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국에서만 통하는 넷플릭스의 로컬 오리지널 전략”

할리우드에서 더블 스트라이크(작가와 배우 파업)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 애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Netflix)가 이런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가장 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콘텐츠 의 수급 시스템이 완비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콘텐츠 수급이 되지 않더라도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인들이 좋아할 프로그램을 계속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2020년 팬데믹 당시에도 미국 드라마, 영화 제작이 중단되자,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수요가 증가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보다 많은 글로벌 콘텐츠를 본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글로벌 소싱 시스템을 갖춘 곳은 넷플릭스가 유일했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성공도 이런 트렌드에서 이뤄졌다

. ‘오징어 게임’은  팬데믹의 중간인 2021년 9월 공개됐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파업이 지속되는 지금, 넷플릭스의 주가 전망을 높이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비밀번호 공유 단속 역시, 호재로 분석했다.

[통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

그러나 넷플릭스의 글로벌 제작 시스템은 우리 예상만큼 견고하지 않다. 넷플릭스의 경우 미국에서 제작된 영어 콘텐츠(English-language series produced in the U.S.)가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에 필적하는 글로벌 히트작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기반 영어 콘텐츠의 인기는 여전하다. 넷플릭스의 영어 기반 시리즈는 계속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넷플릭스의 시청률 톱10 프로그램 중 ‘웬즈데이(Wednesday)’와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90개 국이 넘는 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 시청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두 작품 모두 공개 이후 첫 91일 만에 15억 시간 이상 시청됐다.

첫 91일 넷플릭스 시청 시간 1위(버라이어티)

2021년 이후 현재까지 첫 91일 시청 시간 1위는 ‘오징어게임(Squid Game)’다. 그러나 다른 한국 콘텐츠는  물론이고 비영어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은 ‘오징어게임’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있다. 비영어권 콘텐츠 중 가장 시청 시간이 가장 많았던 콘텐츠는 ‘종이의 집(Money Heist)’ 시즌5로 첫 91일 동안 9억 시간이 시청됐다. 오징어게임의 절반 이하 성적을 기록했다.

오징어게임 이후 인터내셔널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와 희망이 증가했지만 미국밖에서 세계적인 진정한 글로벌 TV블록버스터는 여전히 희귀하다. 그 사이 인터내셔널이 아닌 미국 시리즈들도 일부 성공했다.  공동 CEO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는 2023년 1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 급 성공작들을 매주 쏟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초기 단계 전략은 불투명하며 성공할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징어게임’은 재현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닌 보다 유니콘과 같은 신기루일 수 있다. 넷플릭스 역시, 할리우드의 오랜 교훈처럼 ‘히트작을 계속 만들어낼 수 없다(you can’t just consistently crank out hits)

그동안 넷플릭스는 다양한 지역 인터내셔널 콘텐츠에 많은 돈을 쓰고 썼다.  2022년 넷플릭스는 독일 콘텐츠 제작 예산을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5억 달러로 두 배 늘렸다.

한국은 넷플릭스의 집중 콘텐츠 투자국이다. 넷플릭스(Netflix)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향후 4년 내 25억 달러(3조 4,000억 원)을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는 넷플릭스 콘텐츠 카탈로그도 변화시켰다. 플럼리서치& 옴니아(Omdia) 자료에 따르면 전체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미국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점유율은 지난 6년 간 60%에서 40%로 감소했다.  오리지널 10편 중 6편은 글로벌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전체 대비 미국 오리지널 비중(버라이어티)

[로컬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글로벌 스트리밍’]

넷플릭스의 로컬 콘텐츠의 전략은 ‘로컬(local)’ 공략이다. 해당 지역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Local for Local)로 로컬 투자를 진행한다.  해당 지역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로컬 콘텐츠’가 우선이다. 벨라 바잘리아(Bela Bajaria)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는 2023년 6월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략은 글로벌 쇼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모든 나라 지역에서 인정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들을 볼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다”며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른 지역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로컬 쇼”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로컬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은 ‘대규모 글로벌 히트작’은 물론이고 의미있는 로컬 시장 성공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미국 오리지널과 TV라이선스 시리즈가 톱10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 독일 오리지널의 콘텐츠의 소비 비중은 상당히 낮다.

특히, 넷플릭스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local content)의 성과는 나라별로 차이가 크다. 플럼리서치&옴디아(PlumResearch and Omdia)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청 시간 중  로컬 프로그램(Local Originals Share of Total Original Hours Watched)이 50% 이상(20% 이상도)을 차지한 곳은 한국과 미국 뿐이었다. 심지어 독일은 자국 오리지널 시청 시간 비중이 3%도 안됐다.

전체 오리지널 대비 자국 오리지널 비중(옴디아)

[넷플릭스, 로컬 오리지널의 최대 성국 한국]

이에 반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는 성과가 매우 크다.  한국의 경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비 로컬 오리지널 점유율은 낮지만, 시청 시간은 매우 높다.

다시 말해 로컬 오리지널 숫자가 적지만 소비량은 많다는 이야기다.  옴디아는 2023년 1분기 기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단지 5%가 코리아 오리지널이지만, 시청 시간 점유율은 68%나 된다고 밝혔다. 100개 드라마 중 5개가 시청 시간의 70% 가까이를 점유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비 트렌드(옴디아)

이 분석만을 본다면 넷플릭스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면 국내 점유율이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 스트리밍들이 합치거나 콘텐츠 공급 전략을 손본다면 (넷플릭스 공급 중단 및 번들 구성) 넷플릭스도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미래는]

넷플릭스의 현 상황을 볼 때,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전전후  글로벌 콘텐츠 전략’은 없다.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매력을 얻는 히트작을 목표로 하든, 개별 국가별로 현지화된 제작 콘텐츠 집중 투자 하든, 모든 것에 부합하는 하나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There is no one-size-fits-all global content strategy) 콘텐츠 시장은 원래 로컬이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로컬 시장’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로컬을 이기는 인터내셔널은 쉽지 않다.

모든 시장에 통하는 글로벌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면 넷플릭스는 ‘맞춤형 시장 접근법’이 필요하다.  효과가 있는 지역의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로컬이 통하지 않는 곳은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와 싸우는 로컬 미디어는 그들의 이런 맞춤형 시장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한편,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특히, 미국)을 공력하길 원하는 로컬 사업자들이 고려해야하는 수치도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넷플릭스 미국 사용자는 글로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을 보는 데 전체 시청 시간의 40%를 투입했다. 10시간 중 40시간을 미국이 아닌 글로벌 오리지널 콘텐츠(international originals)를 본 것이다.

작가와 배우의 더블 스트라이크시대,  40%라는 비율은 시사점이 크다. 40%를 잘 활용하면 넷플릭스는 파업을 넘을 수 있고 글로벌 공급자(한국 스튜디오)는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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