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중립성 부활을 둘러싼 '중립적이지 않은 논의들'

미국 연방방송통신위원회 의장 제시카 로젠워셀(Jessica Rosenworcel)이 망중립성(Net neutrality)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망중립성은 모든 인터넷 사업자들이 차단이나 속도 저하 없이 이용자들에 연결되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 대규모 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로 일반 유저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별도 과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다.

[FCC의장 “망중립성 재논의 필요"]

9월 26일(화) 미국 FCC의장 제시카 로젠워셀은 FCC의 망중립성 정책을 다시 되살릴 것을 제안하며 현재 광대역 인터넷 망을  정보 서비스(information service)가 아닌 통신 서비스(telecommunications service)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 서비스의 경우 이용 가격이나 서비스 범위 등에서 미국 정부 FCC의 개입 근거가 강해진다.

로젠워셀의 제안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 FCC가 도입했던 ‘오픈 인터넷 법안(Open Internet Order rules)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규제는 2018년 트럼프 정부에서 폐기됐다. 당시 아짓 파이(Ajit Pai)가 의장으로 있던 FCC는  망중립성 정책 적용을 중단했다. 케이블, 통신사 등 플랫폼 기업들의 로비 때문이다.

그러나 로센웨셀은 미국 워싱턴 연방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에서 가진 강의에서  “팬데믹 이후 인터넷은 오픈되어야 하고 빠르고 공정하며 안전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이에 우리 정책을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성도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인터넷이 일상 생활에 필수라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을 새로운 규칙이 필요한 때인 만큼 지금 착수하자”라고 설명했다.

로센워셀은 FCC가 첫 번째 단계로 광대역 인터넷을 ‘미국인의 삶에 필수 서비스(essential service for American life)’로 지정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망중립성 규정은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미국 커뮤케이션 법안 2장(Title II of the Communications Act) 상의 ‘공공 운반 플랫폼(Common Carriers)’로 규정하는 것이다.

공공 운반 플랫폼으로 지정되면 다양한 규제와 의무가 생긴다. 로센워셀은 광대역 서비스는 물, 전력 및 통신 서비스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로센워셀의 망중립성 제안은 과거와는 무게가 다르다.  로센워셀의 FCC가 최근 여당과 야당 비율이 3대 2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임명한 아나 고메즈(Anna Gomez)는 2023년 9월 FCC위원으로 인준됐다. 2년 여 시간만에 FCC가 제대로 구성된 것이다. 로젠워셀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망중립성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케이블협회 NCTA(Internet & Television)등과 같은 이익단체의 대규모 로비로 번번히 실패했다.

마이클 파웰 NCTA대표이자 CEO(전 FCC의장)는 성명에서 “다음 선거에서 망중립성이 사라질수도 있고 대법원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웰은 또 “제안된 법안은 다소 복잡하고 농촌과 저개발 지역에 통신망을 공급하려는 사업자들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며 “FCC의 움직임은 망중립성이 아니 망의 사망(net fatality)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중립성 부활을 반대하는 단체들도 있다. 제시카 멜루긴(Jessica Melugin) 기업 경쟁 연구소 이사(director of Competitive Enterprise Institute’s Center for Technology and Innovation)는 “망 중립성 규제의 부활은 전혀 불필요하며 통신 인프라의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멜루긴 이사는 “망중립성이 폐지되면서 미국 네트워크들은 발전했다. 타이틀2의 부활(인터넷을 필수서비스로 지정)하면 정부의 좋지 않은 개입, 네트워크 확장 및 업그레이드 투자 축소, 소비자 만족도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망중립성 부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것”]

그러나 FCC도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로센웨셀 위원장은 “광대역 인터넷 전부를 타이틀2로 지정할 계획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가벼운 터치(we are proposing a light touch)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필수 인터넷 서비스만 공공 운송 플랫폼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의 경우 FCC가 망중립성을 도입했고 기업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FCC는 타이틀2적용에 27개 예외 규정을 만든 바 있다. 이에 700개 이상의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에서 면제됐다.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진영의 흐름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 옹호 단체인 컨슈머 리포트의 수석 정책 고문인 조나단 슈반테스Jonathan Schwantes)는 FCC의 움직임을 환영하며 “인터넷을 통신 서비스로 분류한 것에 찬성한다”며 “타이틀2 분류(Title II classification)는 광대역 인터넷 사업자가 FCC에 의해 적절하게 규제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슈반테스는 또 “수년 간 인터넷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없는 사이 기만적인 광고, 숨겨진 요금, 임의적인 요금 인상 등 소비자에 피해를 주는 사건들이 발생했다”며 “정부 규제가 없다면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19일 망중립성 위기의 순간]

로젠워셀은 이미 다른 FCC위원들에 제안 법률 제정 통지(NPRM,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를 했다.

NPRM은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의 약자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법률이나 규칙 변경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담은  공문이다.  

이 안건은 10월 19일 FCC 월간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붙여진다. 만약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FCC는 법 개정과 관련한 공청회를 진행하고 이를 반영해 최종안을 도출한다.

한편, 9월 27일 악시오스(AXIOS)가 연 행사에서도 로센워셀 위원장은 “우리는 인터넷이 더이상 사치품이 아니고 국민 필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과 어디에서나 필요하다”며 “우리는 모든 미국인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의회가 통과시킨 650억 달러 규모 사회안전망 법안(infrastructure)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망중립성은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등 일부 주 단위에서는 이미 도입되어 있다.  

로센워셀은 또 “FCC에는 원래 망중립성 규칙이 있었다”며 “망중립성이 도입되면 특정 인터넷의 차단이 허용되지 않으며, 유료로 우선 순위 지정이 허용되지 않는 등 인터넷이 민주화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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