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미래]팬데믹 이후, 영화관의 미래…AMC가 밈주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트리밍과 협력’ 필요

[극장의 미래]팬데믹 이후, 영화관의 미래…AMC가 밈주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트리밍과 협력’ 필요

팬데믹 이후 미국 극장가 ‘탑건: 매버릭’ 등으로 호황을 맞았지만, 영화 공급 편수 부족으로 다시 어려움. 팬데믹 제작 중단 여파로 미국 2위 극장 체인은 파산 신고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여름, 174편의 영화만 개봉했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60% 가량 하락한 수치. 이와 함께 스트리밍이 영화를 대거 흡수하면서 극장에서는 블록버스터 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트렌드도 가속화

한정훈
한정훈

미국 영화관의 최대 성수기는 매년 5월 첫 주부터 9월 노동절 연휴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여름(Summer); 시즌이다. 그러나 올해(2022년)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탑건: 매버릭’. ‘쥬라기월드’와 같은 대작이 있었지만 영화 관객의 평균을 높이지는 못했다. 팬데믹 종류 이후 특수를 기대했던 영화관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에 영화 극장들이 뭉쳐 전례 없는 이벤트를 만들어 냈다. 단돈 3달러(3,9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관 소유주(he 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시네마 파운데이션(National Cinema Day)는  9월 5일(미국 시간) ‘전미 시네마 데이(National Cinema Day)’를 개최하고 그날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할인 상영한다. 이 행사에는 AMC나 리걸 시네마(Regal Cinema) 등 메이저 극장 체인을 포함한 미 전역의 3,000여개 극장(3만 개 스크린)이 동참한다. 모든 포맷과 모든 시간의 영화가 이날 3달러로 서비스된다.

무비패스 3달러

미국 영화 업계는 이 행사가 가을 앞두고 영화 팬들의 극장 방문 의지를 자극 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 상영 전 A24, 아마존 스튜디오, 디즈니,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 소니픽쳐스(Sony) 등은 하반기에 공개할 작품의 예고편을 상영할 계획이다. 제키 브레네만( Jackie Brenneman) 시네마 파운데이션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기록적인 극장 방문 고객 증가 이후 우리는 영화 관람을 기념해야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 극장에 아직 돌아오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추가 즐거움을 줄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어려움 겪고 있는 미국 극장가]

팬데믹이 끝나고 있지만 미국 영화 극장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1위, 2위 극장 체인인 AMC와 리걸 시네마(Regal Cinema)를 운영하고 있는 씨네월드(Cineworld)는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여름 박스 오피스 시장이 생각보다 뜨겁지 않으면서 영화관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있다. 스트리밍의 침체 이후 극장의 부활을 기대했던 스튜디오들도 고민에 빠졌다.

미국 국내 박스 오피스(악시오스)

2022년 미국 여름 극장가에도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미니언즈2(“Minions: Rise of Gru)’ 등 블록버스터 영화가 공개돼 많은 수익을 올렸다. 블룸버그가 컴스코어(Comscore)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21일 현재 여름 극장 박스 오피스는 33억 달러(4조 4,500억 원)였다. 이는 2019년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후   극장들은 영화 공급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많은 영화들이 제작이 중단됐고 개봉 연기로 제작비와 VFX 등 후반 작업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오프라인 극장 개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대작 영화 한편 개봉이 연기되면 다른 영화들도 줄줄이 스케쥴을 다시 잡고 있다.

DC의 영화 ‘블랙 아담(Black Adam)’의 경우 2021년 여름에서 오는 10월로 개봉이 연기됐다. 또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은 2023년 여름으로 공개가 연기됐다. 이 영화는 당초 9월에 오픈될 예정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0tOpBuYasI

2022년 7월 초 미국에서 개봉한 ‘토르: 러브&썬더(Thor: Love and Thunder)’가  1억 4,400만 달러를 개봉 첫 주 벌어들인 이후, 주말 흥행 5,000만 달러를 넘긴 영화가 한 편도 없다. 게다가 새로운 영화 개봉도 거의 없다. 2022년 지금까지 미국 극장들은 티켓 판매로 5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상승했지만 여저니 2019년에 비하면 30% 낮은 수준이다.

2022년 8월 말 현재 총 310편의 영화가 미국 극장에 개봉됐다. 그러나 2019년 극장 개봉 숫자(910편)을 맞추려면 지금부터 연말까지 상반기에 공개된 영화의 두배가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영화 데이터 사이트 모조(Mojo)에 따르면 이번 여름에는 174편의 영화만 개봉했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60% 가량 하락한 수치다.  새로운 영화 개봉이 부족해진 이유는 팬데믹과 함께 보다 많은 스튜디오들이 영화들이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줬다.

