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short)폼을 통해 긴(long) 체류 시간을 경쟁하는 릴스와 틱톡… 기술과 콘텐츠의 경쟁
메타(Meta)의 인스타그램과 바이트댄스(ByteDance)의 틱톡(TikTok)은 지금 전 세계 소셜미디어 생태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숏폼은 단순한 짧은 볼거리의 의미를 넘어 플랫폼 전체의 체류 시간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메타(Meta)의 인스타그램과 바이트댄스(ByteDance)의 틱톡(TikTok)은 지금 전 세계 소셜미디어 생태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짧은 영상(숏폼)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 몰입 전략을 내세우며,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15초, 30초 남짓의 짧은 영상이지만, 그 영상들이 이어지고 연결되는 순간 사용자는 10분, 30분, 심지어 한 시간을 훌쩍 넘겨 플랫폼 속에 머무른다. 숏폼은 단순한 짧은 볼거리의 의미를 넘어 플랫폼 전체의 체류 시간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 ‘Link a Reel’로 시리즈 전략 강화
인스타그램은 2025년 8월, 새로운 기능인 ‘Link a Reel(릴스 연결하기)’을 전격 도입했다. 이 기능은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제작한 릴스를 서로 연결하여 일종의 에피소드 시리즈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한 편을 본 뒤 후속 영상을 찾으려면 크리에이터 프로필을 뒤져야 했지만, 이제는 연결된 릴스가 자동으로 묶여 노출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편을 이어보게 된다. 이는 곧 체류 시간의 증대와 직결된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가 이미 플레이리스트·시리즈 기능을 통해 이용자의 ‘연속 시청’을 유도한 것처럼, 인스타그램도 뒤늦게 이 흐름을 따라잡으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측은 해당 기능이 “이용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숏폼 콘텐츠가 단발적 소비가 아니라 연속적, 서사적 소비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튜브는 이미 오래전부터 플레이리스트(Playlist) 기능을 숏츠에도 적용하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같은 주제의 짧은 영상을 묶어두면, 시청자는 첫 영상을 본 뒤 자동으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며 자연스럽게 연속 시청을 이어가게 된다. 예컨대 ‘여행 브이로그 1~5편’이나 ‘요리 레시피 순서별 영상’을 한데 묶어두면, 이용자는 채널을 탐색하지 않고도 일련의 콘텐츠를 몰입해 소비할 수 있다. 이는 유튜브가 숏폼 시장에서도 ‘채널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틱톡은 2023년 도입한 ‘시리즈(Series)’ 기능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크리에이터가 여러 영상을 하나의 묶음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최대 80개까지 포함할 수 있다. 단순히 관련 영상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일부는 무료·일부는 유료로 설정할 수 있어 직접적인 수익화 수단이 된다. 예컨대 ‘메이크업 튜토리얼 10편 묶음’을 시리즈로 구성하면, 시청자가 순차적으로 학습하듯 영상을 보면서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틱톡은 이 기능을 통해 시청 몰입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메타와 바이트댄스, 수익 모델의 차이
숏폼 경쟁은 단순히 이용자의 시간을 붙잡는 것을 넘어, 광고 시장과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 메타(Meta)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압도적인 광고 매출을 기반으로 2025년 상반기 매출 898억 3천만 달러(약 124조 9,018억 원)을 기록했다. 메타는 여전히 글로벌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광고 단가 역시 다른 플랫폼 대비 높은 편이다.
반면 바이트댄스는 매출 규모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업계 추산에 따르면 틱톡의 연간 매출은 1860억 달러(약 258조 6,209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월간 사용자 수로 환산하면 사용자 1인당 매출은 메타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틱톡이 짧은 시간 동안 높은 광고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숏폼 중심의 체류 경쟁은 단순히 ‘사용자 시간을 누가 더 많이 잡는가’가 아니라, ‘체류 시간당 얼마의 수익을 창출하는가’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 규모와 성장률
숫자만 놓고 보면 메타가 여전히 우위다. 페이스북은 21억 명, 인스타그램은 15억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보유하고 있다. 틱톡은 11억 명 수준으로 뒤처져 있지만, 성장률에서는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33%라는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한 틱톡은 이제 글로벌 소셜미디어 판도를 흔드는 존재가 되었다.
다만 최근 들어 성장세는 둔화되는 분위기다. 인스타그램은 4.4% 성장, 틱톡은 4.6% 성장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페이스북은 0.3% 성장에 그쳤다. 이 수치는 성숙기 플랫폼과 신흥 플랫폼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숏폼 중심의 경쟁이 이제 정체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는 게임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
숏폼 전쟁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콘텐츠 포맷과 다양성이다. 틱톡은 ‘스토리타임’, ‘요리 레시피’, ‘댄스 챌린지’, ‘밈(meme)’ 등 특정 문화 현상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친화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콘텐츠에 강점을 두고 있다. 이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가 어떤 플랫폼을 선호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릴스 시리즈화 기능은 크리에이터가 단발적 조회수를 넘어서, 에피소드 단위로 팬덤을 축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틱톡은 알고리즘에 의존하면서 이용자가 개별 크리에이터를 오래 따라붙는 구조보다는 순간적 히트와 빠른 소모의 성격이 강하다. 두 플랫폼의 체류 시간 경쟁이 단순한 기술 싸움을 넘어, 콘텐츠 소비 문화의 차이로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숏폼 경쟁이 만드는 미래
향후 숏폼 시장의 향방은 ‘짧지만 오래 머무르게 하는 힘’을 누가 더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스타그램이 시리즈화를 통해 이용자의 자발적 몰입을 유도한다면, 틱톡은 초개인화 알고리즘으로 강제적 몰입을 만든다. 어느 쪽이든 이용자는 더 오래 머무르고, 광고주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궁극적으로 숏폼은 더 이상 단순한 짧은 영상이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의 시간을 상품화하는 수단이며, 메타와 바이트댄스는 이를 두고 기술과 콘텐츠, 문화와 수익의 다층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숏폼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디지털 미디어의 주류가 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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