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라이벌 넷플릭스(Netflix)와 디즈니+(Disney+)의 광고 시장 싸움이 본격화됐다. 디즈니가 12월 8일 광고 기반 저가 상품을 공개한다고 밝힌데 이어 넷플릭스는 11월 3일 광고 탑재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선수를 쳤다. 광고 상품 첫 출시 국가에는 한국이 포함됐다. 서비스 시작 이후 10년 간 광고를 포함하지 않았던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광고 시장 선점을 위한 빅스텝을 보이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 글로벌 2억 2,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TV가 광고 시장에 등장하는 건 기존 방송 사업들에게도 큰 위기다.
[광고는 베이직, 11월 3일 한국도 출격]
넷플릭스는 ‘광고 탑재’ 상품 런칭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가지고, ‘넷플릭스 베이직 위드 에드(Netflix Basic With Ads, 광고형 베이직)을 2022년 11월 3일 9시(미국 서부 시간)에 월 6.99달러(월 1만원 상당)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의 광고 포함 저가 상품 가격보다 1달러 저렴하다.
광고 상품 출시 국가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 호주,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스페인, 영국, 캐나다 등 12개 넷플릭스의 주요 시장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한국 경우 출시 가격을 월 5.500원(기존 베이직 9,500원)으로 못박았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에 앞서 11월 1일에 스트리밍 광고 서비스가 시작된다.
미국의 경우 ‘광고형 베이직’상품은 기존 저가 모델인 ‘베이직 상품’보다 3달러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미국 9.99달러 월) 다만, 광고형 베이직은 한번에 하나의 디바이스로만 스트리밍 서비스 할 수 있다. 이전 베이직 상품은 HD 화질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광고 상품 출시와 함께 모든 상품이 720P HD급 영상 화질로 제공된다.
넷플릭스는 기존 요금제(베이식, 스탠다드, 프리미엄 15.49~19.99달러)은 유지되며 광고형 베이직은 이들 요금제를 보완하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광고 상품의 광고 시간 상한선도 결정됐다. 넷플릭스는 “시간당 평균 4~5분의 광고가 편성될 것”이라며 “하지만 광고 상품의 경우, 라이선스 제한으로 인해 일부 영화와 시리즈는 시청 불가(현재 개선 노력 중)하다.”고 설명했다.
[광고형 상품에 포함되는 콘텐츠는 제한적]
그러나 광고 상품에서 모든 콘텐츠가 서비스되지는 않는다.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 넷플릭스 최고 운영 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는 기자 간담회에서 “광고 상품에 제공되지 않는 콘텐츠 비율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5~10% 정도 될 것”이라며 “아울러, 광고형 베이직 고객들은 오프라인 시청을 위한 다운로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베이직 상품은 2022년 2분기 연속 구독자가 감소한 이후 전격 시작됐다. 2022년 2분기에도 넷플릭스는 97만 명의 가입자를 잃어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군(디즈니+, 훌루, ESPN+)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광고 포함 목적인 자명하다. 잃어버린 고객을 회복하고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는 3달러가 저렴한 상품(한국은 4,000원)이 가격에 민감한 고객(price-sensitive consumers)에게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피터스 그레그 넷플릭스 최고 운영 책임자는 “새로운 광고형 베이직 상품은 광고주들에게 실시간 TV를 시청하지 않는 젊은 시청자 등 다양한 오디언스에 접근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며 “광고주 입장에서는 고화질의 매끄러운 프리미엄 시청 환경을 통해 고객에 다가가는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광고형 베이직 구독자는 그들의 성별, 나이 등을 기입해야 한다. 향후 특정 고객에 맞춤형 광고를 지원하는 ‘타깃 광고 상품’출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시청 트렌드 파악을 위해 넷플릭스는 2022년 10월 12일(미국 시간) 영국 방송사들의 연합 TV시청률 조사 기관 바브(Barb, 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와 계약을 맺었다. 11월 1일부터 바브는 넷플릭스의 콘텐츠의 영국 내 스트리밍 시청 데이터를 측정 발표한다. 넷플릭스가 특정 국가에서 외부 기관과 시청률을 조사하는 계약을 맺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고객의 ‘다운그레이딩(고가에서 저가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의 이동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5월 버라이어티 조사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는 고객들이 ‘가격 포함 저가 상품’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그레그 COO는 정확한 전환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광고형 베이직 상품의 총 매출이 전반적으로 긍정적(neutral to positive)으로 본다”며 “현재 우리의 생각은 고객들이 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편성 광고 시간, 15~30초]
편성되는 광고의 러닝타임은 15초, 30초(스페인은 20초)로 결정됐다. 기존 TV와 마찬가지로 영화 드라마 상영 전후나 중간에 광고가 노출된다. 넷플릭스는 시청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 당 4~5분 정도로 광고 편성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광고를 포함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사 디즈니+와 피콕(Peacock) 역시 광고 편성 시간이 5분 미만(시간 당)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신규 공개되는 영화는 영화 시청 경험을 지켜주기 위해 오직 ‘사전 광고(pre-roll ads)’만 편성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2022년 9월부터 광고주들에게 기존(2023년 초)보다 빠른 11월 1일 저가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혀왔다. 라이벌 디즈니+보다 한 달 먼저 광고를 포함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계획과 함께다. 광고 기반 상품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드 테크 기술 및 영업 지원 계약을 했으며 2022년 8월에는 스냅에서 최고 광고 책임자 제르미 고먼(Jeremi Gorman)과 영업 담당 부사장 피터 네이러(Peter Naylor) 등 2명을 스카웃해오기도 했다.
