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주 넬슨 펠츠(Nelson Peltz)가 디즈니의 경영 전략을 문제 삼고 경영진 교체를 위한 위임장 전쟁(proxy fight)을 시작했다. 현재 밥 아이거 등 디즈니 경영진이 회사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이야기다. 디즈니 주요 주주 중 하나인 펠츠는 다른 주주들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디즈니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진과 이사회를 교체하겠다고 1월 12일 밝혔다. 펠츠는 포브스 기준 자기 자산만 14억 달러(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억만장자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펠츠가 회사 이사회에 합류하기 위해 회사를 막무가내로 공격하는 것이라며 그의 요구를 일축했다. 오히려 펠츠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깍아내렸다. 그러나 디즈니가 경기 침체와 스트리밍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공격받고 있는 만큼, 주주들의 불만이 계속될 수 있다.
위임장 대결은 주주총회 의결권을 위임받은 자가 현 경영진 교체의 필연성을 설득하는 것이다.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위임장을 확보해 기업인수ㆍ합병(M&A)를 추진하는 등 적대적 M&A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행동주의 펀드, 디즈니에 스트리밍 결단 요구]
펠츠는 2022년 11월 다시 등장한 밥 아이거 CEO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아이거를 교체하라는 입장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에 이사회 이사 자리를 달라고 강하게 요청하고 있고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경영진 교체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ESPN이나 다른 TV자산을 매각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펠즈는 CNBC에 출연해 아이거가 아닌 디즈니 이사회 의장을 겨냥했다. 새로운 이사회 의장 마크 파커(Mark Parker)의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커는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할 때도 이사였다. 이 거래에 대해 펠츠는 “디즈니의 대차대조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비난한 바 있다. 펠츠는 자신들의 P&G지분을 사들여 짧은 시간 정상화했다.”며 “짦은 시기에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해보라”고 설명했다. 2022년 5월부터 펠츠는 유니레버의 비상임 이사직을 맡고 있다.
디즈니는 2022년 1월 12일 나이키 의장 마크 파커를 새로운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이전 의장이었던 수잔 아놀드(Susan Arnold)는 3년이 조금 못되는 기간 이사장을 맡고 퇴임했다. 아놀드 의장은 2007년 이후 디즈니의 이사회에 있었기 때문이다. 디즈니 회사 규정은 이사 임기를 15년 임기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놀드 의장은 2022년 말 가장 큰 뉴스였던 아이거의 복귀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2022년 여름 아놀드는 전임 밥 체이펙 디즈니 대표의 임기를 3년 연장했지만 5개월이 지난 뒤 갑자기 말을 바꿔 11월 밥 아이거 CEO로 재임명했다.
펠츠가 이사회 의장을 겨냥한 이유는 그가 아이거를 대신할 후임 CEO를 임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커는 조만간 ‘CEO 임명 위원회(new succession planning committee)’를 구성해 이끌게 된다 펠츠는 파커와 아이거가 너무 친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경영 판단이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펠츠는 또한 파커가 나이키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디즈니에 집중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펠츠와 행동주의 펀드(트라이언)는 1월 11일(미국 시간) 저녁 ‘매직을 되살리자(Restore the Magic)’라는 이름의 온라인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최근 디즈니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 다음날인 1월 12일 그들의 전쟁 기술을 디테일하게 공개했다.
먼저 행동주의 펀드는 먼저 디즈니의 후계구도가 매우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보상, 잘못된 비용 관리, 전략 결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디즈니 임원이었던 제프 모렐(Geoff Morrell)은 2022년 1월 24일부터 디즈니에서 회사 최고 기업 관계 책임자(corporate-affairs officer)로 4개월 가량 근무했다. 하지만, 4개월 이후 플로리다 동성애 교육에 대한 밥 체이펙의 잘못된 대응으로 직원들이 동요하고 데모까지 벌어면서 회사를 떠났다. 디즈니에서 70여 일을 근무한 모렐은 총 보상금으로 836만5,403달러를 받았다. 하루 일당이 11만 9,505달러(1억 4,699만 원)인 셈이다. 해지 계약금까지 포함한 하루 일당이 17만 6,746만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디즈니는 모렐 고용 당시, 그의 가족이 런던에 LA로 이주하는 비용까지 지급했다. 아울러 트라이언은 디즈니가 테마파크에서 번 수익을 스트리밍 적자 보전에 쏟아붓는다고 비난했다. 또 21세기 폭스 인수 이후 디즈니의 재정은 엉망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펠츠의 요청을 거부한 디즈니, 그리고 반격]
이사회는 격동의 시기에 펠츠가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주주들은 아이거 이후 디즈니의 후계 구도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디즈니는 아놀드 의장의 퇴임이 15년 임기를 채웠기 때문이지, 펠츠의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월트디즈니는 넬슨 펠츠(Nelson Peltz)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디즈니는 펠츠가 요청한 이사회 합류를 거부했다. 넬슨 펠츠가 ‘디즈니의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사회 이사 자리를 줄 없다고 말했다.
또 펠츠의 주장 ‘아이거의 유산에 도전하라(challenge Mr. Iger’s legacy)’을 반박하는 16페이지 PT를 주주들에게 제공하며 ‘넬슨 펠츠는 디즈니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펠츠와 그의 헤지펀드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 LP는 디즈니를 바로 잡기 위해 디즈니 이사회 이사 자리를 요구했다.
