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그레이트 리번들링 시대 개막]…하드 번들이 온다

글로벌 1위 콘텐츠 기업 디즈니(Disney)의 2023년 4~6월 실적 발표에서는 특이한 점이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프리미엄(광고 없는) 월 이용 가격을 27%나 인상(10.99달러에서 13.99달러)하면서 ‘디즈니+와 훌루(Hulu)’의 광고 지원 번들 가격은 10.99달러로 유지한 것이다.

10.99달러 번들(bundle, 묶음 상품)은 가장 인기가 많다.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광고 지원 번들 구독자 확대를 기대하며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 번들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와 다른 데이터를 참조해  스트리밍 번들 시장 개막을 집중 분석한다.

[소프트 번들과 하드번들]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리번들링(Bundling)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과거 통신, 케이블TV회사 처럼 번들링에 주력한다는 의미의 용어다. 현재는 스트리밍 리번들링 시대에 돌입했다. 편의 상 번들링으로도 부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번들링은 크게 두 방향이다. 소프트 번들과 하드 번들이다.

소프트 번들(Soft Bundle)은 스트리밍 통합하는 대신, 2개 이상 구독할때 할인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이에 반해 하드 번들(Hard Bundle)은 아예 스트리밍 앱들을 하나의 인터페이스에 통합하는 것이다.

소프트 번들의 대표인 ‘광고 지원 디즈니+ 훌루 번들’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하나의 앱으로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하드 번들(Hard Bundle)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파라마운트+(Paramount+)를 또 다른 스트리밍 쇼타임(Showtime)과 통합해 ‘파라마운트+쇼타임 앱’을 출시할 것라고 밝혔다.

파라마운트+쇼타임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역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와 훌루를 합치는 ‘원 앱 경험(One app experience)’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아직 디즈니의 통합은 하드 번들은 아니다.

현재까지는 메이저 스트리밍 중 유일하게 디즈니만 소프트 번들(Soft Bundle) 판매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하드 번들을 기획하고 있다. 2023년 말 HBO MAX에 디스커버리+(Discovery+)를 통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프트 번들 전략은 디즈니 내에서 가장 잘 먹히고 있다.  2023년 1분기 기준 미국 디즈니+와 훌루 가입자의 절반 가량이 번들 상품(2개)을 구독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디즈니는 트리플 번들까지 제공하고 있다.

ESPN+,훌루, 디즈니+까지 3개 서비스를 함께 구독하는 ‘트리플 번들은 매년 가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 디즈니 번들은  이탈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안테나(Antenna)에 따르면 번들 상품 구매자는 이탈율이 가장 낮다. 2023년 4~6월 분기 역시, 디즈니+의 미국 내 가입자는 4,600만 명이다.

미국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번들 구독자(안테나)

[하나의 앱, 하나의 비용 ‘운영 비용 절감’]

스트리밍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투자자들은 가입자 확보보다 수익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하드 번들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두 앱을 합칠 경우 수백만 달러의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중복 콘텐츠 제거를 통해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다른 두 사업자가 하드 번들을 만들 경우 사실상 합병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을 봤을 때 하드 번들로의 전환은 놀랍지 않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스트리밍 알 라카르테( à la carte options)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알 라 카르테 시대가 좋지만 않았다.

소비자들의 선택 피로도를 높이고 이용료도 높아졌다.

닐슨이 2022년 10월 미국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는 시간이 평균 11분 이상 걸렸다, 이는 2019년보다 52% 증가한 것이다. 콘텐츠 양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특정 콘텐츠를 보려면 해당 스트리밍 찾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트리밍 시청 습관(하나의 콘텐츠 소비 경향)

조사 회사 삼바TV(Samba TV)가 스마트TV를 보유한 미국 3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콘텐츠 탐색과 시청자 유지(viewer retention. 해지하지 않고)에는 큰 상황 관계가 있었다.

상위 50개 프로그램 중 단지 하나의 시청 점유율이 높은 유료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한달 후에는 절독할 가능성이 높았다. 원하는 시리즈만 보고 이탈한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시리즈만 보고 절독한 구독자 55%가 다른 콘텐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한 개의 슈퍼앱이 있다면(자신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모두 소비하는)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드 번들은 가능하다면 유료 스트리밍 포화시대, 비용 줄이고 선택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스트리밍 번들에 대한 관심(버라이어티)

[디즈니+와 훌루의 통합 가능성 높아져]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디즈니+, 훌루, ESPN+를 모두 서비스하면서 번들 가입자들에게는 원 앱 경험(One app experience)을 독자들에게 주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최종적으로 소프트 번들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번들 구독들에게는 하나의 앱에서 3개 서비스를 볼 수 있는 UI와(원 앱 경험)과 아예 통합하는 것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앱 경험은 복잡해 보이지만, 구독자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원 앱을 넘어 할인된 가격(두 개를 구독하는 것보다)으로 두 서비스가 합쳐진다면, 선택은 더 쉬워진다. 디즈니가 디즈니+와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를 통합하지 않을 이유는 별로 없다.

디즈니의 3개 스트리밍 서비스가 합쳐진다면, 그야 말로 슈퍼앱이 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와 엑센추어가 미국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0월 조사한 결과 응답자  86%가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싱글 플랫폼’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에서 통합 번들링 혹은 원 앱 서비스 가능성]

조사가 한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경제적인 선택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다를리 없다. 티빙과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가 하나의 서비스에 제공된다고 가정한다면 소비자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합병이든 통합 서비스이든 소비자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사업자들도 중복 투자와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쉬운 문제는 아니다. 통합 번들링 가격 문제나 향후 화학적으로 합친다면 운영 주체나 합병 방식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시장만을 보고 통합에 나선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통합을 하더라도 한국 콘텐츠가 계속 공급된다면 넷플릭스와의 경쟁 양상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이나 번들링 이후 사업자들의 스탠스다. 투자나 해외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 서비스를 묶어 통합 한다면 미래는 없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K콘텐츠 하드번들을 제공할 경우 승산이 있을 수 있다. 한다면 통합과 투자 문제는 다른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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