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작가 파업 시대, ‘예능TV가 되고 있는 미국 지상파’

스트리밍 수익 배분 확대 등으로 요구하며 시작한 2023년 5월 2일 시작한 미국 작가조합(WGA)의 파업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조합과 제작자협회는 수익 배분율 조정과 AI의 작가성 인정 여부를 두고 이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AI와 관련 미국작가조합은 자신들의 작품을 스튜디오가 ‘AI를 써서 다시 수정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혼란 상황에서 미국 ABC, CBS, N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동시에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제작 콘텐츠의 장르 중심이 드라마, 시트콤(Scripted)에서 예능, 교양 리얼리티 등 언스크립트(Unscripted) 콘텐츠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스크립트와 언스크립트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는 사전 제작 여부와 제작비다. 아무래도 대형 로케이션이나 장비, 배우가 필요 없는 언스크립트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다.

현재 미국 지상파 방송을 드라마 왕국에서 예능 왕국으로 만든 원인은 복잡하다.  ‘2007~2008년 작가협회 파업의 학습효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 코로나바이러스, 스포츠 중계 판권 증가, 코드 커팅(Cord-Cutting)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이 현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미국 프라임타임 장르 편성 시간(버라이어티)

[예능 지상파 TV: 단기 원인 작가 파업]

지상파의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예능화를 이끈 단기 원인은 작가파업이다.  

작가파업은 할리우드 가을 신작 시즌(2023년 가을)에서 드라마를 실종시켰다. 드라마를 쓸 작가가 없으니   방송사들은 드라마보다 교양, 예능을 더 많이 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버라이어티 집계 결과 CBS를 제외한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는 가을 예능 편성 편수가 훨씬 많았다. ABC는 무려 이번 가을에 14편의 예능을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드라마 편성은 재방을 빼고는 확정하지 않았다.

각 지상파 방송사 별 프라임타임 장르숫자(버라이어티)

ABC는 2023년 가을 드라마 ‘ 애벗 초등학교’ 한 시간 재방송을 제외하고는 모든 방송 스케쥴을 리얼리티, 경쟁, 게임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미국 주요 스포츠 리그 중계권 가격(버라이어)

그러나 NBC도 작가 파업의 영향을 받는 모양새였다. 한 시간 분량 예능, 리얼리티 콘텐츠를 공개했을 뿐 다른 드라마 라인업은 미정으로 광고주 설명회에 나왔다. 또 재방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확실한 배팅을 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폭스(Fox) 또한 2023년 가을 정확한 드라마 신작 스케줄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폭스는 2023년 첫 분기 실적 발표에서 파업이 지속될 경우 예능 콘텐츠를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폭스는 게임 쇼 ‘스네이크 오일(Snake Oil)’, 음악 게임 쇼 ‘We Are Family’ 등을 방송하겠다고 공개했다.

정상 편성을 주장한 곳도 있었다. CBS는 업프론트 오프라인 행사는 취소했지만,콘텐츠는 드라마, 예능 등 장르별로 예정대로 편성했다. 드라마 ‘서바이버(Survivor)와 ‘어메이징 레이스(The Amazing Race) 등은 작가 파업으로 인한 편성이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 플랜은 만들어둔 상태다.

CBS는 파업이 지속될 경우 정상화 전까지 재방송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TV에서도 방송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프라임 타임 장르별 편성 비율도 2023년은 교양, 리얼리티가 56%를 넘었다.


[예능 지상파 TV: 장기 원인 제작비 삭감]

사실 미국 지상파의 예능, 리얼리티 장르 홍수의 장기 원인은 빡빡해진 콘텐츠 투자비 때문이다.

스트리밍 경쟁 악화, 광고 감소 등으로 미국 월가 투자자들은 미디어기업들의 콘텐츠 예산 지출에 매우 민감한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광고를 위한 오디언스 확보 목표로 스포츠 독점 판권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결국 한정된 콘텐츠 제작비에 스포츠 판권이 높아지니 드라마에 투자할 돈은줄어들 수 밖에 없다.

스트리밍 TV 스포츠 판권 변화(2026년 전망, 버라이어티)

제작비 감소는 드라마의 관행도 바꿔놓고 있다.  CBS는 코미디 드라마 ‘밥❤️아비솔라(Bob ❤️ Abishola)’의 출연자 숫자를 대폭 줄었다. 당초  13명의 출연자가 나왔었는데 반복 출연자 위주로 라인업을 정리한 것이다.

또 CBS는 경찰 드라마 ‘이스트 뉴욕(East New York)’의 시즌1이 마무리된 뒤 후속 시리즈를 취소했다.CBS가 자동 출연료 인상(customary pay increases)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 지상파 TV의 예능화, 전망]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지상파의 예능 TV화’가 굳어진 트렌드냐’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가을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번 가을 드라마가 없는 ‘예능의 가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통상 드라마가 없다면 지상파들은 죽어야 하지만,  드라마가 없어도 시청률이 바닥을 치지 않는다면, 방송사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드라마의 경우 스트리밍에서 보고 나머지 예능이나 교양 콘텐츠만 지상파TV에서 본방 사수하는 트렌드가 자리잡힌 만큼 굳이 많은 돈이 투입되는 드라마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 지상파의 예능화와 관련 콘텐츠 제작비 감소라는 장기 압력과 작가 파업으로 인한 단기 원인은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 프라임타임 시청자수 변화(버라이어티)

결론적으로 말해 ‘드라마의 실종’ 혹은 ‘지상파 TV예능화’는 아직  장기 트렌드라고 볼 수는 없다.  대형 프랜차이즈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aw & Order/SVU’, ‘NCIS’, ‘Blue Bloods’, ‘Chicago-verse’와 같은 프랜차이즈와 경찰 드라마는 남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드라마나 시트콤, 코미디 드라마는 시장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 ABC, CBS, 폭스(FOX), NBC 등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은 이미 줄어들고 있다.

한편, 작가 조합(WGA)의 파업의 또 다른 원인은  케이블과 스트리밍 TV 증가로 인해 각 작품의 평균 방영 에피소드(Episode)가 줄었다는 데도 있다.  

에피소드 감소는 작가들의 집필료 축소로 이어진다. 만약 작가 조합이 승리해  평균 드라마 에피소드를 늘리는데 합의한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드라마 대신,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작가조합이 이기더라도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르는 상처뿐인 승리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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