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작·마케팅·유통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음악과 드라마 시나리오 창작영역에서는 AI보다 사람이 만드는 것을 더 선호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시청자의 93%는 사람이 만든 콘텐츠와 AI가 만든 콘텐츠는 명확한 구분과 함께 투명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리서치 기관인 허브 엔터테인먼트 리서치(Hub Entertainment Research)가 발표한 'AI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관계 보고서(AI and Entertainment. How viewers feel about AI and the creation, distribution and discovery of content?)에는 AI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AI가 활용된 영화나 쇼는 시청자에게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명확하고 눈에 띄게 표시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67%, ‘확인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6%인 반면, ‘알릴 필요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6%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대한 인지도와 실제 사용 경험, 그리고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 태도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자 중 70% 이상이 ‘생성형 AI’라는 용어를 알고 있었고, 57%는 ChatGPT와 같은 AI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중 생성형 AI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해,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대중의 이해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AI 기술이 가장 환영 받는 분야는 ‘콘텐츠 추천’과 같은 비창작 영역이었다. 시청자 76%는 여러 플랫폼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더 나은 추천을 제공하는 기능에 흥미를 보였다. 77%는 ‘함께 보는 상황에 맞춘 콘텐츠 추천’, 74%는 ‘리뷰 요약’ 기능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복잡한 콘텐츠 선택 과정에서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창작 관련 작업, 특히 시나리오 작성, 대사, 음악 분야에서 AI 활용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음악 창작에 있어서는 사람이 AI 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응답이 63%인 반면, AI가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TV쇼나 영화 시나리오 창작에 있어서도 사람이 더 잘 창작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9%로 나타났다. 반면, 예고편 제작은 사람(37%)과 AI(39%)가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으며, 더빙(50%)과 배경 CGI 편집(51%)처럼 부가적인 제작 작업에서는 AI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창작이 핵심 영역 보다는 기술적·보조적 영역에서 AI가 더 잘 활용될 수 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이번 'AI와 엔터테인먼트'를 조사한 허브 리서치 기겐객 대표는 “사람들은 이야기의 감정적 연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감성과 공감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뿌리 깊다”고 분석했다.
한편, 소비자들은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딥페이크 영상의 확산, 프라이버시 침해, 일자리 대체 가능성 등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대다수가 ‘매우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대답은 AI에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있는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반응이었다.
기겐객 대표는 “AI 기술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해결해주는 도구”라면서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AI의 효용을 체감하게 될 때 비로소 그 기술의 잠재력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방송,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 정보의 투명성과 선택권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들이 기술 적용만큼이나, AI 활용 여부를 이용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UI 설계나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