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의 계약 위반으로 SONY가 제작한 '제퍼디!'와 '휠 오브 포츈' 배급권 박탈... 프로그램은 SONY의 품으로

“제작은 SONY, 배급은 CBS”… 제작자 중심 권리 재편 시사, 한국 '최강야구' 사태와도 닮은꼴

CBS가 인기 게임쇼 '제퍼디!(Jeopardy!)'와 '휠 오프 포츈(Wheel of Fortune)'의 배급권을 박탈 당했다.

미국 LA 고등법원은 미국 방송사 CBS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Sony Pictures Television)가 제작 한, 두 신디케이션 게임쇼의 배급권을 박탈하고, 소니가 직접 배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콘텐츠 제작사와 배급사 간의 권리 관계, 특히 제작 주체가 실질적 권리를 가지지 못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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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케이션 게임쇼(Syndicated Game Show)란,
미국 방송 산업에서 특정 방송국(네트워크)이 아닌 개별 지역 방송국(station)이나 복수 방송 플랫폼에 판매되는 비독점적 프로그램 형식의 게임쇼를 말한다. 즉, 한 방송사 전용이 아닌, 여러 지역 방송사에 개별 판매되는 프로그램으로 게임쇼·토크쇼·리얼리티쇼가 많다.
프로그램 제작사가 전국 방송망이 아닌 지방국, 지역 방송사들과 직접 계약을 통해 방송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 “CBS, 계약상 의무 다하지 않아… 소니가 직접 배급 가능”

이번 소송은 소니가 제작해서 공급해왔던 장수 게임쇼의 배급과 수익 분배를 둘러싸고 CBS가 계약상 ‘최선의 노력(best efforts)’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제기된 것이다. 소니는 CBS가 프로그램을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방송국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했으며, 광고 수익 극대화 노력도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9년 CBS와 바이아컴(Viacom)의 합병 이후, CBS가 관련 인력을 대폭 감축하면서 배급 및 마케팅 기능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제기했다.

법원은 CBS의 행위가 계약상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판단하며, “CBS는 이 프로그램들을 다른 CBS 콘텐츠와 묶어 ‘번들 판매’를 강요함으로써, 실제로는 소니 프로그램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 방송국은 '제퍼디!(Jeopardy!)'와 '휠 오프 포츈(Wheel of Fortune)'을 수급하기 위해 원치 않는 CBS 프로그램까지 구매해야 했다는 증언을 제출했다. 이는 법원이 번들 판매 방식이 “공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법원은 CBS가 공개 입찰 없이 동일 방송국들과 계약을 반복 연장함으로써, 신규 방송사들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기회를 제한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CBS는 이전에도 일부 해외 지역에서 계약 기간을 초과하는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해당 수익을 소니 측에 정산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소니는 두 프로그램의 배급을 전면적으로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다른 지역 방송국과의 유통 역시 CBS를 거치지 않고 소니가 직접 유통·관리 체계로 전환될 예정이다.

한국 '최강야구' 사태… “제작자 vs 방송사” 갈등 구조 유사

최강야구를 둘러싼 JTBC와 C1 STUDIO의 갈등
(출처 : 최강야구 포스터, 장시원 PD/ 일간스포츠)

이 같은 제작사와 방송사의 갈등은 최근 한국 방송계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JTBC와 제작사 C1 STUDIO가 인가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시즌4를 두고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최강야구'는 C1 STUDIO가 제작하고 JTBC에서 방송한 대표적인 야구 예능 프로그램으로, 지난 2022년 6월 첫 방송이후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은 C1 STUDIO가 하지만, JTBC는 프로그램의 상표권 및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4를 앞두고 제작사와 방송사의 갈등으로 소송이 제기되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과정중에, C1 STUDIO가 '최강야구' 타이틀을 포기하고 독자적으로 '불꽃야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제작을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와 C1 STUDIO는 IP 소유권과 제작 권한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포맷을 만들어도 권리는 플랫폼?, 결국은 계약 내용이 핵”…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과제

소니와 CBS, JTBC와 C1 STUDIO. 두 사례는 서로 다른 국가와 산업 환경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콘텐츠 산업이 안고 있는 공통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바로 실질적인 창작 주체는 제작사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권리와 유통 주도권은 계약에 따라 방송사나 플랫폼이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이번 소니의 승소는, 콘텐츠 제작사가 단순한 외주 업체가 아닌, 권리와 유통을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주체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례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 콘텐츠 산업에서 제작자 중심의 유통 질서 전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상표권과 저작권 등록이 대부분 방송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 속에서, 창작을 주도한 제작사조차 계약 구조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포맷을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가, 그리고 계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했는가가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니와 CBS의 사례는, 방송사가 계약을 체결해 유통권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계약 이행에 실패한다면 그 권리를 잃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동시에, 방송사 중심의 콘텐츠 권리 구조가 점차 변화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도 예고한 셈이다.

결국 콘텐츠 산업에서의 진정한 경쟁력은, 포맷을 만드는 창의성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낼 권리 구조와 공정한 계약 시스템 위에 세워져야 한다.

※ 참고: CBS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며, 본안 재판을 통해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고등법원의 판단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유통 질서에 대한 새로운 판례적 기준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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