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위기…전략적 선택의 다양성이 필요한 엔터

디즈니(Disney) CEO 밥 아이거(Bob Iger)는 역대 최장수 CEO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2005년부터 15년 간 사장을 역임한 뒤, 2022년 11월 다시 복귀해 오는 2026년까지 임기를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26년까지 아이거가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는 별로 없다.  

과거 중국 상해에 디즈니파크를 만들고 픽사, 루카스필름, 마블(Marvel) 등을 인수하면서 죽어가던 디즈니를 살린 마법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거는 복귀는 디즈니의 주가 하락 등 주주들의 불만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거 역시, 취임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과거의 영광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거의 위기는 단지 엔터테인먼트의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즈니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전략적 다양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TV사업 매각, 통합,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전략 수정 등 극단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밥 아이거 CNBC 인터뷰

[아이거의 침체된 목소리, 디즈니의 현 주소]

디즈니는 2023년 8월 9일(미국 시간) 4~6월 실적을 발표했다. 어닝콜에서 아이거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위기를 말하듯, 목소리가 더 냉정해졌다. 작가와 배우 조합의 파업으로 모든 제작이 중단됐고 시청 패턴으로 변화로 자신들의 근간인 케이블TV, 실시간 TV비즈니스의 외형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미국 유료 방송 구독 가입자는 410만 명이 감소했다. 전체 가입자 역시 미국 인구의 절반이 안된다. 한 때 전체 인구의 90% 가량이 봤던 케이블TV, 위성방송의 지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ABC, ESPN, ABC, FX채널, 디즈니채널, 프리폼 등 디즈니의 실시간 TV부문(linear TV segment)의 6월 말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폭락한 18억 9,000만 달러였다. 전문가들의 예상에 비해 1억 달러나 낮았다.

실시간 TV부문 매출 역시 66억 9,000만 달러로 2022년 6월 말에 비해 7%나 하락했다. 케이블과 지상파 비즈니스는 디즈니의 한 때 현금엔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디즈니의 위기 엔진이 됐다.

현재 디즈니는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이익은 2분기에 18% 감소했고 회계연도 첫 3분기 동안 46%나 떨어졌다.

[FX와 디즈니 채널, ESPN 매각?]

때문에 밥 아이거는 케이블과 실시간 TV사업 부문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거는 “ESPN을 포함한 케이블TV사업 전체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며 “매각이나 전략적인 제휴가 가능하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후 마블과, 루카스필름 인수전을 함께했던 심복들(케빈 마이어 전 디즈니+대표, 톰 스태그 전 디즈니 CFO)을 회사로 다시 불러 들어 고문을 맡겼다. 이후 ESPN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손잡을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ship) 혹은 매각 대상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나왔다.

9일 ESPN은 최근 미국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ESPN은 카지노 회사 펜 엔터테인먼트(Penn Entertainment)와 10년, 20억 달러 규모 거래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 브랜드 ‘ESPN BET’을 런칭하기로 합의했다.

펜은 EPSN의 온라인 스포츠북(온라인 스포츠 베팅 분석 가이드)을 운영하며 ESPN의 이름 등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현금으로 1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펜은 또한 5억 달러 규모 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옵션도 ESPN에 제공했다.  사실 디즈니의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 진출은 충격이었다.

어린이와 가족 팬이 많은 디즈니는 그동안 사행성이 큰 베팅 시장과는 거래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실적 악화는 디즈니의 비즈니스 전략을 다시 구성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적 발표에서 아이거는 ESPN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막았다. 스포츠 베팅에서 보듯, 실시간 TV팬이 많은 ESPN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직 긍정적인 부분은 디즈니랜드 등 파크 부문이었다.

파크 부문의 실적은 디즈니를 더 큰 위기에서 건졌다. 디즈니의 파크 부문(Parks & Experiences) 6월 말 기준 매출은 83억 2,600만 달러로  국내 4%, 인터내셔널에서 무려 94%가 증가했다. 하지만, 파크 비즈니스 역시, 영업이익이 줄었다.

디즈니의 파크 부문 매출

때문에 어닝콜에서 아이거는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공격이기보다 수비적으로 들렸다.


[디즈니의 미래, 스트리밍 100억 달러 손실]

알다시피, 디즈니의 위기는 스트리밍에서 왔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비즈니스는 2019년 디즈니+런칭 이후 100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 6월 말 분기 디즈니 DTC비즈니스 적자는 5억, 1200만 달러 였다. 1년 전 적자 11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부담이다. 이에 반해 4~6월 분기 디즈니+ 스트리밍 구독자는 겨우 80만 명(1억 5,700만 명) 늘었고 매출은 9% 오른 55억 달러였다. 인도 지역 스트리밍인 디즈니+핫스타는 크리켓 경기 중계권 확보 실패로 1,250만 명(전체 1,700만 명)이 빠졌다.

디즈니는 훌루(Hulu)와 디즈니+의 2024년 수익 전환을 기대하며 구독료를 대폭 인상했다. 디즈니+의 시작 당시 6.99달러였지만 현재 10.99달러(월), 오는 10월 12일에는 13.99달러까지 오른다. 런칭 시점과 비교하면 배 이상 구독료가 뛰는 것이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가격 인상(세마포)

[전략적 선택의 다양성이 필요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상황이 이렇지만, 아이거는 회사의 구조조정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 어디부터 손을 댈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애널리스트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아이거는 “회사를 분할이나 매각 등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아이거는 디즈니+의 해외 진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고 말하며 전체적인 미디어 시장 공략 전략이 바뀔 것임을 암시했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가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전통 TV비즈니스 공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익 압박이 심한 스트리밍 비즈니스와 미래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지상파나 케이블TV네트워크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이거의 생각이다. 현금이 마르기 전, 이사를 완료해야 한다.

