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의 실패…미궁에 빠진 ‘디지털 콘텐츠 수익 모델’

온라인 저널리즘의 시대를 개척했던, 버즈피드(Buzzfeed)가 뉴스룸을 폐쇄한다.

디지털 광고 감소로 인한 온라인 뉴스 미디어의 불황을 버즈피드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인터넷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한 때 인쇄 매체를 위협했던 버즈피드의 예기치 못한 죽음이다. 버즈피드의 죽음은 또 저널리즘의 미래가 디지털에 있다고 말했던 이들에게도 충격이다.

[버즈피드 뉴스, 10년 천하 마감]

버즈피드 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이었던 2011년 설립됐다. 이때부터 버즈피드는 소셜 미디어에서 가벼운 뉴스와 심각한 소식 사이를 오가며 바이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정 분야에 순위를 매기는 리스티클(listicle)이라는 뉴스 형식도 만들어 클릭을 유도했다. 이는 조나하 페레티가 2006년부터 시작한 일종의 인터넷 실험 관행을 반영한 것이다.

뉴스룸 운영은 사이트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날카로운 보도로 외부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에 해외 브랜치를 설치하고 탐사 저널리즘에도 투자했다. 버즈피드의 성공은 레거시 미디어들도 긴장시켰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뉴스 등도 버즈피드를 보면서 파괴적인 혁신을 찾아나섰다. 뉴스룸들은 버즈피드가 온라인에서 독자들을 설득시켰던 방식으로 자신들의 구독자에게 다가기도했다.

성과와 별개로 버즈피드의 뉴스 부문의 패인은 수익화 실패다. 구독, B2B 등이 아닌 디지털 광고에만 의존했던 매출은 완전하지 못했다. 소셜 미디어 트래픽은 전세계에서 고용했던 기자들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전직 버즈피드 에디터이자 뉴욕타임스 미디어 전문기자였던 벤 스미스(Ben Smith)는 버즈피드의 뉴스룸 폐쇄를 가장 가슴 아파했다. 그는 2020년 버즈피드를 떠났고 뉴욕타임스를 거쳐 현재 글로벌 미디어 세마포(Semafor)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벤 스미스는 “나는 버즈피드가 성취했던 업무들에 대해 너무 자랑스럽다. 그러나 이 전체 미디어의 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셜 미디어와 뉴스의 결혼 생활은 이제 끝”이라고 강조했다.

뉴스룸 폐쇄로 영향을 받는 직원은 전체 1,200명 중 60명 정도다.

이 중 일부는 회사에 다른 업무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즈피드는 뉴스룸 폐쇄와 함께, 다른 라운드의 정리해고도 준비하고 있다. 창업주인 조나 페레티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2023년 4월 20일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버즈피드는 영업, 콘텐츠, 테크, 행정직 등에 걸쳐 120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즈피드의 이번 결정은 디지털 미디어 회사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디지털이 미디어의 미래로 보여줬던 2000년대 초반 버즈피드, 복스 미디어(Vox Media), 바이스(Vice) 등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컴캐스트와 같은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이전의 높은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다.

뉴욕매거진, 버지(The Verge) 등을 보유하고 있는 복스(Vox)는 2023년 1월 전체 직원 중 7%를 감원했다.

물론 팬데믹 이후 불어닥친 경기 불황 때문이다. 바이스는 수 차례의 매각 시도에도 매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복스는 2017년 57억 달러의 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 미디어 인사이더 역시 대공황을 피하지 못했다. 20일 인사이더는 미국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한다고 밝혔다.

[빅테크 이용한 버즈피드, 빅테크에 당해]

버즈피드는 오디언스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빅테크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버즈피드는 검색에 잘 걸리게 하기 위해 대담한 얼굴 카피를 썼고 온라인 대화 기능도 도입했다. 일부 레거시 미디어 경쟁자들은 ‘온라인 독자들의 습성’을 파악하는 버즈피드의 전략을 카피했다.

