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Disney)가 13일(ET) 미국 뉴욕 자빗 센터(North Javits Center)에서 열린 2025 업프론트(Disney Upfront 2025) 행사를 통해 ‘스트리밍-스포츠-광고 기술’의 3박자를 내세우며 광고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자동입찰 기반의 입찰형 광고(biddable 광고)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북미 방송광고 시장이 경기 불확실성과 광고주 분산 투자 전략으로 전통 업프론트 모델에 흔들림을 겪는 가운데, 디즈니는 기술 혁신과 콘텐츠 확장을 동시에 내세우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술과 스토리텔링, 스포츠가 만난다”
디즈니 글로벌 광고부문 대표 리타 페로(Rita Ferro)는 이번 뉴욕 자빗센터 행사에서 “디즈니는 방송과 케이블의 대표 콘텐츠부터 프리미엄 스트리밍, 대형 스포츠 이벤트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며 “광고주는 이 모든 접점을 통해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즈니는 ESPN을 중심으로 한 방대한 스포츠 중계권 보유, AVOD 기반 스트리밍 성장, 멀티플랫폼 히트 콘텐츠 확보라는 세 가지 강점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올해는 여성 스포츠 콘텐츠 비중 확대와 오는 6월에 공개되는 'Vibe Check'와 같은 여성 스포츠 중심 스튜디오 쇼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도 강조했다.

'biddable' 광고, Disney 스트리밍 수익의 핵심
디즈니 광고사업 부사장 제이미 파워(Jamie Power)는 현재 디즈니의 스트리밍 광고 수익 중 거의 절반이 자동입찰 기반 biddable 채널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에는 입찰형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41% 급증했으며, 중소 광고주 유입도 1,000곳 이상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biddable 채널의 성격이 기존 산발적 집행(scatter) 중심에서 대형 광고회사와의 사전 계약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캐터 광고(scatter ad) 비중이 70%였던 반면, 올해는 70%가 사전 약정된 캠페인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업프론트에서도 자동화된 집행 방식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흐름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디즈니는 2027년까지 전체 광고 매출의 75%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파워 부사장은 “자동화는 단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시간 중계·스포츠·쇼핑·소셜 등 사용자의 복합적인 소비 행태를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Jimmy Kimmel, 저널리즘을 지지하다
매년 디즈니 업프론트의 마무리를 장식해온 ABC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Jimmy Kimmel)은 올해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경쟁사들을 풍자하고, 솔직한 농담으로 디즈니 내부를 유쾌하게 비판했다. 그는 “NBC는 백세가 돼서 드디어 CBS를 볼 수 있게 됐다”, “ABC는 신작이 단 한 편이며, 그것도 예전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다. 이것이야말로 ‘작년 생선’ 특선 메뉴와 같다”며 날 선 유머를 퍼부었다.
특히 그는 AI 시대의 방송 산업 불안정성을 풍자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경쟁사인 CBS의 '60 Minutes'를 언급하며 “저널리즘은 여러분의 지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중요하며, 당신들에게는 그를 지킬 돈이 있다”고 진지하게 호소했다. 이는 업계 경쟁을 넘어, 광고주의 사회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의미 있는 메시지였다.

ABC의 라인업: ‘안정성’과 ‘확장성’의 공존
디즈니의 방송채널 ABC는 이번 가을 시즌에도 '9-1-1', '그레이 아나토미', '애보트 엘리멘터리' 등 검증된 히트작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외에도 '하이 포텐셜(High Potential)'과 ‘9-1-1: 내슈빌’ 같은 신작으로 장르 다변화도 시도했다.
디즈니 텔레비전 그룹 CEO, 크레이그 어위치(Craig Erwich)는 ABC가 시청률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ABC는 닐슨의 멀티플랫폼 측정 기준에서 18~49세 타깃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Craig Erwich) “ABC dominated this season in multiplatform ratings, which are the most relevant metrics that reflect how audiences are consuming television today.”
디즈니+, 광고 지원 모델 확대와 콘텐츠 강화
이번 업프론트에서 디즈니는 디즈니+의 광고 지원형(AVOD) 모델 확대 전략도 강조했다. 디즈니+는 지난해부터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왔다. 디즈니는 현재까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1억 6,400만 명에 달하는 강력한 이용자 기반을 갖추면서 미국 내에서 넷플릭스를 압도한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이를 통해 광고주에게 더욱 강력한 도달 범위(reach)와 타겟팅 가능성을 제시했다.
디즈니+의 콘텐츠 전략도 함께 강화됐다. FX 오리지널 시리즈 <더 베어(The Bear)> 시즌4 예고편을 비롯해, <디어 데빌: 본 어게인(Daredevil: Born Again)>, <좀비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같은 다양한 장르의 신작 콘텐츠가 소개되었다. 여기에 라이언 머피의 신작 <올스 페어(All's Fair)>와 <더 뷰티(The Beauty)> 등 프리미엄 시리즈도 공개하며 디즈니+의 콘텐츠 다양성과 깊이를 강조했다.
특히 디즈니+는 향후 인터랙티브 광고 및 프로그램매틱 광고 확장의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디즈니 광고사업부는 "디즈니+ 내에서도 입찰형(biddable) 광고가 가능한 기술 환경을 구축 중이며, 실시간 방송·스포츠와의 결합을 통해 광고주 맞춤형 집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디즈니+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와 시청자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광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절된 미디어 환경에서 ‘스케일’이 가진 의미
디즈니는 ESPN, 디즈니+, 훌루, ABC 등 다수의 스트리밍·TV 채널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광고주에게 하나의 데이터 세트 기반의 통합 측정·운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소규모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핵심 경쟁력으로, 광고주가 브랜드 메시지를 일정한 빈도로 안정적으로 노출하고자 하는 니즈에 부합한다.
2025년 업프론트 행사를 통해 디즈니는 광고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스트리밍 중심의 콘텐츠 소비 변화, 스포츠 중심의 실시간 광고 수요, 자동입찰 기반의 기술 진화는 디즈니 광고 전략의 핵심이다. 디즈니는 이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면서 변화하는 광고 시장에서 한발 앞선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