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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와 ESPN...스포츠 스트리밍 한판 승부

FOX와 ESPN이 새로운 스트리밍 스포츠로 맞붙는다. 미국 방송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어 왔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디즈니플러스가 영화·드라마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스포츠 분야만큼은 여전히 케이블 유료방송이 지배해왔다. 하지만 2025년 8월, 이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블 제국의 양대 축인 ESPN과 FOX가 직접 소비자용(DTC) 스트리밍 서비스 ‘ESPN Unlimited’와 ‘Fox One’을 동시 출시하며, 본격적인 스트리밍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James Seo
- 9분 걸림 -

전통 케이블 제국, 스트리밍으로 대이동

FOX와 ESPN이 새로운 스트리밍 스포츠로 맞붙는다. 미국 방송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어 왔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디즈니플러스가 영화·드라마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스포츠 분야만큼은 여전히 케이블 유료방송이 지배해왔다. 하지만 2025년 8월, 이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블 제국의 양대 축인 ESPN과 FOX가 직접 소비자용(DTC) 스트리밍 서비스 ‘ESPN Unlimited’와 ‘Fox One’을 동시 출시하며, 본격적인 스트리밍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 두 서비스의 출발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향후 미국 미디어산업 전반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ESPN과 FOX는 그동안 케이블 번들(bundle) 구조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왔지만, 코드커팅(cord-cutting·케이블 해지) 가속화와 코드네버(cord-never·애초에 케이블을 쓰지 않는 가구) 증가로 인해 더 이상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양사가 동시에 ‘스트리밍 본진’으로 나선 것은, 스포츠 미디어가 이제는 디지털에서 승부해야 함을 인정한 셈이다.

가격 정책과 공격적 번들 전략

서비스 가격은 시장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ESPN Unlimited는 월 29.99달러에 모든 채널과 라이브 스포츠를 제공하며, 기존 ESPN+의 제한적 콘텐츠를 대체한다. 또 ESPN은 디즈니+와 훌루를 포함한 번들을 월 35.99달러에 내놓고, 1년간은 할인 혜택으로 29.99달러에 제공한다. Fox One은 스포츠뿐 아니라 뉴스·예능·드라마까지 포함한 ‘올인원 서비스’를 월 19.99달러에 선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오는 10월부터 양사 합동 번들을 월 39.99달러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ESPN과 Fox One을 각각 가입하면 월 50달러 가까운 비용이 드는데, 번들을 이용하면 10달러가량 저렴해진다. 이는 스포츠 팬들의 ‘지갑 피로’를 완화하고, 분절된 스트리밍 시장에서 통합 효용을 내세운 전략이다. FOX는 “첫 번째 번들 협력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려는 의지의 증거”라며 공격적으로 홍보했다.

서비스명 월 요금 연 요금(있을 경우) 번들 옵션
ESPN Unlimited 29.99달러 - 디즈니+·훌루 번들 35.99달러 (1년간 29.99달러 할인)
Fox One 19.99달러 199.99달러 Fox Nation, B1G+와 번들
ESPN + Fox One 번들 39.99달러 (10월 2일 시작) - 두 서비스 통합 패키지
ESPN+ (기존 서비스) 11.99달러 - ESPN Unlimited로 업그레이드 가능

초기 이용자 반응: 기대와 불편 공존

ADWEEK는, 서비스 안정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Fox One은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카테고리별 분류가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로그인 오류와 앱 크래시가 잦았다. ESPN Unlimited 역시 모바일·TV·웹 간 경험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ESPN의 경우 기존 ESPN+와 신규 앱이 혼동되는 구조라, 가입자들이 스스로 FAQ를 찾아보지 않으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광고 경험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ESPN은 케이블 광고를 그대로 송출하는 ‘패스스루 광고’를 도입했지만, 새로운 광고 인벤토리는 제한적이다. Fox One 역시 낮은 광고 로드로 수익화가 초기 과제다. 다만 업계는 “런칭 초기에 광고주를 무리하게 몰아넣기보다, 시청 경험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평가한다.