[메이저 극장 체인들의 시련]

공급 부족과 함께 AMC와 시네월드와 같은 대형 극장 체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AMC와 리걸(Regal)은 미국 영화 체인 1, 2위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극장 산업의 어려움에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시네월드는 법원에 파산신청(챕터 11)을 제출하기 까지 했다. 영화 부족 문제는 연말 대작 ‘블랙팬더("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Avarta)’ 등이 공개되는 다소 해소되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도출되기는 어렵다.

WSJ에 따르면 리걸 시네마(Regal Cinema)의 모회사인 씨네월드(Cineworld)는 막대한 부채를 갚기 위해  2022년 8월 19일 법원에 파산을 신청(챕터11)했다. 글로벌 2위 극장 체인의 이 같은 결정에 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영국에서 본사를 두고 있는 씨네월드는 현재 9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대부분이 지난 2018년 미국 극장 체인 리걸 시네마를 36억 달러를 인수하면서 생긴 빚이다. 또 씨네월드는 캐나다 기반 극장 체인 시네플렉스(Cineplex)를 10억 달러에 사들였다.

파산신청을 한 뒤 이 회사의 주가는 63%나 폭락했다.  2022년 8월 초에는 글로벌 1위 극장 체인 AMC가 2분기 실적에서 1억 2,1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당시 AMC는 “8월, 9월 새로운 대작 영화의 죽음이 3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영화 체인 시네마크의 신 캠블(Sean Gamble) 역시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 심리 상승과 새로운 영화의 다양성이 극장 매출 확대의 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장들이 다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선 영화가 더 필요하지만 스튜디오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플랫폼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빛나게 해줄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는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 오리지널이었던 ‘배트걸(Batgirl)’의 제작을 중단했다. 더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대작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언급과 함께 말이다.

두 회사의 합병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가장 유력한 씨네월드 인수 가능 그룹으로는 AMC를 꼽고 있다. 에릭 월드(Eric Wold) B.리레이 증권(B. Riley Securities) 애널리스트는 자료에서  “AMC가 이미 유럽 내에서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AMC가 잠재적인 인수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MC는 이미 미국 극장 시장에서 다양한 지역 극장 체인을 인수하고 있다. 미국 LA에 있는 아크라이트-퍼시픽 씨어터 그룹(Arclight-Pacific Theater group)의 극장 3분의 1을 인수했고 뉴욕 등에 체인을 가지고 있는 보타이 시네마(Bow Tie Cinemas)도 대주주가 AMC로 바뀌었다.

[극장 업계,  생존 경쟁 돌입]

씨네월드의 파산신청은 AMC의 새로운 주식 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AMC의 기본 보통주의 주가는 8월 16일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8월 26일(미국 시간) 현재 AMC주가는 10달러 이하(9.17달러)가 됐다.  이에 대해 아담 아론 CEO는 새로운 APE(AMC 우선주 AMC Preferred Equity) 가 AMC의 각 주주에게 부여되었기 때문이라며 (주가하락)을 예상했다고 언급했다. AMC우선주 배정이 결정된 2022년 8월 22일 AMC의 주가는 42%나 떨어졌다.

https://twitter.com/CEOAdam/status/1561727106203226112

애런 CEO는 투자자들에게 “APE 우선주가 과거와 동일한 경제적 가치와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들의 AMC 주식 가치를 두 종류 주식의 결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 AMC 우선주 형태인 APE는 8월 중순 주주들에게 배당되기 시작했다. APE란 말은 'AMC 우선주(preferred equity)'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만들어졌다.

AMC주가 하락(악시오스)

APE는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일종의 배당 형태다. 기존 AMC 주식 한 주는 AMC주식 한주에 APE주식 한 주로 1+1이 된다.  APE는 향후 AMC가 새로운 자본을 조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APE는 주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주식이지만 이후 유상증자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APE의 경우 주주 동의 없이 유상증자 형태로 추가 발행이 가능하다. 주주들이 승인한 APE 발행 물량이 최대 10억주여서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유상증자 형태를 빌어 발행해 자본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PE와 AMC 주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 둘을 합칠 경우 기존 AMC 주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AMC는 또한 영화관 외 다른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2022년 3월 네바다 광산 회사를 인수했고 영화관 팝콘을 마트에서 파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극장, 영화 공급 부족과 빈익빈 부익부 시달려]

‘탑건: 매버릭’, ‘닥터 스트레인지2’,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대작 영화의 성공은 극장에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줬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수익을 안겨줬다. 2022년 여름 미국 영화 박스오피스는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30억 2,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19년에 비해선 17.5% 낮은 수준이며 2021년에 비해선 134.6% 급등했다.

