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레거시 미디어의 TV이주 전략 'ITVX'

영국 최대 민영 방송사 ITV는 7년 전 VOD서비스 ITV허브(ITV Hub)를 런칭했다.

본방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지연 상영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당시 CEO 아담 크로지어(Adam Crozier)가 이 서비스는 성과가 넷플릭스나 BBC I플레이어(iPlayer)에 크게 못미쳤다.

2022년 12월 6일 ITV는 절치부심해 새로운 스트리밍 ITVX를 런칭했다. CEO 캐롤린 맥콜(Carolyn McCall)은 스트리밍 서비스 성공을 위해 슈퍼 앱을 만들어냈다. 무료와 유료 스트리밍을 묶는 등 ITV를 완전히 스트리밍으로 옮겨왔다. 2022년 들어 계속 하락하던 ITV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ITVX 런칭

사실 ITV는 영국 레거시 미디어의 쇠퇴를 그대로 보여준다. 맥콕 재임 5년 동안 회사의 시가 총액(Market Value)은 50% 이상 떨어졌다. 2022년영국 런던국제증권거래소(ISE)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우량주식으로 구성된 지수 FTSE100에서도 멀어졌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자가 늘어남에 따라 거의 모든 미디어 사업자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영국에는 파라마운트+와 북유럽 스트리밍 비아플레이(Viaplay)도 시장에 참전했다. ITV도 이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과거 ITV허브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나빴다. 무료이긴 하지만 투자도 거의되지 않았고 너무 많은 광고로 이용률이 상당히 낮았다.

이에 ITV는 18개월 간의 준비 끝에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ITVX를 런칭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ITV는 콘텐츠와 기술 투자로 초기 예산으로 약 2억 2,500만 파운드를 투입했다. ITV의 스트리밍 서비스 담당 이사(managing director of streaming)  루퍼스 래드클리프(Rufus Radcliffe)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히 경쟁사를 따라 잡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빠르고 샤프한 인터페이스로 1만 5,000시간의 콘텐츠를 공급하는데 이는 이전에 비해 10배가 늘어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침투율(FT)

특히, 스트리밍 퍼스트 전략이 눈에 띈다. 일부 프로그램은 TV에 앞서 ITVX에 공개된다. 냉전시대를 그린 스파이 드라마 ‘ A Spy Among Friends’, 코미디 시리즈 ‘ Soldiers of Rome’, 스릴러 드라마 ‘Without Sin’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ITV는 높은 제작비를 이유로 온라인이 아닌 TV를 선호해왔다. TV광고 단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 트렌드가 TV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감에 따라 ‘온라인이 콘텐츠의 첫 공개 플랫폼’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물론 이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ITVX 기술적 안정성을 위해 ITV는 ITV허브를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이에 영국 TV의 가장 큰 대목인 ‘월드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카타르 월드컵 2022의 경우 조별 리그는  ITVX에서 제대로 방송하지 못했다. 그러나 ITV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행사 등을 통해 ITVX가 충분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디즈니+의 광고 시장 가세, 좋지않은 ITVX]

하지만, ITVX의 런칭 시점이 좋지만은 않다. 2022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영국도 예외가 아니고 지상파 TV들도 광고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Disney+)도 2022년 11월과 12월 광고 버전 저가 상품을 내놨다.

영국 스트리밍 서비스 세대별 시청 분포(FT)

ITV허브의 2022년 12월 현재 가구 침투율은 50%를 약간 상회한다. 또 시청률 조사 기관 칸타의 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2일이상 ITV허브를 시청하는 영국 가구는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는 BBC의 아이플레이어(iPlayer)의 5분의 2에 비해서 더 낮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젊은 시청자 비율이다. 16~24세 시청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대해 FT는 “ITVX는 젊은 세대 사용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ITV 허브보다 많은 기술적인 업그레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사용자들은 이미 ITVX의 기술적인 어려움을 불평하고 있다. 특히, 라이브 채널과 VOD가 함께 서비스되는 만큼 월드컵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진행될 경우 서비스의 안정성을 더 신경써야 한다. ITVX는 순차적으로 많은 대비를 했다고 하지만, 끊김 현상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초기 경험의 중요성은 구독을 유지하는데 매우 크게 작용한다.