아마존과 스냅(2018년부터)에서 근무했던 고먼은 기업 광고주들을 위한 글로벌 광고팀을 주로 책임져왔다. 피터 부사장은 NBC유니버셜과 훌루 등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영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드 테크 기술을 앞세워 스마트TV 광고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천 번 클릭당 광고 가격인 CPM(per thousand impressions (CPM))을 65달러 정도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비싼 미국 미식축구(NFL)의 CPM 80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는 광고주들과 협상 하면서 다소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광고 시청률 측정을 위해 넷플릭스는 시청률 측정 기관 닐슨(Nielsen)과 협업을 발표했다. 닐슨은 실시간 TV와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량 측정을 위한 ‘닐슨 원(Nielsen One)’이라는 툴을 내놨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는 고먼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초기 광고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거의 다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광고주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 간담회에서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탑재된 화장품 광고 예시를 보여주기도 했다. 고르맨은 “자동차, 소비자 제품 등 수백의 다양한 카테고리 광고주들이 넷플릭스 광고에 청약했다”며 “그리나 정치 광고나 담배, 불법 이슈가 있는 제품 광고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업계에 최소 광고 물량, 1,000만 달러 요구]
넷플릭스는 광고기획사들에게 연간 최소 1,000만 달러 규모(10 million minimum commitment) 요구하면서 2022년 9월 30일까지 광고 청약을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넷플릭스에 광고를 하기 위해선 최소 150여 억 원의 실탄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광고주들에게 2022년 말 440만 명의 광고형 베이지 상품 구독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정확한 광고 시장 예측을 2022년 10월 18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놓는다.
미국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넷플릭스의 광고 상품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 분석은 다소 유보적이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벤 스윈번( Ben Swinburne)은 2022년 10월 13일 고객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우리는 광고 상품이 총 구독자를 넓혀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대만큼 의미있는 상승(meaningful upside to expectations)이 이뤄질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광고 시장 전망에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테크&미디어( Bloomberg Intelligence tech and media) 애널리스트 게타 랑가나단(Geetha Ranganathan)는 2022년 7월 고객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2024년 넷플릭스는 광고 탑재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간 30억 달러(3조 9,400억 원) 혹은 20% 매출 상승을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2024년 미국과 캐나다 구독자의 25%(1,900만 명)이 광고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분석에서 넷플릭스가 시간 당 7분의 광고를 편성하면 분기당 광고 매출 7억 5,000만 달러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간 광고 예측은 30억 달러다. 현재 5분 미만의 광고를 편성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숫자는 이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보수적인 예측으로도 블룸버그는 넷플릭스의 연간 광고 매출이 12억 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 고객이 평균 넷플릭스 콘텐츠를 2시간 본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수년 내 넷플릭스 광고형 베이직 이용자 평균 매출이 구독 모델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미국/캐나다 시장의 고객 1인당 매출(ARPU)는 15.95달러였다. 하지만 웰스파고(WellsFargo)는 넷플릭스 광고 모델(AVOD)의 2023년 ARPU가 16.23달러며 2025년에는 2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광고형 상품이 발표된 10월 13일(목 미국 현지 시간) 넷플릭스 주가도 4.4% 오른 230.51달러로 마감됐다.넷플릭스 2022년 주가는 700달러의 초고점을 기록한 이후 2분 연속 구독자가 감소하자 62%(10월 13일 기준) 가량 하락한 바 있다.
