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밥 아이거 “영광은 더 이상 없지만, 디즈니의 세계는 돌아간다.”

[스트리밍]밥 아이거 “영광은 더 이상 없지만, 디즈니의 세계는 돌아간다.”

지난 11월 20일 디즈니 CEO에 다시 복귀한 밥 아이거. 직원들과의 첫 미팅에서 “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이 역할을 다시 맡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우리는 할일이 많고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 뮤지컬 ‘해밀턴’ 대사 인용, ‘디즈니의 내일 태양은 다시 뜰 것”이라고. 강력한 개혁 예고

한정훈
한정훈

11월 20일 디즈니 CEO에 전격 복귀한 밥 아이거(Bob Iger)가 직원들과 처음 만났다. 밥 아이거는 캘리포니아 버뱅크(Burbank)에 위치한 영화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이어지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디즈니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CEO교체와 경기불황에 따른 직원 감축, 투자 축소 우려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현재 디즈니는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디즈니 주가는  최근 20개월 동안(2022년 11월 말 기준) 197달러 수준에서 96달러까지 떨어졌다.  부채 역시 450 억 달러 가량 된다.  또 투자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수익을 내길 원한다. 이어 디즈니랜드의 가격 인상에 대한 언론들의 부정적 시선 및 해외 테마파크 운영 재개 결정, 트라이언(Trian) 등 헤지펀드의 공격도 방어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은 11월 마지막 주 월요일 28일 오전 45분 동안 이어졌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밥 아이거 “애플 피인수설 일축]

미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직원들의 질문은 매우 다양했다. ‘디즈니를 애플에 팔 것이나’, ‘채용 중단이 계속되나’, ‘ABC 등 스트리밍 외 디즈니의 전통적 TV 비즈니스의 운명은 어떻게 되냐’ 등의 질문이 나왔다.

밥 아이거는 현장에서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이 (어려운) 역할을 다시 맡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우리는 할일이 많고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루머는 일축했다. 아이거는 애플이 잠재적으로 디즈니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을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채용 중단 등 비용 절감은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만약 실시간 TV의 장기 미래를 봤을 때, 회의적이고 비관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변화가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답했다.

지난 2020년 2월 CEO자리에서 내려온 밥 아이거는 올해(2022년)로 나이가 71살이다. 15년 CEO재임으로 디즈니를 반석에 올려놨지만 미키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에는 많은 나이일 수 있다.  하지만, 디즈니 이사회는 밥 체이펙 전임 CEO를 중도에 끌어내리고 아이거를 다시 등판시켰다.  그만큼 디즈니가 생각하는 위기는 현실이다. 밥 체이펙은 2022년 3분기(디즈니 회계 4분기),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구독자 1,210만 명을 확보(총 1억 6,420만 명)하며  총 규모 면(3개 스트리밍)에서 넷플릭스를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과 주가는 곤두박질쳐 체이펙의 CEO자리는 상당히 위기에 몰렸었다. 2022년 11월 8일 분기 실적 발표 다음날(9일)은 주가 13% 하락으로 911테러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 중심으로 상당한 공격을 받았다. 이에 직원들도 밥 아이거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타운홀 미팅에 밥 아이거는 그의 전매특허인 카디건과 흰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흡사 다시 한번 그가 건설한 영광스러운 디즈니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였다. 아이거 CEO 재임 당시 디즈니는 픽사(Pixar), 마블(Marvel), 루카스필름(The Lucasfilm), 21세기 스튜디오(21th Fox)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아이거는 이 작업들을 진두지휘해 회사를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타운홀 미팅에서 아이거는 분위기는 비장했다. 현재 얼마나 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지, 왜 그가 복귀결정을 했는 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를 듣는 직원들의 기대감과 긴장감은 이어진 박수로 표출됐다.

[이미 시작된 디즈니 개혁, 콘텐츠 제작팀에 힘 실어줘]

아이거가 업무를 시작한 첫 주, 새로운 시대를 위한 개편 작업은 본격화됐다. 전임 CEO의 최대 심복인 카림 다니엘(Kareem Daniel)이 사임했고 체이펙의 비서실장(chief of staff) 아서 보크너(Arthur Bochner)도 회사를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디즈니 크루즈 기항지인 바하마(Bahamas)의 디즈니 소유 섬 캐스트어웨이 케이( Castaway Cay)에 위치한 테마 건물에 설치됐던 체이펙의 헌사(tribute)도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11월 28일 타운홀 미팅에서도 아이거는 체이펙이라는 이름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체이펙의 조직 개편도 모두 원점으로 돌아왔다. 체이펙이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를 준비한다며 ‘콘텐츠 유통과 투자, 플랫폼 전략’ 등을 담당하는 하나의 조직(Disney Media and Entertainment Distribution)을 만들었지만 아이거는 이를 해체했다. 콘텐츠 제작의 주도권(예산 집행 권한)과 유통 주권(어떤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보낼 지)을 일선 창작 단위 부문에 다시 돌려줬다. 이에 대해 아이거는 “디즈니의 제작 관련 임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회사를 개편하는 것은 나의 가장 우선 순위 작업”이라고 말했다. 아이거는 평소에도 제작진 및 크리에이터들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들이 회사를 이끌어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거는 현장에서도 “얼마나 많이 만들지 보다, 얼마나 위대한 콘텐츠를 제작해낼지가 중요하다”며 스트리밍 시대, 구독자 확보를 위해 양적 성장에 집중했던 과거를 비판했다.

