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케이블TV 산업 속에 컴캐스트의 결정... 혁신의 시작인가? 몰락의 신호인가?

(출처 = COMCAST 홈페이지)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케이블 네트워크를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스트리밍 시대로의 전환 시기를 맞이한 미국 케이블TV 산업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게 됐다.

컴캐스트는 MSNBC, CNBC 등 주요 케이블 채널을 스핀코(SpinCo)라는 독립 회사로 분사해 방송(Linear TV) 사업 부문의 부담을 덜고, 스트리밍 중심의 사업 구조로 재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핀코(SpinCo)에는 MSNBC, CNBC, USA, Oxygen, E!, Syfy, 골프 채널과 디지털 자산인 판당고, 로튼 토마토, 골프 나우, 스포츠 엔진이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리얼리티 TV 허브인 브라보(Bravo)와 스페인어 채널인 텔레문도(Telemundo)는 제외된다.

컴캐스트의 결정은 스트리밍 시대에 기존 케이블TV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컴캐스트의 대담한 선택 : 혁신의 시작인가, 몰락의 신호인가

컴캐스트의 이번 결정은 기존 방송(Linear TV) 산업의 쇠퇴를 인정하고, 스트리밍으로 전환이 불가피한 현 산업의 흐름을 반영한 조치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유료TV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컴캐스트는 3분기에만 36만 5천여 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가 1,284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해 말(1,411만 명)에 비해 10% 가까이 하락한 수치이고, 2016년 최고 가입자(2,399만 명)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운 53.5% 수준이다.  
가입자 하락에 따라 케이블 방송 매출도 전년 대비 6.2% 하락했다. 반면,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의 유료 구독자 수는 29%가 증가해 9월말 기준 3,6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미디어 산업에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찾았다.

컴캐스트 가입자 추이(자료출처=Statissta 2024)

컴캐스트 CEO, 브라이언 로버츠는 “방송(Linear TV) 자산의 부담을 줄이고 스트리밍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다”다면서 “SpinCo는 자본이 탄탄한 독립 회사로 출범하며, 다른 미디어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브라이언 로버츠는 스핀코(SpinCo)에 상당한 재정 자원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 했다.

마이크 캐버너(Mike Cavanag / 컴캐스트 President)는 "이 거래로 스핀코(SpinCo)와 NBCUniversal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면서  "NBC유니버셜은 통합 미디어 회사로 서로 협력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콘텐츠, 기술, IP, 자산 및 인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컴캐스트의 결정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강화하는 동시에 방송 부문도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컴캐스트는 이사회의 최종 승인, 만족할 만한 자금 조달 완료, 규제 당국의 승인 등 조건 충족을 전제로 약 1년 내에 분사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케이블TV 사업자에 미치는 영향

이와 같은 컴캐스트의 움직임은 미국 내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파라마운트 모두 기존 방송사업(Linear TV) 부문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다. WBD는 자산 상각과 채무 문제로 방송사업 구조 개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디즈니도 컴캐스트와 같이 케이블 네트워크 일부를 희생하면서 스트리밍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분사는 다른 사업자들에게 방송 자산을 단순히 축소하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통합하거나, 스트리밍과 병행해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핀코(SpinCo)의 성공 여부가 다른 기업들이 유사한 전략을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료방송 산업에 주는 시사점

컴캐스트의 결단은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의 유료 방송(케이블TV+IPTV) 시장은 가입자가 급격히 하락 하지는 않지만, 이미 OTT 서비스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0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 1,250만 가입자(2023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IPTV는 매년 소폭 증가하면서 2,09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가입자 하락 보다 시청자의 매체 이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늦었다고 해도 한국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손 놓고 하락 국면을 바라 볼 수 만은 없다.
기존 사업 부문 구조를 재편하고 스트리밍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별 특색 없는 콘텐츠 구성,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채널 대가를 둘러싼 갈등 같은 오랫동안 끌어왔던 문제들은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반면, 새로운 광고 수익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으로 이용자 편익 증대와 UI 개편, 스트리밍과 유료방송, 인터넷의 번들 상품 등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컴캐스트처럼 스트리밍 서비스와 기존 방송 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과감한 진흥 정책도 필요하다.
10년 전, 유료방송이 잘 나갈 때 시행해왔던 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바뀌어야 한다.

스트리밍 시대, 케이블TV의 선택

컴캐스트의 케이블 네트워크 분사 결정은 스트리밍 중심의 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아직 방송부문(Linear TV)의 혁신적인 기회가 될지 몰락으로 갈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로 해석될 것이다.

한국의 유료방송(케이블TV+IPTV)도 이러한 움직임을 참고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유료방송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 몰락의 길을 피할 수 있을지, 이제 그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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