디즈니는 2020년 2월 끝난 아이거의 첫 CEO 재임 기간 동안 총 주주 수익이 다른 미디어 회사를 앞섰다는 점을 강조하며 프레젠테이션에서 펠츠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2005년에서 2020년 사이, 디즈니의 시가 총액은 490억 달러에서 2,310억 달러로 증가했다. 또한 디즈니가 비용을 절감하고 스트리밍 비즈니스에 수익을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디즈니는 무엇보다 “펠츠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주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기술과 경험이 없다”며 펠츠의 능력을 깎아내렸다.
2022년 이후 펠츠는 디즈니의 경영 스타일을 문제 삼으며 이사회 자리를 끊임없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여름 펠츠는 디즈니랜드 파리에서 당시 CEO인 체이펙을 만나 자신이나 혹은 대리인을 이사회에 포함시켜달라고 회사에 20번 이상 질의했다고 WSJ은 보도했다.심지어 그는 디즈니 임원과 이사회 멤버에 전화를 수시로 걸고 마블 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The chairman of Marvel Entertainment)인 아이작 펄머터(Isaac Perlmutter)를 앞세워 로비도 벌였다.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 펄머터의 참전은 새로운 반전을 만들었다. 디즈니에 따르면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펄머터는 펠츠를 여러 차례 옹호했다. 그는 또한 체이펙과 디즈니 CFO 크리스틴 맥카시(Christine McCarthy)에게 펠츠를 이사회에 포함시켜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이 로비는 2022년 11월 극대화됐다. 디즈니가 2022년 3분기 애널리스트의 전망을 미치지 못한 실적을 공개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 대량 손실을 기록했지만, 밥 체이펙이 이를 경시하자, 펠츠의 반격이 본격화됐다. 2022년 11월 12일 펠츠와 펄머티는 팜 비치에서 체이펙을 만나 펠츠를 이사회에 넣어달라고 다시 한번 요구했다.
심지어 펠츠는 체이펙이 해임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디즈니는 밝혔다. 2022년 12월 펠츠는 아이거와 맥카시를 만난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펠츠는 이사회 자리를 주지 않으면 위임장 대결을 벌이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디즈니는 “펠츠는 아이거의 유산을 흠집내기 위해 위임장 대결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디즈니에서 아이거는 픽사(Pixar)를 시작으로 마블, 루카스 필름 등을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2019년에는 21세기 폭스를713억 달러에 사들이며 인수전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펠츠는 이들 계약에서 디즈니가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 현재의 부채와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디즈니는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2022년 1월 12일 디즈니는 자료를 통해 “폭스 인수로 디즈니는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할 스트리밍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아바타와 심슨과 같은 콘텐츠 포트폴리오가 인수로 완성됐다”고 전했다. 또 폭스 인수 후 자산 매각으로 실질 투자 비용이 570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의 불안과 미래는 모두 스트리밍에]
펠츠의 공격은 피했지만 디즈니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좋지 만은 않다. 디즈니의 2022년 4분기(회계분기 1분기) 실적은 2월 8일 공개된다. 스트리밍 서비스 누적 적자가 심해지고 있는 동시에 경기 침체, 고금리 등으로 디지털 광고 실적도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테마파크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공황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 특히,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의 성과를 스트리밍에 쏟아붓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에 디즈니가 주주들의 불만을 넘어서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디즈니+(Disney+)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구조를 최단기간 플러스로 전환시키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펠츠 현 경영진을 압박하는 통로 이용한 것도 스트리밍이다. 펠츠는 CNBC인터뷰에서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를 사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비즈니스에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강화하거나 아예 손을 털고 나가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2022년 3분기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디즈니+)에서만 1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즈니는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지분 66%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33%는 컴캐스트가 보유하고 있는데 2024년 최소 90억 달러로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 트라이언 파트너스는 2022년 4분기 8억 달러를 들여 디즈니 주식을 인수했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2022년 12월 시작한 디즈니+의 광고 기반 저가 모델의 성공은 디즈니 입장에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즈니는 대표 스트리밍 디즈니+를 성공시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상반기 최대 기대 TV시리즈 ‘스타워즈: 만달로리언(Star Wars: The Mandalorian)’의 예고편을 NFL슈퍼볼 와일드카드 경기에 전격 편성한 것이다. 이 예고편은 ABC, ESPN. ESPN+에 동시 편성됐다. 만달로리언은 2023년 3월 1일 첫 방송된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스미스게이어(SmithGeiger)가 2022년 12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디즈니+광고 모델’의 흥미는 크지 않았다. 비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디즈니+ 광고 모델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9%만이 그렇다고(매우 혹은 어느 정도) 답했다. 이에 반해 관심이 전혀 없다(Very unlikely)는 답은 절반에 가까운 42%였다.
만약 이 조사대로 실제 시장이 움직인다면, 디즈니+광고 모델 구독자는 신규보다는 기존 유료 구독자가 저렴한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소비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펠츠의 지적은 밥 아이거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디즈니는 이미 잠재적인 불황에 직면해있다. 주가 침체, 콘텐츠 투자 비용 상승, 잠재적인 해고에 대한 직원들이 우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경쟁이 등이 아이거를 괴롭히고 있는 가운데 주요 주주 중 한명의 불만은 회사를 흔들 수도 있다.
디즈니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7월 디즈니는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댄 로브(Dan Loeb)는 디즈니에게 ESPN을 매각해야 한다고 공격했다.당시에는 디즈니는 로브가 추천한 이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이를 막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