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밥, 그의 첫 임무는 “스트리밍 서비스 구조 개편”

다시 돌아온 밥, 그의 첫 임무는 “스트리밍 서비스 구조 개편”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밥 아이거. 직원에게 메일 보내 "수개월 내 회사 구조 개편할 것"이라고. 이어 체이펙의 최측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부문 대표 카림 다니엘 사임, 변화를 겪고 있는 디즈니

한정훈
한정훈

11월 20일 일요일 저녁 2년 만에 디즈니 CEO로 전격 다시 돌아온 밥 아이거(Bob Iger)가 그의 첫 번째 임무로 회사의 혁신적인 구조 개편을 선언했다. 100년 콘텐츠 기업을 스트리밍과 메타버스 시대에 최적화된 플랫폼 콘텐츠 기업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수개월 내 디즈니 구조 개편]

11월 21일(미국 시간) 디즈니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밥 아이거 CEO는 “미디어 대기업(디즈니)의 구조 조정이 수주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전임 CEO 밥 체이펙의 사람이었던 카림 다니엘(Kareem Daniel)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부문(Disney Media and Entertainment Distribution) 대표는 사임했다. 밥 아이거는 “그의 수년 간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지난 2006년에 디즈니에 합류했다.

밥 아이거는 “나는 이미 디즈니의 고위 임원들에게(Dana Walden, Alan Bergman, Jimmy Pitaro, and Christine McCarthy)에게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데 함께 일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크리에이티브 팀이 더 많은 의사 결정을 내리고 비용을 합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 조직 개편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니엘 사장이 맡았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그룹(Disney Media and Entertainment Distribution (DMED))는 디즈니의 핵심 부문 중 하나다.  스트리밍 서비스(디즈니+, 훌루 ESPN+)을 포함한 디즈니 미디어의 콘텐츠 유통을 총괄 담당한다. 특히, 디즈니의 영화와 TV 콘텐츠가 어떤 플랫폼으로 갈지를 판단하는 부서인 만큼, 회사의 수익 극대화 위한 중심에 서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익 하락

아이거는 “우리의 목표는 수 개월 내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분명히,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뷰션의 핵심 기능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우리 조직의 핵심이며 조직의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밥 아이거의 이 언급은 디즈니의 미래이자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손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디즈니+와 훌루, ESPN+의 콘텐츠 수급과 유통 전략, 디즈니채널과 스트리밍의 관계 설정 등의 당장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HBO MAX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처럼 디즈니+와 훌루(Hulu)의 결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밥 아이거는 체이펙의 경영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콘텐츠 유통 기능을 하나의 조직에 몰아넣은 것을 우려했다. 2020년 10월 체이펙은 회사의 TV와 영화 운영 조직을 개편해 지금의 DMED를 만들었다. 겉으로는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각 제작 부문 대표는 콘텐츠 유통 권한과 예산 집행권을 잃었다. 유통과 투자의 모든 권한은 카림 다니엘에게 집중된 것이다.

또 밥 체이펙은 조직 개편은  변화하는 소비자 습관을 반영할 것이며  스트리밍 서비스에 우선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거는 친한 동료들에게 ‘새로운 디즈니 조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1월 시장에 출시된 디즈니+는 빠른 성장 속도를 기록해왔다. 출시 당시 넷플릭스(Netflix)의 절반 정도 되는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또 버라이즌(Verizon), 델타 항공사 등과 협업 계약으로 대규모 고객들도 유치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디즈니+의 글로벌 가입자는 1억 6,400만 명 정도다. 넷플릭스의 2억 2,310만 명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추격 속도가 위협적이다. 하지만 투자에 따른 적자 폭은 디즈니를 괴롭히고 있다. 2019년 11월 런칭 이후  2022년 3분기(디즈니 4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85억 달러(11조 5,345억 원)에 달한다. 체이펙이 시대, 디즈니+는 콘텐츠 투자비를 크게 늘렸다. 2022년에는 300억 달러 정도가 쓰여질 전망이다.