하지만 이 흥행은 2022년 극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  8월들어 미국 극장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규 개봉 영화 중 확실한 흥행 카드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가을은 미국 극장 업계에서 블록버스터의 데드 존(Dead zone)으로 불린다. 앞서 언급했듯 워너브러더스의 슈퍼빌런 스토리 ‘블랙아담(Black Adam)’이나 마블(Marvel)의 ‘블랙팬더:와칸다 포에버(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2022년 11월 11일까지 개봉하지 않는다. 아바타 속편 ‘아바타:더 웨이 오브 워터(Avatar: The Way of Water)’는 12월 16일에야 일반인에 공개된다.

더 큰 문제는 ‘영화 공급 부족 사태’가 2023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2023년에도 마블(Marvel)의 3번 째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 ‘인디아나 존스5(Indiana Jones 5)’,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등의 대작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개봉 전체 영화 숫자는 팬데믹 이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화 산업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 신호로 다가올 수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북미 시장에서 41여 편이 극장 와이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19년보다 37%가 적다. 와이드 개봉(Wide Release)는 최소 미국 1,000개 극장 이상에 개봉되는 영화를 말한다.

미국 와이드 극장 개봉 현황(버라이어티)

영화의 경우 몇 개월 전에도 개봉 스케줄에 추가될 수 있다. 긴급 편성 영화 중 대작은 드물다.  물론 긴급 편성되는 영화 중 일부는 강력한 입소문을 타고 흥행 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올해도 생각보다 선전한 작품들이 있다. ‘엘비스(Elvis)’나 ‘로스트 시티(Lost City)’, ‘놉(Nope)’과 같은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는 각각 6,500만 달러에서 8,500만 달러 사이의 매출을 극장에서 올리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두 1억 달러(1,300억 원)가 넘는 박스오피스 를 달성했다. 또 블룸하우스의 저예산 공포 영화 ‘블랙폰(The Black Phone)’은 미국 극장가에서  9,000만 달러(1,211억 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매달 개봉되는 텐트폴(Tentpole) 영화 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극장 주에게는 나쁜 뉴스다.

영화 공급 편수 감소와 함께 문제되는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 이후 심해진 ‘영화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2022년 여름, 미국 총 영화 흥행 박스오피스(the domestic box office total)의 64%는 상위 10편의 영화가 만들었다.

미국 2022년 여름 흥행 현황(버라이어티)

특히, ‘탑건: 매버릭’은 박스오피스의 15% 이상을 차지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이 경향은 존재했지만 팬데믹과 스트리밍이 함께 만든 시장 양극화는 미국 극장가에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흥행 상위 영화와 하위 영화의 매출 차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19년 여름 시즌(5월 첫째주 금요일부터 9월 미국 노동절(Labor Day) 주말까지) 상위 10편 흥행 영화는 전체 박스 오피스의 53%를 차지했고 연말까지 상위 10위 영화의 비중은 전체의 40% 미만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영화 스튜디오들은 개별 영화 흥행 여부에 더 많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영화 공급 편수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영화 스튜디오들은 가끔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작품을 극장에 릴리즈하기도 하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다.

팬데믹 이후 영화 관객들이 확실히 흥행이 검증된 영화이거나 현장 방문시 ‘스토리를 즐기는 것 이외 다른 자극(현장 사운드, 화질, 극장 시설)’을 원하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 미디어포스트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미국 극장 방문 관객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떨어졌다.

결론적으로 질이 아닌 양적으로 더 많은 영화를 공급하는 것은 박스 오피스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다는 이야기다. 왠만한 흥행 요소를 가진 작품이 아니라면 극장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의 공급 장소로 적합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얼마 전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가 ‘극장을 건너뛰고 스트리밍에 직행하는 영화는 없다’고 선언한  것과 상반된 결론이다. 영화 프레데터(Predetor)의 속편 ‘프레이(Prey)’는  최근 극장이 아닌 디즈니+와 훌루(Hulu)에 독점 상영했는데 ‘역대 첫 공개 작품 중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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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위 20편 흥행 영화

2022년 미국 영화 흥행 순위(8월 19일까지, 버라이어티)

