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Generative AI)의 확산은 스포츠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AI를 이용해 경기 분석이나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을 받는 것 이외, 스포츠 중계 방송에도 AI가 깊숙이 도입되고 있다. AI가 경기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AI해설가가 등장해 경기를 분석해 주는 것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AI 침투 속도는 다른 어떤 방송보다 빠르다. 룰(Rule)이 정해져 있고 경기 결과도 승과 패로 단순 하기(AI입장에서) 때문이다.
저널리즘 전문가들은 스포츠 중계나 취재는 경제 보도와 함께 ‘AI의 사람 대체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사실 보도가 많은 이들 영역은 AI의 능력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AI CNN을 선언한 ‘채널1(Channel 1)’도 스포츠 보도를 위해 ‘AI기자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스포츠 중계에서 AI 활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술 발전이 인간 일자리를 위협하고 심지어 인간보다 더 뛰어난 기술이 산업을 주도할 수도 있다.
[마스터와 윔블던에 뛰어든 AI]
골프와 테니스 경기 중계에 때아닌 AI바람이 불었다. 마스터즈 골프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경기 하이라이트 비디오와 해설에 IBM AI를 사용한 것이다. 또 2023년 6월 유럽 방송 협회 사업부인 유로비전 스포츠(Eurovision Sport)는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 육상 선수권 대회도 AI보이스를 이용해 경기 해설 서비스를 제공했다.
유럽 육상선수권대회(European Athletics Team Championships) 오디오 설명에 사용된 AI보이스는 실제 선수의 음성을 학습한 것이다.
유럽에서 대중적인 인지도 갚은 전직 육상 선수 한나 잉글랜드(Hannah England)가 목소리 샘플을 제공했다.
생성AI 왓슨X(watsonx)플랫폼을 보유한 IBM은 ‘스포츠 AI’ 가장 적극적이다.
노아 사이켄(Noah Syken) IBM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협업 담당 부대표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터즈와 윔블던 경기와 함께 AI해설을 만들어냈고 8월 US오픈에도 하이라이트와 경기 설명을 하는데 AI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해설자의 사람 대체?]
현재 스포츠 중계에 쓰이는 AI기술은 크게 두 포맷이다.
경기가 끝난 뒤 자동으로 경기 결과를 요약하는 영상을 만들어 주거나 경기 설명이나 해설에 오디오 AI를 쓰는 것이다. IBM이 마스터즈와 윔블던에 제공한 AI해설(The AI commentary)은 경기 영상을 보고 사람처럼 해설하는 식이었다. IBM에 따르면 생성AI는 마스터즈앱에 2,000편이 넘는 비디오 클립 골프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AI 오디오 포맷이 더 많이 쓰인다. 경기가 중이나 경기가 끝난 뒤 거의 실시간으로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하이라이트를 AI로 만드는 포맷도 빨리 확산되고 있다.
AI는 분명 스포츠 중계 부담이나 비용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AI해설자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윔블던 경기에서 AI해설에 여러 합성 목소리(synthetic voices)가 쓰였고 마스터즈는 하나의 합성 목소리가 사용됐다. IBM은 두 이벤트 모두 팬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IBM 등 AI기업들은 AI해설자는 주체보다는 조력자라며 비관론을 피하고 있다. 노아 사이켄(Noah Syken) IBM 부대표는 NBC뉴스 인터뷰에서 “기술 발전으로 AI보이스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들리지만 AI는 실제 인간 해설자를 대체하기 보다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목소리를 지나치게 인간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기 몰입도 해친다는 비판도]
하지만, 비판론도 있다. AI해설은 완벽하지 않다.
마스터즈와 윔블던 AI해설가들(The AI commentators)은 일부 스포츠 팬들에게 로봇처럼 들린다며 조롱을 받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AI가 더빙한 윔블던 하이라이트 영상은 경기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고 해설 타이밍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이 음성이 사람이 아닌 AI라는 것을 그대로 말해준다”고 썼다.
PGA골프 투어를 수차례 중계하며 25년 이상 방송 스포츠 캐스터로 일했던 케빈 실베스터(Kevin Sylvester)는 NBC 언론 인터뷰에서 “마스터즈 AI해설은 관중들이 경기에 계속 몰입하게 만드는 목소리 변화와 같은 이른바 해설 기술이 부족했다”며 “스포츠 중계는 예술이며,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는 어떤 컴퓨터도 사람들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해설은 아직은 복제에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 장벽도 높다. 이에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그치고 있다.
[스포츠 AI의 미래]
일단 AI보이스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유럽 육상선수권대회에 쓰였던 한나 잉글랜드의 목소리는 진짜 한나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AI인줄 모르고 이 영상을 본 이들은 착각할 정도였다.
윤리적인 문제가 붉어질 것을 우려한 주최측은 ‘AI오디오에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고지했다.
유럽 육상 선수권 대회 측은 보도자료에서 “청취자들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지는 매우 핵심적이며 청취자를 속이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청취자들에게 AI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AI는 아직은 실험 단계다.
그러나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스포츠 중계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했듯, AI가 아무리 정확해도 실제 인간의 매력을 넘어서긴 어렵다. AI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을 증강시키는 증강 지능이 되어야 한다. AI와 스포츠도 잘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