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드라코 인기, 인도네시아 속 한류 열풍과 K 콘텐츠 성장

드라마 ‘사내 맞선(Business Proposal)’이 지난 주 인도네시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5위를 기록하는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SBS ‘사내 맞선’은 2022년 2월 ~ 4월까지 방송되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유통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2년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체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그런데 '사내맞선'이 2년 뒤인 2025년 2월에 갑자기 역주행을 했다. 14일에는 전체 2위까지 상승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한국 드라마 ‘사내 맞선’을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 한, ‘A Business Proposal’이 2월 6일 개봉 후 7일 만에 상영관에서 퇴출 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판 ‘A Business Proposal’은 SBS 드라마 ‘사내맞선’과 원작 웹툰 ‘사내맞선(The Office Blind Date)’을 기반으로 제작 되었는데, 주연 배우 아비드자르 알 기파리(Abidzar Al-Ghifari)의 논란으로 인해 대중들이 대대적으로 보이콧 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사내맞선'(우)을 리메이크 한 영화 'a Business Proposal'

남자 주인공, 아비드자르(Abidzar Al-Ghifari)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원작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고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고, K드라마 팬들을 향해 “팬덤이 너무 과하다”라고 표현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팬들의 반발이 일자 아비드자르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까지 해 반감을 더욱 키웠고, 결국 영화 개봉 전부터 강력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 결국 영화는 흥행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메이크한 영화가 실패하자, 원작 드라마 ‘사내맞선’이 넷플릭스에서 다시 인기를 끌며 역주행되었다. 시청자들이 리메이크한 영화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오히려 원작을 다시 찾아보려는 흐름이 생겼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만 K 드라마 인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내 한류 열풍과 K콘텐츠의 성장

인구 2억 8000만 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아세안 경제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K콘텐츠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K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지속되면서, 인도네시아 내에서 한국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해 진행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도네시아 K콘텐츠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50.7%는 K콘텐츠를 일주일에 여러 번 또는 매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드라마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100부작 이상의 긴 드라마와 달리 미니시리즈 중심의 빠른 전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은 주로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호러 장르를 선호하며, 이러한 요소를 갖춘 K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K드라마를 ‘드라코(Drakor, 드라마+코리아)’라고 부른다. 2005년 방영된 ‘풀하우스’가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K드라마 붐을 일으켰고, 이후 ‘더 글로리’, ‘모범택시’가 2023년 인도네시아 넷플릭스에서 최장 기간 상위권을 유지하며 K콘텐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최근에도 인도네시아의 드라코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2025년 7주차 넷플릭스 TV Shows Top 10 in 인도네시아
(출처 : FlixPatrol.com)

지난 주(Week 7, 2025) 한 주간, 인도네시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TV 콘텐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였다. '나의 완벽한 비서(Love Scout)'와 사카모토 데이즈가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1위부터 3위까지 순위가 한국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Top10 중 한국 드라마가 7편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2편(사카모토 데이즈, 나혼자만 레벨업) 중 한 편(나혼자만 레벨업)은 한국 웹소설을 일본 A-1 픽쳐스가 제작한 것이다.  

2025년 7주차 넷플릭스 TV Shows Top 10 in 인도네시아 & 한국
(출처 : FlixPatrol.com, 분석 : 다이렉트미디어랩)

인도네시아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과속스캔들, 엽기적인 그녀, 써니 등 한국의 인기 있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7번방의 선물(2013)'은 2022년 '7번방의 기적(Miracle in Cell No. 7)'으로 리메이크하면서 58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큰 흥행을 기록해 지난 해 속편 '7번 방의 두 번째 선물 (2nd Miracle in Cell No. 7)'까지 제작되었다.

그러나 '사내맞선'처럼 한국 드라마를 영화로 리메이크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K드라마를 단순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원작의 감성과 퀄리티'를 중시하는 현지 시청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K-드라마를 쉽게 접하는 환경에서, 리메이크 작품이 단순 베끼기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드라코’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어떤 동남아시아 국가 보다 K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바탕으로 K-뷰티(화장품), K-푸드(식품) 등 K-팝과 드라마 관련 상품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스타일난다, 믹스엑스믹스, 무신사 등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인도네시아 현지 문화와 결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로컬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K-브랜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한류 기반 커머스를 강화하는 디지털 플랫폼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도네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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