사실, 디즈니가 ‘프레이’를  스트리밍에 우선 공급한 이유는 영화가 극장에 공개될 경우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에 우선 공급해야 하는 폭스의 계약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인수 전 21세기 폭스 스튜디오(21st Fox Studio)는 워너미디어와 스트리밍 우선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위기의 극장’은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자사의 대작 영화를 독점 개봉이 아닌 극장 공개로 또 다른 수익을 남기는데 관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짧게 마나 영화를 극장에 개봉하는 것은 스트리밍 구독자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과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가 출연하는 ‘그레이맨(The Gray Man)’이나 아담 샌들러의 ‘허슬(Hustle)’ 등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의 경우 극장 개봉 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미국 증권가의 시각이 예전 같이 않은 만큼, 그들의 영화 개봉 전략을 다시 고민할 필요도 있다.  여전히 중요한 영화 공개 플랫폼인 ‘극장의 사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화 프레이

[영화관 구독 모델, 무비패스 재개]

업계 최초로 영화 관람에 월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무리한 할인과 확장으로 2019년 파산한 무비패스(Moviepass)가 2022년 9월 영업을 재개한다. 당시 무비패스는 한달 10달러 미만의 구독 가격으로 구독자를 확장하다 사업이 중단됐다. 무비패스는 ‘뉴 무비패스(New MoviePass)’가 이르면 9월 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무비패스는 3개의 가격대 서비스를 공개했다. 10, 20, 30달러 상품으로 각 상품 별로 제공하는 혜택이 다르다.

지난 2011년 창업한 무비패스는 처음 구독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구독료(월 30달러)를 받고 영화 관람의 할인을 제공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구독자들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영화관 입장료를 받지만, 극장에는 개별 입장과 관련한 요금 전액을 지불해왔다. 이 수익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월 극장 방문 구독자에 비해 훨씬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월 이용료를 지불하고도 극장에 가지 못하는 고객들이 많아야 극장에 티켓 가격을 보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비패스

이후 무비패스는 구독 가격대를 다양화하며 수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위기는 2017년에 찾아왔다. 2017년 스트리밍  등장 이후 경쟁이 치열해지자 무비패스 CEO 미치 로에(Mitch Lowe)와 새로운 오너가 된 헬리오스+매터슨(Helios + Matheson)의 CEO 시어도어 판스워스(Theodore Farnsworth)는  구독료를 9.95달러(월)로 할인했다. 또 고객들이 매일 영화관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동시에 100달러의 무제한(3D 영화 관람) 상품도 내놨다

엄청난 혜택에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인하 첫 2일만에 가입이 2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급증했다. 무비패스 가입자는 1년이 안돼 3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무비패스 전성기에는 전체 영화 관람객의 6%가 무비패스 계정을 보유하고 있었다.

파격적인 할인에 신규 구독자 상당수가 실제 극장을 이용해 무비패스의 채산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극장의 평균 티켓 가격은 9.38달러였는 이는 무비패스가 자체 구독료 대부분을 극장 관람 비용으로 (극장에) 보상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2018년 미국 극장에서 개봉한 전 연방대법관  ‘루더 베이더 긴스버그(Ruth Bader Ginsburg) 다큐멘터리’의 경우 극장 매출이 1,400만 달러였는데 이중 12%가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고객이었다. 무비패스를 구독한 고객들은 마블 영화는 물론 그들이 평소 보지 않았던 예술, 독립 영화도 관람했다.

극장 매출은 늘었지만 무비패스는 손실만 증가했다.  NRG 조사에 따르면 무비패스 이용자의 절반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화를 추천하고 선호하는 장르가 아닌 영화도 극장에서 관람했다. 이에 무비패스의 수혜자는 ‘작은 영화’와 팝콘 수익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그 당시 AMC 스터브스 A-리스트(AMC Stubs A-List) 등 대부분의 메이저 극장 체인이 자체 구독 모델을 시작했다. AMC A리스트는 월 20달러 정도 가격으로 한 주 최대 3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정확한 구독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9년 말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AMC구독모델(A-리스트)

결국  2018년 7월 무비패스는 500만 달러를 차입했지만 극장에 입장료를 보전해주기 쉽지 않았다. 고객들의 영화관 방문 횟수를 3편(한 달)제한했지만 만시지탄이었다. 이후 가격을 인상하고 CEO도 교체했지만 2019년 9월 결국 문을 닫았다.

2021년  6월 무비패스는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FCC)가 ‘고객 기만’과 개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회사를 제소한 건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다.  당시 FTC는 “무비패스가 실제 활동 회원 7만 5,000명의 비밀번호를 무효화했고, 그들의 계정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이나 잠재적인 사기를 감지했다’고 거짓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많은 가입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회사의 의도였다는 판단이다. 그 사건 이후 무비패스는 공동 창업주인 스테이시 스파이크(Stacy Spikes)에 재매각돼 서비스 재개를 준비해 왔다.  서비스 재개와 관련, 무비패스는 모든 미국 메이저 극장 체인과 계약에 합의했으며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무비패스 회원들은 보너스 포인트를 받게 된다. 퍽뉴스(Puck News)에 따르면  초기 5분만에 3만 명의 대기자가 몰렸다.

