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도전 ‘닐슨의 100년 아성’은 무너질 것인가.

TV시대를 지배했지만 스트리밍 시대 위상에 도전을 받고 있는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en)이 구조조정에 나선다. 닐슨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를 통해 직원 규모를 1년 전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닐슨은 회사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지난 2022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직원 감축을 준비 중이다. 닐슨은 2022년 3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인베스트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의 자회사 에버그린 코스트 캐피탈(Evergreen Coast Capital)과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Brookfield Business Partners)가 이끄는 사모펀드에 160억 달러(주당 28달러)에 매각됐다.

[닐슨, 2022년 고용 인원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닐슨 CEO 데이비드 케니(David Kenny)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는 인원 감축이 상반기 비정상적인 경영 침체에 보조를 맞추고 제품 개발 및 글로벌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서술됐다.

케니 대표는 “2022년 8월 이후, 거시 경제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경영 환경이 급격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2023년 영업 계획에 따라  수요가 높은 서비스와 지역에 맞춰 투자도 다시 조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보 담당인 킴은 전체적인 메모 존재 여부는 부인했지만 투자 효율화는 언급했다. 킴은 “우리 패널과 기술적인 혁신에 대한 투자 강화”라고 설명했다.

2022년 연방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12월 현재 닐슨의 글로벌 직원은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1,000명 정도가 계약직 파트타임 근무자다. 그러나 이중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2022년에 고용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닐슨은 2022년 사모펀드에 회사가 매각될 당시에도 CEO 린다 주카우카스 등을 포함해 상당수 인원이 회사를 떠난 바 있다.

[힘든 스트리밍 시대 적응기, 닐슨]

TV콘텐츠 시청률 조사와 관련, 닐슨을 따라올  사업자는 없다. 그러나 닐슨은 스트리밍 시대에 고전하고 있다.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닐슨이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스트리밍, 모바일,오디오,FAST 등)으로 소비하는 ‘멀티 플랫폼’ 시대인데 이를 추적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물론 닐슨도 스트리밍과 TV 시청률을 통합해 발표하는 ‘닐슨 게이지(Nielsen Gauge)’를 발표하는 등 새로운 시대 적응도를 높이고 있지만 현장 불만은 여전하다. 심지어 지난 2021년에는 미국 업계의 시청률 인증 기관(Media Rating Council)의 공식 인증이  유보되기도 했다. 팬데믹 시절, 미국 지상파 TV시청률 일부를 누락했다는 불만때문이다.

또 지난 2022년 3월 광고주 설명회(Upfront)에는 바이어컴CBS(파라마운트 글로벌), NBC유니버설 등 스트리밍 TV 시청률을 측정하는 신생 기업들과의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어컴CBS는 2021년 스마트TV 시청률 측정 기업 비디오AMP와 계약을 맺었고 NBC유니버설과 워너미디어(현재 WBD)는 또 다른 스마트 콘텐츠 가치 평가 사업자인 아이스폿TV(iSpot.tv)와 협업한다.

디즈니 역시 스마트TV 시청률 측정 기업 삼바(Samba TV)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NBC유니버설 그룹 글로벌 광고와 협업 담당 CEO인 린다 유카리노(Linda Yaccarino)는 2022년 5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TV시청 지형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습관 전이도 스피드가 높아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이제 플랫폼과 스크린, 유통 회사를 넘어서 콘텐츠를 보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 측정 기술은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생 기업들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1923년 TV시대 개막과 함께 등장했던 닐슨의 100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비디오AMP, 아이스팟TV 등이 신흥 강자들이 닐슨의 이후를 노리고 있다. 2023년 1월  10일 미국 5개 메이저 TV네트워크들은 애드 테크 기업 오픈AP와 비디오 광고 협회(Video Advertising Bureau) 등과 새로운 시청률 표준(new advertising currencies)을 만들기 위한 공동 위원회(joint industry committee)를 결성 할 것이라고 밝혔다.다시 말해 닐슨의 대안을 찾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이야기다.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TV에서 실시간 채널이 아닌 넷플릭스, 유튜브 등 비실시간 VOD를 시청하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물론 아직 보수적인 광고주들은 TV광고에 대한 성과를 닐슨에 기대고 있지만 시장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비실시간 VOD시청을 기록하는 아이스팟이나 비디오AMP와 같은 기업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TV 개인 시청률 측정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TVISION은 2022년 11월 1,600만 달러를 투자 받는데 성공했다.

2023년 1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는 실시간 TV, 스트리밍,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한 통합 비디오 콘텐츠 소비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비디오 AMP와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가 닐슨이 아닌  기관과 ‘시청률 조사’ 계약을 맺는 첫 사례가 된다. 1년 전 WBD와 비디오AMP는 이미 새로운 시청률 측정 적용과 관련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비디오AMP의 창업주이자 CEO인 로스 맥크레이(Ross McCray)는 워너와의 계약과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비디오AMP의 측정 시스템은 비디오 콘텐츠의 플랫폼 간 이동을 추적해 측정하면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진정한 가치(real value)를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의 시청률 측정 기준은 리니어 실시간 채널에서부터 디지털 혹은 스트리밍을 한 영역에서 묶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콘텐츠의 영향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you can see the total reach of the entire portfolio)”고 강조했다. WBD 역시, 현재 닐슨의 시청률 측정 기준이 ‘실질 콘텐츠 소비 오디언스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준에 많은 기대를 드러냈다.

시청률 측정 신흥 강자들의 성패는 2023년 5월 미국 광고주 설명회 업프론트(Upfronts)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5월을 앞두고 신생 측정 기업(new measurement vendors)들과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시청률 측정 기관으로 비디오AMP 선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디즈니(Disney) 2022년 3월 자체 테크 행사인 ‘annual Tech & Data Showcase event’에서 삼바TV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100개 넘는 신생 시청률 테크 기업들 테스트한 결과다. 디즈니가 알고 싶은 내용은 ‘ 디즈니 콘텐츠가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어떻게 소비되는 지를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해 디즈니 광고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대안 데이터다’다. NBC유니버설은 메리어트, 펩시콜라, 스테이트팜(보험회사) 등과 함께 새로운 시청률 측정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시청률 위원회’를 2022년 11월 결성(The Currency Council)했다.

한편, 닐슨도 스트리밍 시대 적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22년 넷플릭스, 아마존 등과 스트리밍 통합 시청률 측정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2022년 8월 닐슨과 아마존은 스트리밍에서 첫 송출되는 ‘NFL목요일 경기(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송)’를 기존 TV시청률과 비교하는 기준을 만드는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닐슨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닐슨의 전국 TV 오디언스 기준으로 실시간 프로그램을 측정하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 계약으로 닐슨은 2022년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를 통해 중계되는 전체 NFL경기의 실시간과 VOD 시청률  측정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의 동영상 소셜 미디어 트위치(Twitch)’를 통해 중계되는 게임쇼와 각 지역 TV 방송사들이 해당 권역에서 중계하는 NFL성과도 함께 측정하고 있다. 또 스포츠바나 호텔 등에서 중계(Out of Home)되는 라이브 NFL경기 시청도 시청률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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