밀워키에서 영화 엔터테인먼트와 숙박 비즈니스를 연구하는 마커스 코퍼레이션(Marcus Corporation)의 CEO 조지 마커스는 인터뷰에서 “이 움직임은 단지 ‘Air’를 상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며 ““더 중요하고 더 큰 스토리는 극장에 개봉할 것이고 또 다른 영화들은 아닐 것”이라며 “이에 영화의 성공은 전체 개봉 수익에 대해 판단되어야 하며 콘텐츠 개봉 수명동안 벌어들이는 수익(극장, 스트리밍 등 포함)을 모두 포함해 집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의 바꾼 영화관의 현재]
팬데믹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과 소비자 시청 습관도 VOD로 옮겨갔다. 할리우드도 영화관의 가치에 대해 재평하기 시작했다. 신작 영화를 본다는 개념보다는 ‘영화의 시청 가치’를 느끼는 곳으로 전환됐다. 2022년 흥행 데이터를 볼 때 ‘탑 건: 매버릭’ 등 극장에서는 여전히 대작 영화와 슈퍼히어로는 먹힌다.
에어의 흥행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과거의 향수(이 영화는 1980년대 배경)를 느끼게 하는 성인 대상 영화도 먹힌다는 사실이다. 아마존이 화제를 만들자, 애플(Apple) 역시 일부 작품의 극장 개봉을 준비 중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 Killers of the Flower Moon’과 리들리 스콧의 ‘Napoleon’을 극장에서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의 극장 개봉 가세는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동안 자신들의 작품이 스트리밍에서만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영화 제작자들도 이제 아마존의 트랙을 따를 수 있다. 먼저 극장에 개봉한 뒤 스트리밍에 공개되는 공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에어의 개봉 첫주 실적을 1,600만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극장은 좋은 경험의 장소]
벤 애플렉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일부 영화는 극장에서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이런 경제가 작동한다면 아마존을 선두로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움직일 것”
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아마존 스튜디오 대표 제니퍼 살케는 영화가 아닌 TV 전문가다.
오랜 기간 NBC TV 스튜디오에 근무했던 살케는 2018년 아마존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이때 그녀는 영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부임 초기 살케는 201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5개의 영화를 5,000만 달러를 주고 판권을 구입했는 ‘Late Night’, ‘Brittany Runs a Marathon’ 등의 흥행 실적은 좋지 않았다. 이후 아마존은 ‘Manchester by the Sea’ , ‘The Big Sick’ 등의 영화에도 투자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급기야 아마존은 영화의 극장 개봉에서 철수한다. 2019년 10월 아마존은 신작 영화 ‘The Aeronauts’을 극장에서 2주일만 상영한 뒤 스트리밍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영화를 만들지만 더 이상 극장 개봉 성적에 목을 매지 않은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을 위한 조치였다. 당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고객은 1억 명이었는데 치열해지는 스트리밍 시장 경쟁에 더 많은 힘을 주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살케의 부담은 마케팅 비용이었다. 살케 대표는 “영화는 마케팅에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됐다”며 “우리가 프라임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면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영화의 극장 개봉이 프라임 구독자 확보에 큰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MGM인수 이후 바뀐 아마존의 영화 정책]
아마존의 영화 전략은 영화 스튜디오 MGM 인수 이후 조금씩 궤도를 수정한다. 영화가 단순히 프라임 회원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별도 상품으로 육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이 2021년 100년 스튜디오 MGM을 85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 MGM 작품들이 아마존 프라임 웹사이트의 구색 맞추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MGM은 아마존 아래 신규 작품들을 연이어 만들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등 유명 감독의 신작에 투자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에 방송될 영화에도 적극적으로 돈을 썼다.
특히, ‘Coming 2 America와 ‘The Tomorrow War’ 등과 같이 팬데믹 기간 동안 아마존이 확보한 영화들이 스트리밍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살케는 인터뷰에서 “이런 영화들의 성공은 우리의 영화 전략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MGM인수 이후 많은 영화 전문가들이 MGM을 떠났지만, 아마존의 영화 전략은 업그레이드됐다. 아마존의 영화 전략을 2023년 3월 초 복싱영화 ‘크리드 III’의 개봉으로 정점을 찍었다. 미국과 캐나다 북미 지역에서 개봉 첫 달 1억 5,000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살케는 아마존과 MGM의 영화 부문에서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아마존과 MGM의 영화 전략을 담당하는 코트네이 발렌티(Courtenay Valenti) 대표는 주요 내용을 살케에 보고한다. 발렌티는 오랜기간 워너브러더스에서 근무했다.
‘에어’의 극장 개봉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에’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수가 이 영화의 모델인 실제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본적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다. 심지어 영화는 장면 상당수를 경기장 이 아닌 실내에서 진행핸다. 아마존 스튜디오 마케팅 담당 수 크롤(Sue Kroll)은 영화 흥행을 자신했다. 그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에어는 관객을 다른 레벨로 데려가 줄 것”이라며 “영화는 매우 재미있고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어에서 맷 데이먼은 선수 스카우트 소니 바카로(Sonny Vaccaro) 역할을 맡았다. 소니 바카로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을 미래 농구 스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신참 농구 스카우트다.
‘에어’에 이어, 아마존은 가이 리치(Guy Ritche)의 MGM 영화 ‘The Covenant’를 개봉한다. 2023년 9월 15일 아마존은 젠다야(Zendaya)가 테니스 코치로 출연하는 MGM 영화 ‘Challengers’를 개봉한다. 또 아마존이 2022년 칸에서 판권을 사들인 영화 ‘Promising Young Woman’도 가을 극장 공개가 예정돼 있다.
[아마존의 오리지널의 위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영화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진이다.영화는 오리지널의 부족함을 가려줄 무기다. 패럿애널리스틱스의 분석 결과 2022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수요는 1.83배에 불과했다. 애플 TV+가 4.17배의 수요를 얻는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아마존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콘텐츠에 따라 시장 인기가 들쪽 날쭉이다.
아마존 역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성과와 관련, 제한적인 자료만 공개한다.
그러나 할리우드 리포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의 야심작 TV판 ‘반지의 제왕’인 ‘힘의 반지( The Rings of Power)’ 시청자 중 37%만이 시리즈 에피소드를 모두 본 것(domestic completion rate)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경우 완료율은 45% 정도였다. 현재 힘의 반지는 시즌2가 제작 중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률에서 아마존은 넷플릭스의 한 참 밀린다. 2022년의 경우 넷플릭스는 톱 10 오리지널 스트리밍 시리즈 전체를 장악했다. 11위는 아마존의 ‘보이즈(The Boys)’였으며 ‘힘의 반지’는 15위였다. 2021년에는 시청률 15위 중 아마존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1년에 166억 달러(2022년)를 콘텐츠 투자비로 쓰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당히 상하는 데이터일 수 있다.
결국 아마존의 오리지널의 성공은 그들에게 상당히 중요하지만, 영화의 성공(극장에서)은 아마존의 영향력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아마존 스튜디오 작품들이 보다 많이 극장에서 개봉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