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뜨거운 ‘여름 캠프’ " AI 그리고 스트리밍"

"AI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다"

미국은 보통 7월에 휴가시즌에 돌입하지만, 아이다호(idaho)에 위치한 선밸리(Sun Valley)는 올해도 뜨거웠다. 미디어 분야 최대 컨퍼런스 중 하나인 투자 은행  알렌&코(Allen & Co.’s)의 연례 컨퍼런스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년 이 자리에는 미디어 거물, 억만장자 빅샷들이 모여 미디어의 미래와 콘텐츠 투자 동향,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의 부상이 논의된다.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로도 불린다. 2023년 7월 11일 열린 컨퍼런스 역시 뜨거웠는데 이 곳에서도 AI도 최대 화두였다. (물론 M&A는 선밸리의 오랜 주요 논의 거리다.)

[제프 베조스 등 빅샷들이 모인 뜨거운 현장]

선밸리 현장은 ‘지금 최신 미디어 기업과 기술’과 인수합병(M&A)가 논의된다. 올해는 디즈니의 밥 아이거(Bob iger),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 이어 AI 업계 주요 인물들도 참석했다.

그러나 2023년 행사는 인수합병보다 AI가 대세였다. 경기 침체, 이자율 상승 등 M&A에 악재가 될 만한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T&T의 워너미디어 인수(현재는 디스커버리와 합병) 등 굵직한 이슈들도 이 곳에서 결정됐다.

미국 FT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690억 달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불허했지만 CEO  보비 코트릭(Bobby Kotick)은 법원으로부터 승소를 받아냈다. 매각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드틱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산타 내달라(Satya Nadella)는 썬밸리의 단골 참석자다. 2023년 썬밸리 컨퍼런스는 7월 11일 시작됐다. 그러나 일부 게스트는 일찍 방문해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때문에 작은 시골 공항인 헤일리(Hailey)는 이 기간에만 자가용 비행기로 주기장이 가득찬다. 올해도 그랬다.

2023년 선밸리 화두 인물 중 한 명은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였다.

15년 간 CEO를 역임한 뒤 2년 만에(2022년 11월) 다시 돌아온 그는 2026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당초 2024년에서 2년 임기가 연장된 아이거는 현장에서 진행한 CNBC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여전히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디즈니의 TV사업 부문(ABC, ESPN 등)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TV사업을 매각하고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트리밍을 사업을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밥 아이거는 “돌아온 뒤 나는 회사가 많은 힘든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7개월 동안 해 놓은 것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일은 100년 디즈니를 스트리밍과 AI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거의 임무 중 첫 번째는 전통 TV 비즈니스를 정비하는 것.

이와 관련 아이거 CEO는 TV방송(케이블 채널, 지상파) 매각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선 당연히 반발이 나왔다.

아이거의 발언 직후 ABC뉴스 대표 킴 갓윈(Kim Godwin)은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자신의 일과 오디언스에 집중하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스포츠 케이블TV채널 ESPN 매각이나 현재 케이블 TV번들이 아닌 독자 구독 상품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아울러 아이거는 디즈니가 보유한 또 다른 스트리밍 훌루(Hulu)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성할 수도 있다는 언급도 했다.

디즈니는 현재 디즈니+와 훌루를 합친 ‘메가 스트리밍’도 고려 중이다. 컴캐스트와의 합의에 따라 디즈니는 2024년 훌루 지분 33%를 인수할 수 있다.

멜 라고마시노의 블룸버그 인터뷰

[스트리밍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스트리밍 서비스가 언제 수익을 낼 지도 관건이었다. 스트리밍이 콘텐츠의 미래지만 현재는 너무 가혹하다. 투자 회사 CEO이자 현 디즈니 사외이사인 멜 라고마시노(Mel Lagomasino)는 스트리밍 비즈니스 수익성에 대한 의심을 내비쳤다.

그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업이 이익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모델이 올바른 접근법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 미디어 기업의 오랜 수익 모델이 죽고 있는 가운데 미래 수익 모델(profitable model)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정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콘텐츠 유통 모델(버라이어티)

실제 한 때 스트리밍에 집중했던 미국 미디어 기업들은 다시 유통 다양성 확보에 나섰다. 일단 모든 미디어 기업들이 스트리밍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 외 다른 스트리밍에도 콘텐츠를 공급(Arms Dealer)하고 디즈니는 고민하고 있지만  케이블TV 등  TV네트워크 운영도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 피콕(Peacock)은 2020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스트리밍 이용 가격을 인상했다.  수익성 강화조치다.

피콕을 운영하고 있는 NBC유니버설은 오는 8월 17일부터 기존과 신규 구독자들의 월 이용 요금이 5.99달러(월, 광고 포함)로 1달러 인상된다고 밝혔다.

광고 없는 ‘피콕 프리미엄 플러스’는 2달러 인상돼 월 11.99달러가 된다.

