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는 지난 1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광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회사의 미래를 건 가상현실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심을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 AI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이 AI 챗봇 바드(Bard)를 공개했지만 메타의 AI대응은 소극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6월 5일 애플이 메타(Meta)의 퀘스트를 위협할 MR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내놨다.
가격은 메타 퀘스트3의 7배가 넘는 3,500달러. 현재 글로벌 VR헤드셋 시장은 메타의 퀘스트가 80%가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시장이 들어온 이상, 메타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메타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본사 야외 해커 스퀘어(Hacker Square)2023년 6월 8일 올핸즈 직원 미팅을 가졌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대형 미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저커버그는 AI, 메타버스 등 현재 테크 시장에 대한 회사의 대응 전략을 내놨다. 그는 처음으로 메타의 AI 프레임워크를 공개하고 3차원 가상 현실(Metaverse)와 AI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최근 잇따라 진행된 대규모 정리해고의 배경도 설명했다.
저커버그의 연설에는 직원 수천 명이 참석해 그의 발언을 경청했다. 또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글로벌 직원들에게도 그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올핸즈 미팅이 팬데믹 이후 대면으로 진행된 가장 큰 직원 대상 행사라고 보도했다. 또 프레젠테이션에는 앤드류 보스워스(Andrew Bosworth) 최고 테크놀로지 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크리스 콕스(Chris Cox) 등 다른 임원들의 발표도 포함됐다.
[MR헤드셋을 두고 애플과 치열한 경쟁]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애플이 내놓은 ‘비전 프로(Vision Pro)’ 헤드셋의 성능을 높게 평가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애플은 우리 돈 500만원에 가까운 비전 프로의 경우 단순한 헤드셋이 아닌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디바이스로 소개했다. PC나 아이폰 없이 이 헤드셋으로만 가상 공간에서 업무와 스트리밍 시청, 소셜 미디어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연설에서 “애플이 어떤 제품을 내놓을 상당히 궁금하다”며 “애플의 신제품 출시는 우리 제품 개발에도 상당히 좋은 사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구현하지 못하는 마법과 같은 기능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메타가 오는 가을 내놓을 보편형 VR헤드셋(500달러) 퀘스트 신제품 보다 훨씬 고성능이다. 비전 프로는 양쪽 눈 디스플레이 화질이 2,300만 픽셀이나 된다. 이는 4K TV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우리는 애플 제품이 지나치게 고가라며 VR헤드셋 가격 하락을 위해 수년간 노력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최고 기술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배터리나 유선 충전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개인 메타버스 VS 메타의 공동체 메타버스]
저커버그는 비전프로와 퀘스트는 둘 다 메타버스로 향하는 게이트웨이(Gateway)지만 기본 개념이 전혀 다르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는 “애플 비전 프로의 스펙을 볼 때 그들과 우리의 비전과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메타 제품에 접근가능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VR헤드셋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우리는 퀘스트를 수천 만대 이상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메타버스와 존재에 대한 비전은 근본적으로 소셜 미디어 서비스며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교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더 가깝게 느끼는 것”이라며 “반대로 애플은 사람들이 혼자 소파에 앉아 제품을 즐기는 영상만 공개했다”고 말했다.
특히, 저커버그는 “애플의 제품이 컴퓨팅의 미래는 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메타의 오픈 AI 전략]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AI에 올인하고 있는 사이, 메타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메타는 수년 간 AI 기술을 공격적으로 개발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저커버그는 메타의 AI기술 개발과 앱이나 인스타그램 적용 등의 로드맵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AI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모든 제품에 생성AI를 탑재할 것이라고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페이스북에 생성AI가 탑재될 경우 소비자들이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를 이미지로 바꿔주고 또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에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미 다른 소셜 미디어 서비스나 검색 엔진은 자사 제품에 AI를 탑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와 윈도우, 빙(Bing) 등의 핵심 제품들에 AI기반 보조 기능을 탑재 했다.
스냅챗 역시, 스냅 AI챗봇을 공개했다. 어도비(Adobe)와 세일즈포스(Salesforce) 역시,포토샵 등 자사의 핵심 솔루션에 생성AI를 포함시키고 있다. 포토샵은 AI 기능이 탑재된 지 2주 만에 사용자들이 1억 5,000만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AI접속의 민주화는 가치의 핵심”이라며 “그러나 또한 우리 제품에도 반영과 적용이 잘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더 잘 표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AI가 도와줄 수 있다”며 “당신의 의사결정을 돕는 데도 AI가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는 AI비서(AI agents)도 소셜 미디어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 개인에 최적화된 AI비서는 채팅과 검색 등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 비즈니스 전용 소셜로 진화 중인 왓츠앱에 AI가 적용될 경우 개인 타깃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저커버그는 미팅에서 “모든 사람들은 관심이 모두 다르다”며 “우리는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타는 AI 오픈 소스 기술에 집중 투자해왔다.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만들길 원하는 연구자들에게 메타의 AI기술을 공개하겠다는 의미다. 구글이나 오픈AI와는 전혀 다른 전략이다. 메타는 AI기술과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10년 간 수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고 수준 AI연구자들도 계속 스카웃해왔다.
메타의 오픈AI에 대한 비난도 많다. 전문가들은 AI알고리즘을 개방할 경우 가짜 뉴스나 오남용 정보 등을 만드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짜뉴스 확산을 가속화하는 악의적이고 자동화된 지능성 시스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연설에서 저커버그는 메타의 오픈 소스 AI 전략을 옹호했다. 그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수백만명의 기술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 받기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현재 제품 개발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메타 플랫폼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또 생성AI에 포커스된 내부 해커톤(internal hackathon) 대회도 오는 7월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저커버그는 AI에 대한 투자가 메타가 메타버스에서 멀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성AI테크놀로지 사용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결국 가상 현실 아이템을 만들고 경험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향후 스마트 글래스 미래 버전에 AI 기술을 탑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2021년 레이밴과 함께 스마트 글래스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판매는 상당히 저조했다.
[정리해고 19년 만에 가장 힘든 결정]
마크 저커버그의 대화는 대규모 정리해고로 분위기가 침체된 직원들을 다독거리기 위한 성격도 크다. 15분 동안 이어진 올핸즈 미팅에서 그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힘든 결정(tough decisions)’이었다고 털어놨다.
메타는 2023년 5월 현재 2만 1,000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 저커버그(Zuckerbug) CEO는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는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내놓는 더 좋은 테크놀로지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메타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직원이 8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는데 이는 회사에 좋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나는 우리가 이 기회를 혁신을 위해 보다 안정적인 회사를 만들고 우리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기간으로 만들길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세션에서, 크리스 콕스는 인스타그램 숏 폼 콘텐츠 릴스(Reels) 개선 계획을 설명했다. 최대 경쟁자인 틱톡(Tiktok)을 앞서기 위한 기능이다.
메타 임원들은 메타에서 개발 중인 트위터와 비슷한 새로운 소셜 미디어로 알려진 ‘프로젝트92(Project 92)’도 소개했다. 메타에 따르면 마스토돈(Mastodon)이나 블루스카이(Bluesky)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 앱과 연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