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의 현재 WBD, 2022년 4분기 21억 달러 손실

지난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해 탄생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가 여전히 고전 중이다. TNT, TBS, CNN 등 케이블 TV채널과 HBO MAX, 디스커버리+ 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여전히 통합 시너지가 아닌 적자를 보고 있다. 스트리밍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콘텐츠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2023년 2월 23일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21억 달러의 순손실(net loss)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 이 회사는 12억 달러에 가까운 구조조정 비용을 투입하고  18억 5,000만 달러의 자산을 정리했다. 모두 합병 이후 발생한 후속 조치다.

환율 영향을 제외한 매출은 9%가 감소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매출 하락이 경기 침체로 인해 광고 매출이 14% 감소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와 디스커버리(Discovery+) 가입자가 늘었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성명에서 WBD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화학적으로 합병하는 작업이 마무리됐다”며 “우리는 앞으로 강해질 것이며  많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4분기 워너 주요 실적


[워너가 보여준 TV시대의 몰락]

자슬라스 CEO가 미래를 자랑했지만, 케이블TV 등 전통 미디어의 쇠퇴는 생각보다 빨리 이뤄지고 있다. 2022년 4분기 WBD의 실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TV네트워크 부문(디스커버리, CNN, 푸드 네트워크)는 매출이 6% 하락한  55억 달러를 기록했다. 케이블TV회사에서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affiliate fees)와 광고 매출이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네트워크 부문 2022년 4분기 실적

WBD 실시간 네트워크 채널들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나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이어 광고주를 끌어올만한 대형 스포츠 중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NFL이나 월드컵과 같은 호재로 FOX와 NBC는 광고 매출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이에 WBD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광고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통합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수익 보전을 위해 5월 광고주 설명회에서 가격을 높이겠다. 이를 위해 공급 물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매출도 38억 달러로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이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23% 줄었다. 이익은 7억 6,800만 달러였다. 콘텐츠 매출은 26% 가량 축소됐다.

스튜디오 부문 매출 2022년 4분기

[스트리밍 부문 적자 지속 But 수익 개선]

HBO MAX와 디스커버리+를 운영하고 있는 WBD의 스트리밍 사업부는 9,61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지난 부닉 9,490만 명에 비해  100만 명 가량 증가했다.

12월 말 분기 워너의 스트리밍 부문 영업손실(operating loss)은 2억 1,700만 달러였다. 스트리밍 부문 적자는 이전 같은 분기 7억 2,800만 달러와 비교해 크게 줄어드는 등 빠르게 수익을 찾고 있다. 2022년 3분기 스트리밍 부문 적자는 6억 달러였다. 스트리밍 부문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76%나 증가했다. 광고 버전 구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2분기는 매우 중요하다. 2023년 4월 12일 HBO MAX와 디스커버리+를 합친 메가 HBO MAX 스트리밍이 데뷔하기 때문이다. 자슬라브 CEO는 “우리의 공략 전술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먼저 드라이브를 건 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스트리밍을 출시하지만 다큐멘터리와 요리, 집 인테리어 등의 다큐멘터리가 유명한 디스커버리+도 단독 서비스로 존속한다.

자슬라브는 “현재 디스커버리+는 이탈율이 매우 낮고, 수익을 내고 있다”며 높은 충성도에 존속 가치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월 5~7달러 정도의 비용을 내는 구독자들의 경우 디스커버리+는 훌륭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워너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광고를 보는 대신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FAST는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고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FAST는 안성 맞춤이다. 자슬라브는 “우리는 다른 사업자들로부터 콘텐츠를 수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부 자원만으로도 투비(폭스의 FAST)나 플루토(파라마운트의 FAST)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스트리밍 전략은 할리우드 안에서도 돋보인다. 2022년 금리 인상,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미국 월가에서는 WBD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2년 4월 통합 이후 거래된 WBD는 12월 말 기준, 주가가 63%나 떨어졌다.

WBD의 주가 추이(WSJ)

하지만, 2023년 들어 WBD의 주가는 상승 추세다. 1월 초 9.5달러에 불과했던 WBD주가는 2023년 2월 24일 15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2023년 1월 들어 미디어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WBD 또한 상승세를 입은 것이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도  WBD 주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브렛 펠드만(Brett Feldman)는 최근 자신의 리포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주식(favorite media stock)이라고 설명했다.

펠드먼은 “WBD가 EBITDA, 잉여현금흐름 등의 호조로 2023년 재무제표가 긍정적일 것”이라며 “35억 달러의 합병 시너지와 4월 스트리밍 서비스 통합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개선된 WBD의 주가 흐름은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의 어깨를 가볍게하고 있다.

2022년 자슬라브는 경제 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에 해고를 단행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 콘텐츠를 대거 중단시켜 상당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2022년  12월만 해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HBO MAX의 인기 드라마 ‘Westworld,’ ‘The Nevers’의 차기 시즌 제작을 중단시켰다.

이에 앞서 2022년 8월에도 HBO MAX는 36편의 작품을 스트리밍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또 몇 차례에 걸쳐 상당한 수준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CNN+와 같은 신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경비절감을 위한 다양한 작업들을 하는 사이 WBD 주가도 상당히 하락했다. 워너브라더스 텔레비전 그룹은 2022년 10월에만 전체 인력이 26%를 구조조정했다.

[WBD. 여전히 통합 정국 비용 절감에도 집중]

WBD 군나르 비덴펠스(Gunnar Wiedenfel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2024년 말까지 4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새로운 전망을 내놨다. 워너의 이전 경비 절감 감소 목표는 35억 달러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 워너는 대규모 감원과 제작 중단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2023년 4월로 예정된 HBO MAX와 디스커버리+의 합병도 자산 효율화 조치 중 하나다. 2022년 WBD는 이미 10억 달러를 절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비덴펠스 CFO는 회사 자산 매각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슬라브는 CNN의 변화도 의미있게 언급했다.

자슬라브 CEO는 “우리는 CNN이 팩트 기반의 중립 보도와 다양한 의견의 담론을 다음 보도채널이 되길 원한다”며 “미국 하원 의장 선거 기간 동안 CNN에 출연한 정치인은 공화당의 70명 넘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편향 보도를 바로 잡아야 하며 현재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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