그러나 메타, 알파벳, 바이트댄스 등 빅테크들은 버즈피드를 괴롭했다. 빅테크들이  온라인 오디언스를 집적 모았고 버즈피드와 같은 작은 회사에는 적은 비중만이 할애됐다. 디지털 광고주들은 언론사 대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Tiktok)에도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라팟 알리 디지털 미디어 회사  스키프트(SKift)의 창업주 이자 대표인 라팟 알리(Rafat Ali)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버즈피드의 실패는 뉴스룸들에게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쓸모 없는 것으로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회용 미디어의 시대가 왔다(The age of disposable media is here)”며 “소셜 미디어 유행하는 트렌드에  기반해 미디어 기업을 세울 경우, 트렌드가 끝나면 비즈니스도 그렇고 회사도 망가진다”고 강조했다.

메모에서 페레티 CEO는 자신이 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뉴스룸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광고를 통해서는 뉴스스룸을 운영할만한 수익을 달성할 수 없었다.  페레티 CEO는 “나는 실수로부터 많이 배웠다”며 “앞으로 변화가 개선을 한다면 더 좋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즈피드는 뉴스를 중단하지만, 페레티의 실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버즈피드는 2020년 인수한 또 다른 디지털 미디어 허프포스트(Huffpost)를 통해 뉴스를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페레티는 메모에서 “허프포스트는  여전히 수익성이 있으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부터 독립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회사는 수익성이 입증된 부분만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빅테크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 이른바 빅5(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는 2022년 총 15조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빅테크도 성장률이 느려지고 있지만 시장 지배력은 유지하고 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메타와 구글은 미국 전체 디지털 광고 매출(U.S. digital ad revenue)에 60.6%를 차지했다. 1년 전 61.6%에 비해 점유율은 낮아졌지만, 전체 디지털 광고 매출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지배력은 더 크다. 물론 메타와 구글이 비운 자리는 디지털 뉴스미디어가 아닌 틱톡와 아마존 등이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 매출 톱 10(매출 기준, 버라이어티)

[뉴스 비즈니스는 정말 가치 투자인가?]

그렇다고 버즈피드가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버즈피드의 조나 피레티는 1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협력해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조나 페레티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2023년에 AI에서 영감을 받은 콘텐츠가 R&D(연구개발) 단계에서 핵심 비즈니스로 이동할 것”이라며 “AI로 퀴즈 기능을 향상시키고 콘텐츠 브레인스토밍과 개인화 부분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버즈피드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2023 행사에서 AI를 탑재한 ‘인플루언서 게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특히, 기사에는 AI를 투입하지 않는다고 말해 더 신뢰를 얻었다.

디지털 뉴스의 경제적 어려움은 최근 수년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벤 스미스는 출시 예정인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에 관한 책 ‘트래픽(Traffic)’에서 “버즈피드 뉴스는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이 계속됐다”고 털어놨다. 뉴스의 방향과 관련 2019년 버즈피드는 뉴스 노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벤 스미스는 책에서 “나는 조나하에게 뉴스 비즈니스는 순전히 숫자로만 평가되지 않는다는 말한 것을 후회한다”며 “ 조나하는 뉴스 부문에서 1억 달러 손실을 봤을 때도 이에 대해 비난한 사람들에 대해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버즈피드 뉴스는 미래 정치와 탐사 보도 기자들에게는 등불이었다. 레거시 미디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취재하며 오디언스를 설득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즈피드는 2021년 미국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부를 수 있는 퓰리처 상을 2021년에 받았다. 중국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무슬림들에 대한 리포트를 위성 이미지를 사용해 보도한 역작이었다. 탐사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의 장점이 합쳐진 대작이었다. 2017년에도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finalist)에 올랐지만 경쟁사들로부터 전통적인 규칙을 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버즈피드(Buzzfeed)는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J. 트럼프에 관한 탐사보도를 진행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보도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확인되지 않은 문서를 공개하기로 한 회사의 결정에도 많은 비난에 쏟아졌다. 하지만, 버즈피드와 당시 편집장인 벤 스미스는 대중이 알아야할 정보라며 공개를 밀어붙였다.

버즈피드와 당시 편집자인 스미스는 대중들이 워싱턴에서 최고 권력 수준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이 결정을 옹호했다.

같은 해 버즈피드 뉴스는 러시아 테크 기업 임원 도르시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버즈피드가 이 뉴스를 보도(트럼프와 러시아 정부가 연관이 있다)하면서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버즈피드는 소송에서 승리했다. 스미스 대표는 2023년 4월 20일 디애틀랜틱에 쓴 글에서 당시 이 보도 결정을 다시 한번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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