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숏 드라마(short dramas, microdrmas) 앱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매출 약 33억 달러(약 4조 7,850억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운로드 건수는 2억 5,900만 건으로, 전 분기 대비 64%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디지털 콘텐츠 분석 기관인 DataEye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중국 내 숏 드라마 소비는 전 분기 대비 23% 늘었다. 국가별 매출은 중국이 9억 1,370만 달러(약 1조 3,250억 원)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1억 6,200만 달러(약 2,359억 원), 일본이 3,220만 달러(약 467억 원), 동남아시아가 3,060만 달러(약 444억 원)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이 숏 드라마 소비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 ‘세로형 단편 콘텐츠’의 가능성을 믿었던 퀴비(Quibi)가 시장에서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숏 드라마의 성장이 무서울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퀴비는 17억 5천만 달러(약 2조 5,375억 원)를 투자받고도 8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포맷을 계승하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한 앱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Appfigures(앱피겨스)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ramaBox, ShortMax, NetShort, ReelShort 등 숏 드라마 앱의 다운로드 규모는 2023년 초와 비교해 크게 확대되면서 max, Disney+ 같은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을 상대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퀴비와 숏 드라마 앱의 차이
퀴비는 A급 배우와 영화급 제작비를 바탕으로 짧은 에피소드의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었다. 수익 모델도 당시 유행하던 유료 구독 모델(월 4.99~7.99달러)로 넷플릭스와 정면 경쟁하는 구조였다.
반면 숏 드라마는 대부분 인앱 결제 기반의 알라까르떼((a la carte)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전체 드라마 중 초반에 일부 에피소드는 무료로 제공한 후, 이후 회차부터 소액 과금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소비자 선택을 기다린다. 이러한 방식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반복 시청과 및 결제 유도를 통해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콘텐츠의 스타일 역시 다르다. 숏 드라마는 전형적인 웹소설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를 특징으로 하면서, 플롯의 몰입도에 중점을 둔다. '금지된 알파와의 운명적 사랑'(Fated to My Forbidden Alpha), '절대 이혼하지 마! 재벌 상속녀와의 계약 결혼'(Never Divorce a Secret Billionaire Heiress) 처럼 숏 드라마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제목으로 관객의 클릭을 유도한다.

틱톡(TikTok)이라는 유통 생태계를 통한 확장
퀴비가 실패한 시점과 달리, 지금의 숏 드라마는 틱톡이라는 거대한 유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틱톡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미국 틱톡 사용자 중 66%는 숏 드라마를 시청한 경험이 있고, 그중 50%는 유료 콘텐츠를 결제 한 적이 있다. 틱톡의 바이럴 클립이 사용자 유입을 유도하고, 이어지는 인앱 결제 구조가 수익을 견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숏 드라마 앱 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5년 2월 기준, 스카이워크(Skywork) AI가 운영하는 '드라마 웨이브(DramaWave)'가 221.89%의 다운로드 증가율을 기록하며 다운로드 기준 1위에 올랐다. 수익 성장률도 95.59%에 달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반면, 수익 기준으로는 '드라마박스(DramaBox)'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전월 1위였던 '릴숏(ReelShort)'의 수익이 13.57% 감소하면서 스타더스트TV(StardustTV)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DramaWave의 부상, 숏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바꾸다
2025년 2월, 숏 드라마 앱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드라마웨이브(DramaWave)'의 급부상이다. 싱가포르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 기업 스카이워크(Skywork) AI가 개발한 이 앱은 출시 반년 만에 다운로드 수 기준 시장 1위에 오르며, 기존 강자였던 'DramaBox'와 'ReelShort'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드라마웨이브는 전통적인 제작 방식 대신,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 다국적 사용자층을 공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앱의 가장 큰 강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현지화 기술이다.

중국 드라마 '与君白首此人间(그대와 함께 이 세상 끝까지)'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어 자막과 함께 제공하고, 스페인어권 시장에는 더빙을 적용한 'El Hilo del Destino'와 같은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처럼 지역별 언어와 문화 정서에 맞춰 구성된 콘텐츠 전략으로 현지 국가에서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광고 마케팅 전략 역시 공격적이다. 드라마웨이브는 하루 평균 3,000건 이상의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집행하고 있다. 틱톡과 메타(Meta) 등 소셜 플랫폼을 중심으로 동남아, 중남미, 서구권까지 다양한 지역에 맞춤형 광고를 집행한다. 이러한 하이퍼 타기팅(Hyper Targeting) 전략은 드라마웨이브의 유입 속도를 가속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Skywork AI는 드라마웨이브 외에도 AI 음악 생성 플랫폼 '뮤레카(Mureka)', 영상 자동 제작 도구 '스카이릴스(SkyReels)', AI 기반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링키 AI(Linky-AI)'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웨이브는 이들의 기술력과 콘텐츠 전략이 결합된 대표적 프로젝트로, 숏 드라마 시장에서 기술 기반 확산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단순한 콘텐츠 유통 앱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감성까지 현지화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제작 강국의 한국... 숏 드라마는 이제 시작 단계
숏 드라마의 글로벌 성장세는 콘텐츠 제작 방식과 소비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특히 인앱 결제 기반의 수익 모델, AI를 활용한 현지화 전략, 그리고 틱톡을 중심으로 한 유통 생태계는 기존의 K-콘텐츠 전략과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웹소설과 웹툰, K-로맨스를 포함한 다양한 IP와 함께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숏 드라마 제작에 적합한 콘텐츠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숏 드라마의 산업화를 막 시작하는 단계로 다소 소극적인 상황이다. 물론 많은 숏폼 제작사들이 제작 시도와 함께 최근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성과와 비중에 비하면 아직은 산업화를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숏 드라마에 특화된 기획과 제작, 마케팅 역량이다. 글로벌 앱 생태계와 연계한 숏 드라마 공동제작, 플랫폼 간 파트너십 확보, 그리고 AI 기반 번역·더빙 시스템 등 테크 기반의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틱톡, 릴스, 유튜브 숏츠 등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숏폼 플랫폼에 맞춘 유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숏 드라마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저비용 제작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작 비용은 효율화 하되, 기술과 감성, 유통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제작 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그 안에 한국적 콘텐츠 정체성을 담아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