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이 되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슈퍼맨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2034년, 한국에서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슈퍼맨 드라마가 제작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히어로 중 하나인 ‘슈퍼맨’이 2034년 저작권 보호 기간 만료로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개봉하는 SUPERMAN
(출처 : DC Studios)

최근 뉴욕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마크 피어리(Mark Peary)가 워너브러더스와 DC코믹스를 상대로 제기한 슈퍼맨 해외 저작권 소송이 2024년 4월 기각된 것이다.

피어리는 슈퍼맨 공동 창작자 조 슈스터(Joe Shuster)의 조카로, 영국과 캐나다, 아일랜드 등지에서 슈스터 유산이 슈퍼맨 저작권을 회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제시 퍼먼(Jesse Furman) 판사는 "외국 저작권법은 미국 법원의 관할 대상이 아니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이번 판결로 워너브러더스는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제임스 건(James Gunn) 감독의 신작 영화 '슈퍼맨' 개봉을 앞두고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둘러싼 지형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슈퍼맨은 1938년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미국 저작권법상 창작자 사후 70년, 또는 최초 출판 후 95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슈퍼맨은 2034년 1월 1일부로 퍼블릭 도메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부터 슈퍼맨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도 미국과 유사한 국제 저작권 협약(베른협약)에 가입해 있어, 국내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1948, Kirk Alyn became the first live-action Superman
(출처 : RCI, Radio Canada International)

물론 모든 설정이 퍼블릭 도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1938년 '액션 코믹스 #1'에 등장한 오리지널 슈퍼맨 캐릭터만이 퍼블릭 도메인에 편입된다. 따라서 이후 추가된 크립톤 행성, 크립토나이트, 슈퍼걸, 현대적 슈퍼맨 로고 디자인 등은 여전히 DC와 워너브러더스의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창작을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슈퍼맨 드라마 제작이 가능해진다. 한양 도성 위를 날아다니는 슈퍼맨, 혹은 병자호란과 같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백성들을 구하는 조선판 슈퍼히어로가 등장할 수 있다. 퓨전 사극과 슈퍼히어로 장르를 결합한 신선한 시도가 국내외 시장에서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킹덤', '스위트홈', '지옥' 등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상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퍼블릭 도메인에 편입된 글로벌 IP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K-콘텐츠의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대기업이 아닌 개인 창작자들에게도 무궁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다양한 영상 제작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슈퍼맨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를 개인 창작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초기 마케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워너브러더스는 퍼블릭 도메인 전환을 앞두고 대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작 '슈퍼맨' 영화에서 새로운 로고, 현대적 설정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를 브랜드화하여 "정통 슈퍼맨"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퍼블릭 도메인으로 인해 다양한 버전의 슈퍼맨이 난립할 가능성에 대비해, 소비자들에게 공식 버전과 비공식 버전을 명확히 구분시키려는 전략이다.

퍼블릭 도메인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초기 버전(1928년판)이 2024년에 퍼블릭 도메인에 들어간 바 있다. 다만 디즈니 역시 이후에 만들어진 미키마우스 디자인과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치밀한 상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다. 퍼블릭 도메인 시대가 열리면, 고전적인 영웅상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식 슈퍼맨, 조선판 슈퍼맨은 그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2034년, 슈퍼히어로의 역사는 다시 한 번 격변할 것이다.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유료 구독 프리미엄 독자들에게는 글로벌 미디어 관련 뉴스레터, 월간 트렌드 보고서, 독점 비디오 콘텐츠, 타깃 컨설팅(요청시)이 제공됩니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뉴스 콘텐츠 포맷,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할리우드와 테크놀로지의 만남 등의 트렌드를 가장 빠르고 깊게 전합니다. '학자보다는 빠르게 기자보다는 깊게'는 미디어의 사명입니다.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
인사이트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