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떠나는 저널리스트들의 새로운 실험
유튜브가 저널리스트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고 있다. 전통 방송국을 떠난 언론인들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직접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독립적인 길을 모색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저널리스트의 탈방송화'는 미디어 구조 자체의 변화이자 저널리즘의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유튜브가 저널리스트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고 있다. 전통 방송국을 떠난 언론인들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직접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독립적인 길을 모색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저널리스트의 탈방송화'는 미디어 구조 자체의 변화이자 저널리즘의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돈 레몬(Don Lemon)의 디지털 전환기
돈 레몬(Don Lemon)은 2023년 CNN에서 퇴사한 대표적인 뉴스 앵커 중 한 명이었다. 2006년에 CNN에 입사해 2023년 4월에 퇴사한 17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던 그는 퇴사 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다시 초보자로 돌아갔다.
대형 스튜디오 대신 벽난로 앞 거실이 더 효과적이었고, 뉴스보다는 오히려 해설과 논평이 요구되는 플랫폼에서 새로운 콘텐츠 전략을 배워야 했다. 일론 머스크와의 인터뷰로 계약이 파기되며 위기를 맞았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 그는 7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서브스택(Substack)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돈 레몬의 사례가 불러온 연쇄 반응
레몬의 성공은 수많은 언론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MSNBC의 조이 리드(Joy Reid), NBC의 척 토드(Chuck Todd), CNN의 짐 아코스타(Jim Acosta) 등도 서브스택 뉴스레터, 팟캐스트, 유튜브 쇼 등으로 전향했다. 심지어 이들을 하나의 우산 아래 묶으려는 '노우스피어(Noosphere)' 같은 새로운 벤처 회사도 등장했다. 그들은 더 이상 방송국의 틀 안에서만 뉴스 전달자가 아니다. 각자의 플랫폼에서 스토리텔러(storyteller)이자 브랜드 제작자인 셈이다.

성공 조건과 실패 리스크
저널리스트의 디지털 이주는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콘텐츠의 질, 독창성, 플랫폼에 맞는 전달 방식, 알고리즘의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도널드 레몬(Don Lemon)은 "모든 포스트는 하나의 뉴스 스토리다"라고 말하다. 매일 콘텐츠를 올리고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 '육체노동'을 강조한다. 레몬의 제작 파트너 조너선 월드(Jonathan Wald)는 "머스크 사건이 오히려 레슨이었다"며, 실전에서 체득한 실패와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디지털 공간은 전통 매체와 달리, 즉각적인 반응성과 지속적인 출력을 요구한다. 방송에서는 하루 한두 번 등장하던 저널리스트가, 유튜브나 서브스택에서는 매일 혹은 주간 단위로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기사 작성이 아니라, 편집, 디자인, 마케팅, 커뮤니티 관리까지 아우르는 복합 노동이다.
저널리스트들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때문이다. 과거의 명성만으로 팬덤이 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 나아가 유튜브에서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일정한 규모의 유료 구독자나 광고 후원자가 없다면, 저널리스트 개인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존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존 싸움이 된다. 이 과정을 '하나의 사업을 키우는 일'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매일 돌보지 않으면 바로 외면받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기성 언론사도 뛰어 들고 있는 디지털 생태계
기존의 언론사들도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NBC는 기자 중심의 짧은 영상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CNN도 디지털 구독 모델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시도는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CNN은 유튜브 스타 케이시 나이스타트(Casey Neistat)와 2,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14개월 만에 결별했다. 개인 창작자 중심 모델은 대규모 방송사의 운영 방식과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폭스 뉴스는 레거시 미디어 중 드물게 크리에이터 중심 전략을 전면화하고 있다. 인디 콘텐츠 제작사인 레드시트벤처스(Red Seat Ventures)를 인수하고, 투비(Tubi)를 통해 보수 성향 창작자들의 영상을 대거 유통하고 있다. 메긴 켈리(Megyn Kelly), 데이브 포트노이(Dave Portnoy) 등의 콘텐츠는 개인 활동 차원을 넘어 폭스 뉴스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순환된다.
한국의 정치 유튜브 생태계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2025년 8월 기준, 유튜브 상에서 정치 성향을 뚜렷이 드러낸 저널리스트·시사 채널들이 폭발적인 구독자 수를 기록 중이다.
대표적으로 '매불쇼'(270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222만), '스픽스'(151만), '새날'(113만) 등 진보 성향 채널과, '배승희TV'(166만), '신의한수'(163만), '신인균의 국방TV'(152만), '고성국TV'(129만), '성창경TV'(120만), '이봉규TV'(97만) 등 보수 채널이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TOP10 채널에 진보 성향의 채널이 평균 구독자 수는 더 많지만, 채널 수로는 보수 채널이 더 많은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콘텐츠의 정치적 선명성, 편집의 자율성, 팬덤 기반 수익 구조 등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과 맞아 떨어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들 채널은 강한 진영성을 띠면서, 알고리즘 상 극단적 발언일수록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노출을 확대되는 구조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언론 생태계의 균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존 방송은 영향력을 잃고, 플랫폼은 정제되지 않은 뉴스로 가득 차며, 수용자는 더욱 분열된 정보 공간 속에 방치된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진정한 신뢰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저널리스트의 탈방송화는 생존 전략이자 동시에 새로운 위기의 서막일 수 있다.
탈방송화 이후의 저널리즘
저널리스트들의 탈방송화는 수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콘텐츠 소비의 플랫폼은 이미 바뀌었고, 뉴스 이용자들은 더 이상 방송 뉴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는 관심 있는 저널리스트의 채널을 '구독'하고, 댓글과 후원을 통해 직접 피드백을 보내며, 콘텐츠를 함께 '소비-공유-확산'한다. 더 이상 저널리스트는 방송국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미디어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의 성공 조건은 단순한 유명세가 아니다. 꾸준한 소통, 독창적인 시선, 검증된 정보력, 그리고 플랫폼 운영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이제 기자는 기획자이며, 마케터이자 사업가이며, 해설자이자 창작자이다. '저널리스트의 탈방송화'는 기자 개인의 여정이기도 하지만, 언론 구조의 총체적 변화를 반영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그 끝에 어떤 저널리즘이 도달하게 될지는, 아직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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