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경제...'268조 원'의 시대

2024년, 미국 GDP의 18%는 디지털 부문에서 창출됐다. 2008년 2%에 불과하던 이 수치는 16년 만에 9배 성장한 것으로, 하버드비즈니스스쿨과 IAB(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의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는 더 이상 ‘부가적인 산업’이 아닌 미국 경제의 중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 중 크리에이터 경제는 1850억 달러(약 268조 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로 성장하며, ‘차세대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폭발적 성장...GDP 비중 18%, 고용 2,840만 명

디지털 부문의 급성장은 단지 산업 규모의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고용 측면에서도 2008년 300만 명이던 디지털 산업 종사자는 2024년 2,840만 명으로 약 9.5배 증가했다. 특히 이 중 크리에이터, 즉 유튜버·틱톡커·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등을 포함한 디지털 창작자들은 전체 디지털 종사자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풀타임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히 개인 콘텐츠 생산에 머물렀던 이들이 이제는 미디어 기업을 운영하고, 콘텐츠 제작부터 브랜드 운영, 투자 유치까지 나서는 진정한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출처 : IAB AND HARVARD BUSINESS SCHOOL)

크리에이터, 이제는 하나의 기업

대표적으로 유튜브 스타 ‘미스터비스트(MrBeast)’는 4억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와 1억 8,800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기반으로, 초콜릿 브랜드 ‘피스터블스(Feastables)’, 스낵 브랜드 ‘Lunchly’, 가상 레스토랑 ‘MrBeast Burger’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수익만 8,20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기록한 그는 단순한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다각화된 미디어 그룹 CEO에 가깝다.

미스터 비스트의 Featables 초콜릿
(출처 : MrBeast 2 유튜브)

이처럼 수많은 창작자들이 브랜드 운영, 상품 투자, 스튜디오 건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튜버 ‘다르 만(Dhar Mann)’은 LA에 125,000평방피트 규모의 제작 캠퍼스를 설립해 2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했고, 뷰티 인플루언서 ‘알릭스 얼(Alix Earle)’은 탄산음료 브랜드 ‘팝피(Poppi)’의 지분을 인수하며 기업가로 활동 중이다. 크리에이터 고하르 칸(Gohar Khan)은 자신의 아파트를 스튜디오로 개조하고 직접 콘텐츠 팀을 고용하며 제작 인프라를 내재화하고 있다.

창작 생태계의 성숙...플랫폼-에이전시-광고주의 삼각 연합

크리에이터들이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된 플랫폼 수익 구조와 전문 에이전시의 성장, 그리고 광고주의 본격적인 투자 전환이 있었다. 유튜브는 구독자 1,000명 이상이면 광고 수익 배분을 허용하고 있다. 틱톡과 스냅챗 역시 일정 팔로워 수를 넘으면 창작자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독 기반 수익 모델과 숏폼 후원 콘텐츠도 활성화되며 수익원이 다변화되고 있다.

한편, 대형 에이전시들도 M&A를 통해 창작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옴니콤(Omnicom)은 인터퍼블릭그룹을 인수하며 크리에이터 캠페인 운영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높였고, 광고주들은 이와 같은 정교한 인프라에 힘입어 더 많은 예산을 디지털 창작자에 배정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대비 2024년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예산은 평균 9% 증가했고, 그 중 24%가 크리에이터 협업에 쓰였다.

미디어가 된 개인...‘IP 생산자’로의 진화

과거에는 바이럴 콘텐츠 하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창작자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자체 콘텐츠 캘린더를 운영하며 에피소드 단위로 시리즈를 기획하고, 시즌제를 염두에 둔 제작 전략을 펼친다. 일정한 스케줄을 통해 안정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구독·광고·IP 파생 수익을 연결시키는 구조는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제작사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변화는 여전히 측정 지표의 부재, 수익 편차, 불안정한 플랫폼 정책 등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닐슨과 같은 표준화된 시청률 지표가 없다는 점은 광고주에게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부 플랫폼의 알고리즘 변화는 창작자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이 지적하듯, 이제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1인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핵심 축이자, 미국 GDP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고용 창출자이다. 골드만삭스는 크리에이터 산업이 2027년까지 4,800억 달러(약 70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전통 미디어 산업을 넘어서려는 결정적인 흐름으로 해석된다.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한국도 더 이상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기반 콘텐츠 창작은 이미 방송, 교육, 커머스, 지역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과 산업 기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창작의 질’과 ‘기획력’ 면에서는 강점을 지니지만, IP 권리 구조나 수익 배분 면에서는 여전히 약자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히 ‘개인 방송’이 아닌, 하나의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

AI 도구를 활용한 제작 자동화, 플랫폼 기반 수익 안정화, 정책적 세제 지원, 그리고 IP 유통·브랜딩에 이르는 전주기적 생태계 설계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단지 젊은이들의 ‘부업’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한국이 어떻게 탈 것인가는 우리 문화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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