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다양성 정책 급선회... 어린이 시청자를 위한 결정? 트럼프 정책 수용?

PIXAR의 Win or Lose

픽사(PIXAR)의 오리지널 시리즈 ‘Win or Lose’가 공개를 몇일 앞둔 가운데, 트랜스 스토리 라인이 변경됐다는 것이 대변인을 통해 확인되면서 디즈니의 다양성 정책이 급선회 됐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디즈니는 ‘Win or Lose’ 공개를 앞두고, 트랜스젠더 서브 플롯이 삭제되었음이 확인됐다. 디즈니 대변인은 “어린이 시청자를 위한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경우,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함게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방식과 일정에 따라 논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히며 내용이 삭제된 것을 확인해 주었다.

‘Win or Lose’는 디즈니+에서 2월19일 선보일 픽사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8명의 다른 캐릭터가 소프트볼 챔피언십 경기를 준비하는 이야기이다. 각 캐릭터는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는데, 불안한 아이들, 헬리콥터 부모, 심지어 연애에 빠진 심판 등 재미와 감성,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캐리 홉슨(Carrie Hobson)과 마이클 예이츠(Michael Yates)가 감독, 각본, 제작 총괄을 맡았고 데이비드 래리(David Lally)가 제작을 맡았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들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이하 DEI) 정책을 대폭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스튜디오, 디즈니, PBS 등의 대형 스튜디오들이 기존 DEI 정책을 해체하거나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러한 변화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은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기반으로 한 조직 내 인사 및 경영 전략을 의미한다.
이는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여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으로 디즈니,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캐스팅, 제작진 구성, 스토리라인 등에 DEI 원칙을 반영해 왔다. 

아마존, 디즈니, PBS 등 DEI 정책 철회

아마존 스튜디오는 2021년 발표한 ‘인클루전 정책 및 플레이북(Inclusion Policy and Playbook)’을 최근 폐기했다. 해당 정책은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을 반영한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삼았으나, 아마존은 해당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며 “DEI 정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디즈니 역시 DEI 정책을 대폭 축소했다. 기존의 ‘Reimagine Tomorrow’ 캠페인을 철회하고 ‘Talent Strategy’로 방향을 전환했으며, 디즈니+ 콘텐츠에서 특정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던 방식을 변경했다.

이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자사 플랫폼에서 과거 DEI 강조 콘텐츠의 접근 방식을 수정하고 있다. 디즈니+에서 제공되던 일부 작품의 포괄성 관련 경고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축소했으며,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경고 문구가 영상 시작 전에 등장하는 방식에서 ‘일시 정지’ 시에만 보이도록 변경되었다. 또한, LGBTQ+ 관련 서사가 포함된 애니메이션 <문 걸 앤드 데빌 다이너소어(Moon Girl and Devil Dinosaur)>의 한 에피소드를 방영하지 않는 등 DEI 정책 철회의 구체적인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미국 공영방송 PBS와 NPR 역시 DEI 관련 부서를 해체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

이번 DEI 정책 철회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미국 최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컴캐스트(Comcast)에 대한 DEI 관련 조사를 발표했다. FCC 위원장 브렌든 카(Brendan Carr)는 컴캐스트의 DEI 정책이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그는 “기업의 DEI 정책이 역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NBC유니버설을 포함한 미디어 그룹 전반을 대상으로 DEI 정책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정부가 시작되자 콘텐츠 기업들이 DEI 정책을 자발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메타, 아마존, 애플 등 대형 IT 기업들은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DEI 관련 내용을 삭제하거나 축소하였으며, 할리우드 영화 및 TV 콘텐츠에서도 포괄적 캐스팅 및 포용적 스토리텔링의 축소가 감지되고 있다.

DEI 정책 철회가 미치는 영향과 전망

DEI 정책 철회가 미디어 산업과 콘텐츠 제작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DEI 정책이 변경되면, 그동안 어렵게 확보한 포용적 캐스팅과 스토리라인이 다시 보수적인 흐름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이러한 정책 변화가 창작자들에게 어떠한 압박으로 작용할지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변화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DEI 정책의 철회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콘텐츠 시장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제작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이 변화할 경우, 다양한 인종과 성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글로벌 콘텐츠의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디즈니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의 DEI 정책 철회는 단순한 기업 내부의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할리우드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DEI 정책을 조정해 나갈지 주목된다.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유료 구독 프리미엄 독자들에게는 글로벌 미디어 관련 뉴스레터, 월간 트렌드 보고서, 독점 비디오 콘텐츠, 타깃 컨설팅(요청시)이 제공됩니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뉴스 콘텐츠 포맷,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할리우드와 테크놀로지의 만남 등의 트렌드를 가장 빠르고 깊게 전합니다. '학자보다는 빠르게 기자보다는 깊게'는 미디어의 사명입니다.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
인사이트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