[스포츠 중계의 미래는]

현장 참가자들은 골프 중계의 미래에도 관심이 많았다. 가장 뜨거운 관심은 PGA투어와 LIV골프의 합병이었다. 양대 리그가 합칠 경우 세계 최대 골프 중계 리그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LIV골프(LIV Golf)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상원 위원회 소위(chairman of the Senate Homeland Security and Governmental Affairs Subcommittee)는 7월 11일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2023년 썬밸리에서는 당초 PGA위원 제이 모나한도 참석이 예정됐지만 병가를 내 무산됐다.

[MAX에 통합될 CNN의 미래는]

CNN의 미래도 현장에서 논의됐다.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가 시청률 하락, 조직 개편에 대한 반발, CNN을 비난하는 외부 인터뷰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현재 CEO 공석인 상태다.

아울러 CNN의 모회사 워너미디어브라더스(WBD)는 CNN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MAX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맥스가 라이브 뉴스를 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년 7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온통 불안감이 감돌았다.

5월 2일 미국 작가조합(The Writers Guild) 파업에 이어 7월 14일 배우 조합도 제작 거부에 나선 것이다. 미국 창작자 노조(작가 및 배우)는 통상적으로 3년 단위로 스튜디오 제작자 단체(The Alliance of Motion Picture & Television Producers)와 근로 조건, 보상금 규모 등 표준 계약에 합의한다.

작가(Screenwriter)의 파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배우 조합도 파업에 나서면서 할리우드 대부분 영화의 TV제작은 중단됐다. 감독 노조(the Directors Guild of America)와는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제작 중단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선밸리 현장에서도 관련 논의는 계속됐다.

하지만, 배우 노조가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의 2%를 보상금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AI가 중심이 된 선밸리]

AI는 선밸리 컨퍼런스를 지배했다. 억만장자들의 여름 부트캠프(Billionaire Summer Camp)라고 불리는 썬밸리에서 AI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열기는 뜨거웠다.

오픈AI 등 AI관련 기업도 참가해 M&A, AI투자 동향 등의 집중 논의했다. 이 중에서도 새로운 AI벤처 ‘xAI’를 런칭한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현장에서 이슈의 중심이 됐다.

테슬라 창업주이자 트위터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AI벤처처가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understand the true nature of the universe)’과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7월 12일 관련 웹사이트를 공개했는데 회사에 참여하는 임원 및 연구자들도 공개됐다. 모두 구글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에서 AI관련 개발과 전략을 담당했던 인원들이다.

또 토론토 대학 등 학교 연구소 출신들도 포함됐다.

머스크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를 2018년 공동 창업했지만 이후 운영에 대한 이견으로 이사회를 떠났다. 머스크는 이후 오픈AI를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130억 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머스크에게는 메타가 출시한 단문 공유 소셜 미디어 ‘스레드(Thread)’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트위터와 유사한 기능에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1억 명 사용자를 돌파했다.

썬밸리에 참여한 IAC CEO 조이 레빈(Joey Levin)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AI가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며 “AI에 대한 언급 없이 대화 자체가 안됐다(Obviously no conversation goes on without a mention of AI)”라고 설명했다. 메타 등 현재 AI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빅테크들은 자신들의 AI투자 및 전략을 소개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제일 뜨거운 회사는 오픈AI였다. 오픈AI의 샘 알트먼은 회사에 대한 M&A는 불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알트먼은 2009년에도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여한 바 있다.

링크드인 공동 창업주이자 실리콘밸리 대표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CNBC인터뷰에서 AI가 인간 일자리를 뺏아갈 것이라는 질문에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이자 인지 혁명(A.I. is the new industrial revolution, the ‘cognitive revolution)”라며 “기대 동시에 우려도 있다. 일자리는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좋은 뉴스는 AI는 현재 업무를 도와주는 조력자(Assist)라는 것”이라며 “AI는 모든 사람, 모든 직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협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프먼은 오픈AI의 초기 투자자 중 한명이다.

2022년에는 새로운 AI스타트업 ‘ Inflection AI’에  무스타파 설리만(Mustafa Suleyman)과 공동 투자했다. 무사타파 설리만은 호프먼의 친구이자 투자 회사 그레이록(Greylock) 동료다.

딥마인드 공동 창업주이기도 하다. 2억 2,500만 달러를 투자 받은 인플렉션AI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사람과 컴퓨터 간 커뮤니케이션을 더 쉽게 하는 AI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호프만은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오픈AI 이사회를 떠났다. 호프먼의 투자 회사 그레이록은 최근 AI 관련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5월 현재 최소 37개의 AI기업들에 자금을 투입했다.

한편, 억만장자와 미디어 거물들은  일상적인 모습도 연출했다.

아침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밥 아이거는 선밸리(Sun Valley) 숙소에서 나와 산책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아이거의 산책에는 할리우드 프로듀서이자 이메진 엔터테인먼트(Imagine Entertainment)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그레이저( Brian Grazer)가 동행했다.

브라이언 그레이저는 이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규모 파업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메진 엔터테인먼트는 작가 파업이 시작되기 몇 개월 전 아마존 스튜디오와 몇 편의 영화 우선 공급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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