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위대한 드라마는 국경이 없다.”...더 많은 외국 작품을 보는 미국인. 그리고 한국 콘텐츠의 선전

[콘텐츠]“위대한 드라마는 국경이 없다.”...더 많은 외국 작품을 보는 미국인. 그리고 한국 콘텐츠의 선전

최근 미국인들의 해외 드라마, 영화 소비가 과거 어느때보다 많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글로벌 진출했기 때문. 해외 콘텐츠의 중심에는 한국 콘텐츠가 있음. 한국 콘텐츠는 "고객 유지에도"도움

한정훈
한정훈

방송 시장에서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지금, 미국인들은 한국 등 글로벌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내셔널 에미상(International Emmys)을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2022년 미국 TV시장에서 소비된 글로벌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역대 최대였다.

아카데미가 지난 1973년 인터내셔널 에미를 만들었을 때만해도 ,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든 콘텐츠는 하나도 없었다. 50회 인터내셔널 에미상 시상식은 2022년 11월 21일 뉴욕 힐튼 호텔에서 열렸다. 2021년 1월에 12월 사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상영된 TV작품과 미국에서 방송된 비영어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다. 인터내셔널 에미는 ‘인터내셔널 아카데미 오브 텔레비전 아트&사이언스(international Academy of Television Arts and Sciences (IATAS))가 주관한다.

[넷플릭스 10편 중 4명, 인터내셔널 콘텐츠]

인터내셔널 에미가 시작된지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스트리밍, TV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윕 미디어(Whip Medi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된 인터내셔널 콘텐츠를 최근 5년 사이 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8%에 불과했던 글로벌 콘텐츠의 미국 내 소비는 2021년 16%까지 늘었다. 넷플릭스 등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글로벌 콘텐츠 편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네플릭스 라이츠에서 드라마 대표를 맡고 있는 제임스 두리(James Durie)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스페이어 콘텐츠인 ‘나르코스’가 미국에서 가입자 확대에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외국 콘텐츠 구매 채널과 글로벌 콘텐츠 편성 스트리밍이 매우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내셔널 에미 50주년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비 미국 콘텐츠 편성을 늘리자 글로벌 시장 콘텐츠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영어권 아닌 다른 언어 콘텐츠 제작과 수요는 함께 늘고 있다. 윕미디어는 “현재 제작되고 있는 신규 넷플릭스 작품의 38%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 콘텐츠이고 디즈니+의 경우 3분이 1가까이가 비영어 작품이다. 또 아마존(Amazon)과 애플(Apple) 역시, 한국 등 인터내셔널 시장에서 작품을 수급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만이 글로벌 작품 편성이 줄었는데 이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 이후 제작비를 줄이는 과정의 일환이다.

비영어 콘텐츠, 인터내셔널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인 ‘인터내셔널 에미상(international Emmys)’만을 봐도 이런 트렌드를 볼 수 있다. 50회 인터내셔널 에미상 후보 작품들은 한국 KBS ‘연모’, 영국 아르콘 TV의 ‘헬프(Help)’, 넷플릭스의 ‘섹스 에듀케이션( Sex Education)’ 등 23개 나라에서 출품됐다.  인터내셔널 아카데미 의장 브루스 페이스너(Bruce Paisner)는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내녀셜 에미상의 지역 확산, 다양성, 작품성을 보면 위한 TV는 국경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PA)

[인터내셔널 드라마 인기, 최전선 한국]

미국 내 인터내셔널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는 트렌드의 최전선에는 한국 콘텐츠가 있다. 넷플릭스 한국산 오리지널 ‘오징어게임(Squid Game)’은 프라임타임 에미상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감독상의 경우 아시아 최초다. 콘텐츠 수요 조사 회사 패럿 애널리틱스( 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021년 방송된 TV시리즈 중 가장 수요가 높았던 작품이다. 패럿은 만약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시즌을 이어간다면,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높은 소중한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오는 2027년 누적 매출은 20억 달러(2조 7,04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2023년 방송된다.