시장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무비패스는 사업 재개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지만 가입자들은 미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부는 다시 회원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4년 동안 시장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 영화 구독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이다. 극장 분석 미디어 박스오피스 프로(Boxoffice Pro) 편집국장 다니엘 로리아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서비가 확산된 시대 무비패스가 제2의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AMC나 시네마크와 같은 서비스들도 영화관 구독 모델을 도입한 상황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이 영화관에 정확히 얼마나 갈 지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무비패스의 성공 여부는 영화관의 미래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영화 티켓 구독 모델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가게 하는 유인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비패스,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새로운 무비패스의 정확한 서비스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혜택을 도입했다. 바로 포인트(Credit) 제공이다. NPR은 스페이시 스파이크(Stacy Spikes)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품 가격이 지역에 따라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에 따라 소비자들은 매달 영화를 볼 수 있는 크레딧을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대신 영화 관람 횟수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시 스파이크 CEO는 “만약 개봉 첫 주 금요일에 영화를 보길 원하면, 많은 크레딧을 써야할 것”이라며 “이는 성수기와 비성수기 극장요금 변동과 같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와 반대로 비수기인 평일 저녁에 무비패스를 이용한다면 더 적은 포인트로도 극장 관람이 가능하다.  마블이냐 예술 영화냐 등 영화에 따라서도 크레딧 차감 수준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을 손보지 않을 경우 무비패스의 수익이 다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전 무비패스는 구독자 영화 방문 시 ‘극장에 모든 비용을 보전’해줘 급격히 손익이 악화됐다. 이에 무비패스는 극장과 ‘티겟 지급 비용’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런칭 초기 단계지만, 무비패스는 전미 극장의 25%와 협약을 맺었다. 아직 협약을 맺지 않은 AMC, 시네마크, 리걸 시네마 등 3대 메이저 체인을 제외하면 (무비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극장) 점유율이 40%까지 올라간다고 NPR은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메이저 극장 체인들은 무비패스와 다시 손잡는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메이저 영화관은 이미 극장 개봉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토탈 구독 서비스를 통한 시장 확장에 부정적이다. 또 무비패스가 구독자를 빠르게 확보하며 ‘자신들에게 양보(가격 할인)’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극장을 주저케 하고 있다. 아울러 극장들은 이미 자신들의 구독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현재 대형 극장들이 이미 자체 구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또 LA나 시카고 등 다양한 극장 방문 옵션이 있는 대도시가 아닐 경우 극장 선택의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시네마크(Cinemark)는 지난 2022년 6월 자신들의 극장 구독 서비스(10달러, 포인트 제공, 할인과 함께 한 달에 1편 관람 무료)의 활성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리걸의 경우 한 달에 18달러(최소)를 내면 원하는 극장에서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인 무제한 상품(Unlimited plan)을 내고 있다.

그러나 무비패스는 자체 영화관 구독 모델과는 달리 다양한 영화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스파이크 CEO는 “우리는 소비자들이 1년에 3~4개 다른 극장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우리는 대작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과 예술 영화 전용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크 CEO는 “자체 조사 결과 영화 관객들의 75%가 3개 이상의 극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무비패스가 일종의 호텔 패키지처럼 작동할 수 있고 극장 빈자리를 채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호텔 역시 자체 예약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외부 대행 사이트를 이용한 것과 같은 논리다. 무비패스도 플랫폼을 넘어 ‘비효율성을 매울’ 소프트웨어 솔루션 관점에서 극장 시장에 접근 중이다.

특히, 너무 많은 고객이 ‘공짜 영화’를 보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대해 무비패스는 자체 분석 결과에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스파이크 CEO는 “한 해 평균 12편의 영화를 봤던 고객들이 무비패스 가입 이후 24편의 영화를 본 것은 사실이다. 이 금액은 평균 114달러다.”라며 “그러나 이들이 무비패스에 쓴 돈은 400달러며(한 달에 30달러 요금제) 아트영화에도 관객이 늘어나는 등 시장 역동성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비패스는 시네월드가 파산 신청을 하고 여름 극장가 예전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살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퍽뉴스에 따르면 무비패스 가입자 75%가 35세 이하 젊은 세대며 평균 연령은 26세 남성과 24세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비패스는 가격과 운영이 적정하다면, 영화 관객의 30%가 무비패스에 합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파이크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5,000만~7,0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영화 산업의 매출을 두 배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