아이거는 “실시간(전통) TV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안겨주지만, 코드 커팅 트렌드는 피할 수 없다”며 “실시간 TV비즈니스에서 전략적 선택의 다양성(variety of strategic options)’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ABC, 내셔널 지오그래픽, FX, 디즈니 채널 등의 매각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디즈니의 미국 내 TV네트워크 부문 6월 말 분기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4% 감소했다.(그러나 ESPN의 미국 내 광고 매출은 10%상승했다.)

2010년 이후 디즈니 주가 추이(악시오스)

광고, TV, AI 등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단순한 조직의 유연성보다는 경영상 유연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이거가 결국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 매각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만약 아이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 시작은 케이블TV비즈니스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스트리밍에 대한 환상?]

넷플릭스가 그랬듯, 글로벌 TV가 되겠다던 디즈니의 목표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글로벌, NBC유니버설 등 스트리밍을 운영하는 모든 스튜디오들은 2024~2025년 흑자 전환을 밝혔다. 앞으로 1년~2년 사이에는 계속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흑자 전환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정리해고, 비용 절감, 투자 축소 등의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광고 시장 침체, 헐리우드 파업 등은 스튜디오들의 목표를 방해할 수 있다.

마그나에 따르면 2023년 미국 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겨우 3.4% 성장할(3,260억 달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당수 광고는 방송이 아니라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부문으로 간다.

디즈니+ 글로벌 가입자 추이


때문에 디즈니의 글로벌 스트리밍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디즈니는 7,000여 명을 정리하면서 이미 한국 등에서의 디즈니+인력을 대폭 줄였다.

2024년 스트리밍 부문 흑자를 위해서는 글로벌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자체 생산보다는 인터내셔널 유통 사업자들로부터 콘텐츠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처럼 말이다.

1인당 객단가가 낮은 인도 사업(Disney+Hotstar)은 매각할 수 있다.

밥 아이거 역시, 실적 발표에서 ‘해외 시장 전략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스트리밍 ‘디즈니+핫스타’는 2019년 폭스를 인수하면서 디즈니가 경영하게 됐다. 디즈니+핫스타의 1인당 매출(ARPU)는 0.59달러 수준이다. 북미 지역 7.31달러와는 큰 차이가 난다.

디즈니 지역별 1인당 객단가(악시오스)


아이거는 “모든 시장이 같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전략에서 우리가 믿는 하나의 방법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핫스타를 제외하면 디즈니+의 글로벌 가입자는 4~6월 110만 명 증가했다.

[아이거의 두 전략: 가치 그리고 가치]

하지만, 디즈니와 아이거의 지금 전략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진행되는 ‘시장 대응’에 가까울 뿐, 여전히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TV부문을 제외하고도, 디즈니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이제 전략적 비전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아이거는 실적 발표에서 영화와 파크 부문은 향후 5년 내 성장률이 높고 가치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극장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디즈니는 영화 공급 편수와 개별 영화 투자비를 줄이는 대신,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또 파크 부문의 수익을 더 강화하기 위해 F&B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이다.

이 지점에서 아이거가 (이번에) 선택한 전략은 두 가지다. 바로 멀티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가치 확대와 고객의 가치 확대다.

아이거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축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의 극장 개봉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료 스트리밍과 무료 스트리밍, FAST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의 전략은 ‘1인당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이나 구독자에게 더 많은 돈을 쓰게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구독자를 끌어들이느라 쓰는 마케팅 비를 고려하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와 관련 디즈니+는 월 이용 가격을 계속 높이고 있다. 해외 진출도 다시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무분별한 진출 대신, 유럽(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과 캐나다에 광고 기반 상품을 내놓는 등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밥 아이거는 2022년 12월 미국에서 처음 내놓은 디즈니+광고 상품 구독자는 6월 말 현재 330만 명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디즈니는 두 개 이상의 스트리밍을 묶어 파는 번들(Bundle) 상품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번들 고객의 이탈율이 낮기 때문이다. 9월 6일 디즈니는 미국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스트리밍 번들(디즈니+, 훌루 광고 없는)을 19.99달러(월)에 판매한다. 기존 스탠다드 상품에 비해 37% 저렴한 가격이다. 밥 아이거는 또한 넷플릭스처럼 비밀번호 공유를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S>디즈니의 전략적 다양성은 한국에선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다.

디즈니처럼 채널 사업군을 하나로 모아, 투자나 전략적인 협업 파트너, 매각을 결정하려면 먼저 규제 기관의 의심의 벽을 넘어야 한다. 한국의 대표 미디어 기업은 거의 모두가 규제 사업자다.

공영방송을 제외하고도 지분율, 투자, 회사 분할 등 우리는 모든 의사 결정을 규제 기관에 물어야 한다.

단지 승인 사업자라는 이유다. 시청자에게 큰 영향이 없어도 말이다.

한국의 방통위, 과기부, 공정위 등 대표적 규제 기관은 ‘영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없다는 이유로 ‘미디어 기업들의 전략적 다양성’을 선택을 막고 있다. 왜 하는지 모르겠으니 (법에 허용되어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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