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이 2023년 6월 공개한 가상 현실 헤드셋(AR) 비전 프로(Vision Pro) 기능 중 가장 놀라웠던 장면 중 하나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를 3차원 공간에서 보는 영상(2차원)을 이었다. 3차원에서 2차원 영화를 경험하는 색다른 기능이다.
애플은 이를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의 디바이스로 설명했다.
가상의 공간에 나타난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보는 장면은 그렇게 구현됐다.
그러나 영화 및 컴퓨터 제작자 상당수는 애플의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시청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부정적이었다. 피로도를 높이고 몰입감을 방해해 실제 이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2024년 비전 프로 정식 출시를 앞두고 비전 프로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내놓고 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자신이 만든 개사료를 먹었다. (eating his company’s own dog food)’.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농담인데 자신이 만들고 개발한 제품을 직접 써봤다는 이야기다.
팀 쿡은 2023년 9월 CBS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에 출연해 내년(2024년 초) 출시되는 애플 비전 프로를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에서 최근 비전 프로로 시트콤 ‘테드 라소(Ted Lasso)’ 시즌3 전편을 시청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코미디 부문 에미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애플은 6월 제품 출시 당시에는 디즈니+를 비전 프로에서 보는 영상만 공개했는데 애플 TV+도 연동 된다는(당연하지만) 점을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팀 쿡은 2023년 9월 12일 열린 애플의 가을 신제품 출시 이벤트에서 비전 프로가 예정대로 2024년 초 배송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쿡은 제품이 아이폰보다 다소 복잡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래서 단순한 개발이 아닌 제조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의 자신감과는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2023년) 여름, 애플이 비전 프로 판매 목표를 100만 대에서 40만대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부품 수급 문제가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부품은 비전 프로 안경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LED인데 6월에 선보인 시제품은 소니와 TSMC제품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애플은 마이크로 LED의 품질에 불만을 가지면서 제작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미니LED(mini-LED) 등과 같은 다른 디스플레이 기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결국 애플이 지금까지 모든 공급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가 아닌 헤드셋에도 마이크로 OLED를 사용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현재 2세대 헤드셋 생산을 위해 삼성과 LG 등 한국 LED 디스플레이 제조사와도 협업 중이다.
현재까지 어떤 제조사도 애플의 까다로운 눈에 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애플은 낙관적이다. 애플은 향후 5년 내 비전 프로 출고량이 2,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량도 2024년 35만 대에서 2028년 1,26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애플은 초도 물량과 첫 확산을 애플 마니아에 기대고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 가격을 대당 3,500달러로 책정하면서 ‘공간 컴퓨팅 플랫폼(spatial computing platform)’이라고 지칭했다.
팀 쿡 CEO는 비전 프로로를 애플 스마트폰과 비교하면서 그만큼 대중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아이폰과의 연동도 강화됐다. 애플이 최근 선보인 아이폰15 프로 모델은 AR/VR 헤드셋으로 볼 수 있는 공간 영상을 캡처할 수 있다고 애플은 밝혔다.
하지만, 관건은 일반 이용자들이다. 첫 작품은 고소득이나 애플 마니아, 버전 프로 앱 개발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PC처럼 보다 많은 구독자가 사용해야 한다.
애플은 2023년 6월 비전OS 소프웨어 개발을 위한 키트(SDK)을 공개했다.개발자들이 비전 프로에서 쓸 수 있는 앱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키트다.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자료지만)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매우 낮았다. 미국 성인의 73%가 2024년에 비전 프로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나게 기다린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물론 기대가 낮은 이유는 너무 비싼 가격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67%는 비전 프로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가격을 꼽았다.
나머지 29%는 영화를 보거나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 비전 프로가 아닌 다른 기기를 미미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실 현재 VR헤드셋을 쓰는 사람 상당수는 VR게임을 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애플의 비전 프로는 게임을 넘어서는 콘텐츠 시청과 업무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팀 쿡은 비전 프로를 ‘개인 극장(a (personal movie theater)으로 불렀다. 6월 기자 간담회에 나왔던 디즈니 CEO 밥 아이거 역시 ‘혁명적인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청률 위한 콘텐츠 디바이스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콘텐츠 시청 플랫폼이나 몰입형 경험을 위해서 VR 디바이스를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 역시 애플이 넘어야 할 산이다. 물론 애플의 뛰어난 3차원 공간 시청은 소수의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될 수 있다.
[비전 프로는 TV인가?]
일부는 비전 프로를 TV로 보고 있다. 리얼리티를 공간으로 확장하고 현실은 넘어선 또 다른 스크린, 3차원 몰입형 경험을 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비전 프로의 TV 및 영화 시청이 공간 경험 기능을 통해 향상될 것이지만, 영화 자체는 3D 공간에서도 2D 투영을 통해 보기 때문에 진정한 몰입감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같다.)
게임머들이 비전 프로를 원하는가메타나 VR스타트업 등 테크 회사들은 그들의 콘텐츠에 몰입도를 주기 위해 게임 장르로 전환했다.
그러나 비전 프로는 장치 자체가 비전OS 카메라 앱을 이용,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3D비디오 캡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내러티브VR과 몰입형 스토리텔링(narrative VR and immersive storytelling) 제작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