한 직원이 동성애 관련 콘텐츠(L.G.B.T.Q. storytelling)를 계속 제작할 것인가를 물었다. ‘버즈라이트이어’ 등 디즈니 콘텐츠에 동성애 내용이 등장하자, 거세진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질문한 것이다. 이에 아이거는 “우리 스토리텔링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포용과 수용, 관용이며 우리는 그것을 잃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거는 “우리는 항상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하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것이다. 또 그렇게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디즈니의 핵심 가치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e’re certainly not going to lessen our core values in order to make everyone happy all the time)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디즈니의 자신감]

디즈니의 핵심 가치를 설명하면서 아이거는 뮤지컬 ‘해밀턴(Hamilton)’에 등장하는 노래(What’d I Miss?)의 한 노랫말을 언급했다. 이 곡은 초대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돌아와 부른 노래다.

이 노래에는 ‘더 이상 현재(의 영광은)는 없지만, 해가 뜨고 세상은 여전히 돌고 있다.(There is no more status quo, but the sun comes up and the world still spins)’라는 가사가 나온다.  아이거는 “지금 내 기분이 이 노래와 같다”며 “현재는 사라졌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고, 우리의 세계와 디즈니의 세계는 여전히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DTC부문 분기별 적자 규모(버라이어티)

아이거가 생각하는 디즈니의 미래를 위한 조직 개편 작업은 닻을 올렸다. 11월 21일 아이거는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2020년 10월 체이펙(Chapek)이 구축해놓은 회사 구조를 다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사업부(Disney Media and Entertainment Distribution unit (DMED))를 맡고 있던 카림 다니엘은 사의를 표했다.

새로운 구조 개편의 방향은 미국 증권가의 의심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서비스 관리는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이펙이 만든 DMED 조직은 스트리밍에 디즈니의 모든 전략을 불어넣기에 최적화됐었다. ‘어떤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보낼지, 콘텐츠에 얼마를 투자할 지’ 등을 모두 결정하는 하나의 메가 조직이었다. 당시 TV나 영화 등 디즈니의 일선 콘텐츠 제작 조직들은 투자와 유통 결정 권한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많았다. 체이펙은 당시 CEO는 DMED 조직 신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콘텐츠 유통 시너지를 높인다고 판단해 개편을 강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DMED 부문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2022년 3분기에만 디즈니는 스트리밍 부문에서 15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2021년 6억 3,00만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2022년 9월 말)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는 미국 증권가의 시각이 달라졌다. 이에 아이거는 가장 먼저 디즈니의 콘텐츠 제작 부문에 예산 편성권과 유통 권한을 돌려줬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포맷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한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거는 직원 메모에서 “새로운 조직은 제작팀에 유통과 제작, 비용 사용 권한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엄청난 변화와 도전이 있는 시기다. 우리의 일은 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트리밍 시대,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조직을 만드는 작업은 현재 아이거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수 있다. 디즈니 이사회는 밥 아이거를 다시 불러들이면서 ‘새로운 CEO가 지금 디즈니의 스트리밍 전략을 수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에 외형상으로는 앞서있지(디즈니+, ESPN+, Hulu)만,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주주들과 미국 증권가에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 집행에 매우 민감하다. 이에 아이거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

아이거에 대한 이사회의 신뢰는 상당하다. 아이거가 CEO로 있는 동안 디즈니가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디즈니의 문제는 아이거 시절부터 내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체이펙의 조직 개편 방향이 디즈니 조직원들에게는 매우 낫설었다는 점이다. 특히, 상당한 결정 권한을 빼앗긴 디즈니 제작팀들의 반대가 많았다.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늦추고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아이거 역시 체이펙의 개편 방안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부 메모를 통해 아이거는 “우리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려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고 통합 유통 조직을 담당했던 카림 다니엘은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 주가 하락 11월 23일 기준

[아이거 “스트리밍 부문 수익 확대” 결자해지]

체이펙의 조직도 이전 디즈니+ 런칭 이후 이뤄진 조직 개편에 따라 발생했던 문제점(기능 장애)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도출되면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밥 아이거는 2018년 3월 디즈니+ 런칭 전,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 맞춰 조직을 개편했다. 이 당시 디즈니는 처음으로 소비자 직접 사업부문(direct-to-consumer division)’Direct-to-Consumer and International business segment’을 런칭했다. 당시 조직 개편으로 DTC부문을 맡고 있던 케빈 마이어(Kevin Mayer)와 디즈니 TV스튜디오 대표였던 피터 라이스(Peter Rice) 사이에는  ‘디즈니의 스트리밍 부문을 위한 콘텐츠 투자와 유통 결정권’이 누구한테 있는냐를 두고 권력 싸움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었다. 체이펙의 2020년 조직 개편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뤄진 측면도 있다.

더 나아가 체이펙은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 전망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아이거가 만들어놓은 디즈니+ 구독자 확보 전망을 상향한 것이다.  2020년 12월 디즈니+는 2024년 구독자 확보 목표를 2억 3,000만 명에서 2억 6,000만 명으로 늘려잡았다. 2019년 런칭 당시 목표는 6,000만 명에서 9,000만 명 사이였다. 그러나 경기 악화와 시장 포화로 디즈니+는 당초 세웠던 목표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애초에 디즈니의 스트리밍 전략을 설계한 사람은 2017년 아이거였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가 수십억 달러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다.  디즈니도 스트리밍 콘텐츠에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승자 독식’ 비즈니스 종말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즈니+의 부실이 온전히 체이펙 전 CEO의 경영 능력 부족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아이거의 조직 개편 방향성이 아직 정확히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가득한 지금, 어떤 조직을 만들어도 시장에 대한 완벽한 대응이 쉽지 않다. 디즈니 이사회가 70살이 넘은 아이거를 다시 데리고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경험을 믿는 것이다. 밥 아이거 CEO는 이제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첫 번째 임기 당시 아이거가 디즈니를 완벽한 IP회사로 탈바꿈시켰다면 두 번째는 스트리밍 시대, 수익성을 갖춘 콘텐츠 기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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