[ITVX의 자신감 “아직 늦지 않았다”]

ITVX가 성공을 자신하고 있는 포인트는 콘텐츠 차별성이다.  ITVX가 자랑하는 차별하는 콘텐츠는 정규 뉴스 블레틴(regular news bulletins) 프로그램과 어린이 콘텐츠 라인업이다. 뉴스 블레틴은 하루 주요 뉴스를 정리해 제공하 일종의 속보 게시판과 같은 포맷 뉴스다. ‘임시 속보’라고 도 변역되는데 속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주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은 스트리밍으로선 이번이 처음이다. 또 ITVX는 스트리밍 뉴스를 위해 직원을 19명 추가로 뽑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다.

ITV는 ITVX가 충분히 성공할 수 있고 런칭 시점도 늦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래드클리프 스트리밍 담당 이사는 FT인터뷰에서 “런칭 시점과 관련 우리가 늦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시청 습관 측면과 변화 측면에서 오히려 우리를 다음 스테이지(스트리밍)으로 옮겨 줄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ITVX의 무료 콘텐츠는 경제 위기가 계속될 수록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영국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ITVX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 될 것것이라고 지적했다.

[ITV의 스트리밍 전략 ‘TV를 옮겨오는 것’]

ITV는 ITVX의 구독 매출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는 2026년 목표는 250만 유료 구독자다. 현재 광고 없이 유료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5.99파운드를 매달 내야 한다.

ITVX 런칭 이후 ITV주가 추이(FT)

[방송사의 스트리밍의 미래는]

여전히 ITVX의 우선 순위는 무료 버전에 있다. ITV의 시청자 층을 스트리밍으로 옮기는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래드클리프 이사는 “무료 버전 상품 이용자가 전체의 90% 가량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으로도 비용 지불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상당수 제공할 계획이다. 래드클리프는 이를 ‘매우 설득력 있는 제안(very compelling proposition)’이라고 말했다. 물론 ITVX가 실시간 시청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TV콘텐츠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는 측면이 더 강할 수 있다. 방송사와 ‘방송사가 경영하는 스트리밍’이 공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ITV와 같은 민영 방송사의 문제는 ‘투자 여력’이다.

경기 악화로 광고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빅테크에 결과적으로 투자 규모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만약 ITVX가 성공을 거둔다고 한들, 미래 지속성에 의문을 가지는 것도 이 이유다.

M&A 등 근본적인 재무 구조의 변화 없이는 방송사들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편, TV의 스트리밍 뉴스 포맷인 ITVX 뉴스를 위해 ITV 뉴스룸은 21명의 직원(2명 그래픽, 19명 기자)을 추가로 뽑았다. ITV뉴스를 스트리밍 포맷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처음인데다 전용 비디오 뉴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ITV 뉴스 담당 이사(director of news and current affairs) 마이클 제르미( Michael Jermey)는 프레스 가젯과의 인터뷰에서 “ITV가 지상파TV 편성에 중심을 둔 것과 같은 방식으로 ITV 스트리밍 뉴스는 ITVX포맷에 맞출 것”이라며 “현재 이런 뉴스는 없으며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인터뷰했다.

그는 또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영상 뉴스의 새로운 포맷’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ITVX에 ITV뉴스룸은 24시간 7일 뉴스 ‘레일(rail)’을 공급한다. 최근 뉴스 속보 요약 형태(Bulletin)이며 하루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요약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해진 발행 시간은 없다. 중요한 뉴스가 생기면 편성해 송출한다. 레일에는 또한 ITV 뉴스와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 방송도 내보내며  ITVX 전용 패키지 뉴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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