[장르별 순위별 타깃 광고 가능한 매력]
넷플릭스는 기자 간담회에서 광고주들은 각 지역별 넷플릭스 톱 10 TV프로그램이나 액션, 드라마, 로맨스 등 장르별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작 초기인 만큼 보다 강력한 타깃 광고 기준인 연령, 성별, 시청 시간 및 습관 등에 따른 광고 판매는 지원하지 않는다.
광고주들은 또한 성인 콘텐츠에 광고가 노출되지 않게 설정할 수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피터스는 “예를 들어 광고주들이 자신들의 광고를 섹스나 누드, 폭력성이 있는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광고형 베이직 상품 데이터들은 어떤 제 3자 기업에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터스에 따르면 정확한 광고 노출(가시성, viewability)과 트래픽을 검증하기 위해 더블베리파이(DoubleVerify)와 통합 AD사이언스( Integrated Ad Science(IAS))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조사는 2023년 1분기 시작된다. 닐슨의 디지털 광고 시청률 조사(DAR, digital Ad Ratings)도 2023년 미국에서 ‘광고형 베이직 상품’을 통해 이뤄진다. 광고주들에게는 닐슨 통합 광고 시청률인 ‘닐슨 원 에드(Nielsen ONE Ads)’을 통해 보고된다.
넷플릭스는 광고주(ad buyers)들에게 시간당 1회, 시청자당 하루 3회로 광고 노출 상한(frequency caps)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광고 지원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기존 TV스테이션처럼 ‘광고 설명회(upfront presentation’을 2023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간담회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유할 일정이나 자료가 없다”며 “하지만, 광고주들에게 데이터나 상황의 업데이트를 전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 시장에서의 넷플릭스의 자신감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콘텐츠 숫자’에서 나온다. 콘텐츠 시장 분석회사 모펫내탄슨(MoffetNathanson)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넷플릭스는 1,026편의 신규 오리지널 에피소드(original episodes)를 내놔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와 훌루(Huu)에 비하면 거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아마존과 훌루는 3분기에 각각 223개 에피소드와 194개 에피소드를 새롭게 공개했다. 모펫내탄슨은 HBO MAX는 3분기 114개 신규 에피소를 스트리밍 했다고 밝혔다. HBO의 모회사 WBD는 최근 제작비 삭감과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디즈니+와의 한판 전쟁 불가피]
2022년 12월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1위와 2위인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광고 지원 저가 상품이 모두 판매된다. 2023년에는 기선 제압을 위한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의 광고 상품 가격이 1달러(미국 기준) 비싸지만, 의미있는 차이는 아니다. 디즈니는 광고 상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상품 가격을 월 38% 인상(10.99달러 미국)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HBO MAX는 넷플릭스보다 비싼 9.99달러에 광고 포함 저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차이는 베이직 버전과 프리미엄 버전에 편성되는 콘텐츠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물론 디즈니+도 저작권 문제 등으로 광고가 편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콘텐츠 제공량 차이는 없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질과 양(quantity-versus-quality)’을 모두 강조하는 사업자인 만큼 2023년 글로벌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은 치열한 물량 공세가 예상된다.
2022년 7월 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밥 체이펙 디즈니 CEO는“우리의 가치는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광고의 경우 (시청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적정한 양과 빈도(lower ad load and frequency)가 편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 역시, 디즈니+에 광고가 편성되면 광고 수입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는 2022년 5월 업 프런트 광고주 설명회 때 2022년 시즌 TV광고를 90억 달러 판매했다고 밝혔는데 이중 40%가 스트리밍 등 온라인 콘텐츠 광고였다.
글로벌 광고 사업자 등장이 한국에 주는 의미
한편, 넷플릭스가 글로벌 광고팀에서 대형 기업 광고주를 직접 유치하고 방송에 편성할 경우 한국 등 넷플릭스 점유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광고 시장에 큰 파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콘텐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과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중복이 심각한 국내 유료 방송은 1차 타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