차별화 포인트: 베팅·멀티뷰·개인화

양사의 핵심 경쟁력은 ‘차별화된 팬 경험’이다. ESPN은 자사 베팅 플랫폼 ‘ESPN BET’을 앱에 통합해, 이용자가 경기 시청과 동시에 베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 팬의 60%가 베팅을 경험했고, 3분의 1은 매주 베팅을 한다. ESPN은 이 점을 활용해 ‘중계 + 베팅 + 쇼핑’을 한 앱에서 구현하려 한다.

Fox One은 최대 9개월간 DVR 저장 기능, 다중화면 시청(multiview), 뉴스·하이라이트 클립 제공 등으로 대응한다. 특히 ‘Shorts’라는 틱톡형 숏폼 기능을 통해 젊은 층 유입을 노린다. ESPN도 ‘Verts’라 불리는 개인화 숏폼 영상을 제공하며, AI 기반으로 맞춤형 ‘스포츠센터’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중계 전달을 넘어 “스포츠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케이블 붕괴와 공존의 모색

그러나 가장 큰 도전은 케이블 사업자와의 관계다. ESPN은 여전히 2억6400만 명, FOX는 3억 명이 넘는 선형TV 구독자를 보유한다. 조사에 따르면 케이블 이용자의 40% 가까이가 “스포츠만 때문에 구독을 유지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스트리밍 전환은 곧 케이블 해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양사는 기존 케이블 구독자에게 스트리밍을 무료 제공한다. ESPN은 디렉TV, 스펙트럼, 훌루+라이브TV, 푸보TV 등 주요 사업자와 이미 협력해왔다. FOX도 Fox Nation·B1G+와의 번들을 강화해 케이블 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Fox One CEO 피트 디스타드는 “아직 누구도 케이블 밖에서 스포츠 팬 경험을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공백을 메우고 싶다”고 말했다.

(FOX 케이블과 ESPN 방송 구독자 수) 
(출처 : THEWRAP)

스포츠 중계권 시장, 더 치열해진다

스트리밍 확장은 중계권 협상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ESPN은 NFL과의 합의를 통해 NFL 네트워크, 레드존, 판타지 서비스를 확보했으며, WWE의 미국 중계권과 NBA 11년 계약도 체결했다. Fox One은 빅텐 네트워크를 비롯해 대학 스포츠와 연계해 있다.

ESPN의 로절린 듀랜트 부사장은 “더 많은 팬에게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점이 협상에서 핵심”이라며, 스트리밍 확대가 리그 설득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P 분석가 스콧 롭슨은 “런칭 자체가 향후 협상 판도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MLB는 2028년 이후 지역 중계권을 대형 스트리머에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SPN 지미 피타로 회장은 “MLB와 건강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적극성을 드러냈다.

글로벌 경쟁: 아마존·유튜브·넷플릭스

이번 ESPN·FOX의 진출은 빅테크와의 경쟁을 전제로 한다. 아마존은 이미 NFL ‘Thursday Night Football’을 단독 중계하며, 유튜브는 NFL ‘Sunday Ticket’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WWE 다큐멘터리와 스포츠 예능을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한다. 이들과 달리 ESPN과 FOX는 전통 스포츠 채널의 전 라인업을 스트리밍에 그대로 얹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모든 스포츠를 한 번에 보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남는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 역시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스포츠 채널이 OTT와 공존하는 구조다. 이번 ESPN·FOX 사례는 ‘공영방송·케이블의 스트리밍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AI 개인화, 숏폼, 상호작용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던진다.

결국 승부는 두 가지다. 첫째, 코드네버 세대를 얼마나 빨리 포섭할 수 있느냐. 둘째, 기존 케이블 고객 이탈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다. ESPN의 피타로 회장은 “이번 도전은 스포츠 미디어의 가능성을 재정의하는 순간”이라 말했고, FOX의 디스타드 대표는 “우리는 아직 답을 찾는 과정이지만, 확실히 방향은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FOX와 ESPN의 ‘스포츠 스트리밍 한판 승부’는 이제 막 막을 올렸다. 이 경쟁이 승자독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공존의 모델을 만들지는 향후 몇 년간 미디어 지형을 가를 최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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