패럿 애널리틱스는 특정 콘텐츠의 미래 수익 가치의 전망 데이터를 개발했다. 특정 시리즈 콘텐츠가 미래에 얼마나 수익 가져다 줄 수 있지를 예측하는 모델이다. 이런 수익 모델링(This type of revenue modeling )는 현행 할리우드 딜메이커(Deal Maker) 주먹구구 투자 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연예 기획사들이 배우 등 클라이언드를 대신해 협상하는 방식부터 감독들이 영화와 TV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방식 등 진행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패럿 애널리틱스의 부사장 알레한드로 로하스(Alejandro Rojas)는 이 데이터는 ‘관객의 실제 의향(의도)’를 재무적인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며 “과거에는 한번도 시도되지 못한 데이터”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즌3, 넷플릭스 수익성 1위 시리즈 될 것]

패널 애널리틱스는 콘텐츠의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첫 번째 분석 사례로 ‘오징어게임’을 선정했다. 차기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줄까를 예측한 것이다. ‘글로벌 수익 기여도(global revenue contribution) 분석 결과 ‘만약 오징어게임을 시즌 2 이상 이어간다면 넷플릭스에서 가장 가치있는 타이틀이 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오징어 게임 미래 매출 기여도(악시오스)



패럿은 ‘오징어게임’이 추가 시즌이 만들어지면 오는 2027년까지 누적 매출이 20억 달러(2조 6,6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징어게임’ 제작비는  2,140만 달러(284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와 비하면 100배가 넘는 성과가 예상되는 셈이다.

제작비 대비 수익 관점에서 ‘오징어게임’의 생애 가치(lifetime value)가 역대 최대 수준이다. ‘레드 노티스(Red Notice)’나 ‘그레이맨(The Gray Man)’ 등 제작비가 2억 달러 이상 투입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오징어게임에 한참 못 미친다. 패럿 애널리틱스는 향후 6년 간 이들 대작 오리지널 영화가 누적 수익 8,000만 달러(1,064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싼 작품이라고 해서 스트리밍 서비스에 늘 많은 수익을 남겨주지 않는다는 의미다.”패럿의 새로운 가치 측정 모델은 한국 작품의 가치를 더 높여줬다.

이 데이터는 오히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대작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온다. 한국 콘텐츠처럼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지만 반복 시청이 많은 이른바 ‘텐트폴 영화(Tentpole films)’가 더 높은 존재 가치가 있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에 더 큰 의미다.

2022년 시상식은 한국에게도 축복이었다. KBS드라마 ‘연모’가 올해 제50회 국제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트로피를 거머쥔것이다.  ‘'연모'는 남녀 간 사랑을 주제로 주 2회에서 6회 방송하는 드라마에 주는 '텔레노벨라'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1년 KBS 2TV에서 방영된 박은빈, 로운 주연의 20부작 드라마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난 오라비 세손의 죽음 이후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존 사극의 정형을 깨고 남장한 여성 주인공이 왕이 돼 역경을 돌파해가는 모습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배우 송중기가 시상자로 나선 공로상 부문에선 이미경 CJ 부회장이 한류 확산과 문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K콘텐츠의 미래 가치’를 찾는 작업]

패럿 애널리틱스 분석툴이 자리를 잡는다면 ‘K콘텐츠’의 성과를 지표를 통해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량은 많지 않지만, 큰 효과를 내는 K콘텐츠의 소중함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 가치의 핵심은 ‘구독자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인 고객을 오래 동안 잡아두는 것은 콘텐츠 가치의 핵심 중 핵심이다. 특히,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고객의 체류 시간과 이탈율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전 시트콤 ‘프렌즈(Friends)’나 ‘오피스(The Office)’는 이른바 고객 보유력이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나 ‘더 크라운(The Crown)’ 등과 같은 왠만한 대작만큼 뛰어나다. 패럿 애널리틱스의 콘텐츠 미래가치 분석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콘텐츠의 가치를 측정하는 툴이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콘텐츠 가치를 측정하는 툴도 바뀌고 있다. 패럿은 처음 ‘수요율(Demand demand ratings)’ 라는 툴을 콘텐츠에 도입했다. 수년간 패럿은 콘텐츠 소비 데이터(시청률 등)에 소셜 미디어 서비스, 소셜 비디오 등을 통합해 ‘특정 콘텐츠가 글로벌 오디언스들에게 얼마나 수요가 높은지’를 측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나 현재의 데이터 일 뿐이었다. 특정 콘텐츠가 미래에 어떤 수요나 가치를 가져다 줄 지는 측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패럿 애널리틱스의 새로운 시스템은 4분기 동안 특정 타이틀에 대한 수요 비율을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과 비교해 ‘미래 가치’를 뽑아낸다. 예를 들어 1년 간 수요가 어느 정도 이어진 만큼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수치화한 내용이다. 여기서부터 콘텐츠의 생애 가치(the lifetime value of a piece of content)를 위한 예측 모델(predictive models)을 뽑아 냈다. 사람들의 생애 소득을 예측하듯, 콘텐츠의 생애 매출을 산출한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2027년 예상 매출도 이 로직에서 탄생했다.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월간 활성 이탈율

패럿의 미래 가치 분석은 지금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가치 평가 툴과도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2018년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작 ‘버드박스(Bird Box)’의 경우 연말 휴가 시즌 직전에 개봉해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왔다.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목인 이 기간은 ‘시청 점유율’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패럿 가치 분석툴로 본다면 ‘버드 박스’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수치 상으로 대작 영화 ‘레드 노티스(Red Notice)’가 넷플릭스 시청률 1위 드라마였지만 드라마의 생애 가치는 패럿 기준으로는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가 더 높을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급되는 한국 드라마의 가치도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xtraordinary Attorney Woo: Season 1)’는 2022년 11월 14일~20일 넷플릭스 비영어 TV콘텐츠 시청률 7위를 기록했다. 이 주에만 우영우 시청 시간은 678만 이었다. 그러나 더 대단한 건 ‘이상한 변호사’가 연속 20주 동안 넷플릭스 톱 10 리스트에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최소 한 주 평균 600만 시간이 시청됐다고 가정해도(반복시청 포함) 넷플릭스 고객들은 1억 2,000만 시간을 우영우와 만났다는 분석이 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적은 투자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명품 중 명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달라지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유료 구독자 확보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1인당 매출(ARPU), 콘텐츠 이용 시간(Time Spent), 이탈율 관리(Subscriber Churn Rate) 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선호하는 콘텐츠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고객들의 체류시간은 길게 만들지만 제작비가 적게드는 콘텐츠는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투자 1순위이다.

우려도 있다. 모든 콘텐츠의 성공 잣대가 수익으로만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인기 넷플릭스 드라마 ‘핑키 블라인더(Peaky Blinders)를 만든 TV프로듀서 카린 만티바흐(Caryn Mandabach)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드라마는 정치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 시트콤 ‘코스비쇼(The Cosby Show)’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동안 콘텐츠 투자 및 제작 영역은 상당한 모호한 영역이 많았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에 콘텐츠가 가져다 주는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애플 TV+ 코미디 시리즈 ‘디킨슨(Dickinson)’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알레나 스미스(Alena Smith)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 성과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눈을 감을 체로 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소비자들의 평가에 따라 우리 작품을 수정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패럿의 새로운 평가율(valuation ratings)이 콘텐츠 시장 투명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튜디오나 창작자들에게 ‘콘텐츠 성과 지표(시청률, 도달률, 소비 계층 등)’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HBO MAX와 일을 많이 한 데이비드 젠킨스(David Jenkins) TV프로듀서도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창작자들에게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가 회사와 창작자 간 이런 힘의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의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수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전체 투자 재원에서 어떤 콘텐츠에 먼저 투자하고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패럿은 “콘텐츠 투자를 맹목적으로 늘리기 부담스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본을 써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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