[디즈니+ 퍼스트 전략 수정 전망]

디즈니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의 운영 중심을 성장에서 수익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대공황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다. 디즈니는 디즈니+ 오리지널로 편성됐던 일부 콘텐츠를 디즈니 채널 등으로 옮기고 있다. 처음에 케이블TV채널에서 방송한 뒤 스트리밍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디즈니+의 제작비나 마케팅 비용을 일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분기에만 미스터리 쇼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와 메디컬 드라마 ‘Doogie Kameāloha, M.D’가 상영 장소를 TV로 이전했다.

스트리밍 수익 확대를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은 디즈니+가격 인상과 광고 버전 서비스 출시다. 광고 버전은 7.99달러, 광고가 없는 버전은 10.99달러다.(월 이용료) 또한 ESPN+도 2022년 8월 월 이용료를 43% 9.99달러로 올렸다.

J.P 모건(J.P. Morgan)은 아이거 재등장 이후 디즈니가 컴캐스트가 보유한 훌루(Hulu) 지분을 인수하는데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대응을 위해 만든 훌루는 컴캐스트가 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디즈니는 오는 2024년 초까지 컴캐스트 지분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월가, 체이펙 퇴출 예견된 일…주가 반등]

밥 아이거(Bob Iger)의 충격적 CEO 복귀 이후 월트 디즈니의 주가는 반등했다. 3년도 안돼 경질된 전임 밥 체이펙(Bob Chapek) CEO가 주가 급락으로 인한 주주 불만으로 경질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만한 움직임이다.  2020년 2월 디즈니 CEO에서 사퇴한 밥 아이거는 2021년 말까지 이사회 의장으로 일했다. 디즈니의 11월 21일(미국 시간) 주가는 전날 대비 9% 상승한 100.12달러로 시작했다. 그러나 장중 일부 조정돼 최종 6.3% 상승한 97.58달러에 마감됐다. 2020년 12월 11일 이후 가장 큰 폭의 반등이다. 당시 디즈니는 오늘 2024년 2억 6,000만 명의 디즈니+ 구독자를  모으겠다고 밝히며 주가가 13.59% 급등한 바 있다. 21일의 주가 반응은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0.2%, 0.4% 하락한 것에 비하면 큰 반응이다.

밥 아이거 복귀 후 디즈니 주가(WSJ)

디즈니 이사회의 전격적인 결정은 2022년 4분기(9월 말 분기) 회사 실적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월 증권가도 밥 체이펙의 사임을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투자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는 체이펙의 퇴출보다 아이거의 복귀가 더 쇼킹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디즈니 주가의 목표도 높였다.

미디어 분석 회사 모펫내탄슨(MoffettNathanson)의 마이클 내탄슨 애널리스트는 2020 5월 이후 처음으로 디즈니 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하면서 목표치를 높였다.

미디어 산업 전문가인 내탄슨은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디즈니 주식을 평가절하해왔다. 절하 이유 중 하나가 현실성이 없는 디즈니의 스트리밍 전략이었다.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는 급성장의 시기를 넘어 완성의 기간에 돌입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 등 숫자를 관리할 때다.  내탄슨 애널리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밥 아이거는 지금의 디즈니를 글로벌 파워하우스로  만들었다”며 “미디어 시장 미래가 불안정한 지금, 다시 한번 회사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탄슨 애널리스트는 “디즈니와 투자자들은 아이거의 노력에 감사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내탄슨은 또 “투자자들이 투명성을 중요시하고 아이거 아후 디즈니가 오랫동안 잃어버린 마법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재 디즈니 주가 전망을 시장 평균수익률(market perform)에서 우수(outperform)로 상향조정했다.

투자 자문회사 니드엄&CO(Needham & Co)의 애널리스트 라우라 마틴(Laura Martin)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거의 복귀는 그동안 내외부와 갈등을 빚었던 디즈니의 대외 전략 및 정책을 모두 바꿔놓을 것”이라며 “능수능란하고 대외 흐름을 잘 읽는 스타일로 디즈니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성적인 밥 체이펙 CEO는 플로리다에서 통과된 동성애 교육 금지법(Don’t Say Gay” legislation)’을 두고 직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할리우드와의 협업과 대외 정책을 중요시하는 밥 아이거]

2020년 2월 밥 아이거가 CEO에서 물러날 때까지 아이거는 15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었다. 아이거의 재임 기간 디즈니는 180도 다른 회사가 됐다. 그는 수익성이 뛰어난 IP회사로 디즈니를 변모시켰다.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에 인수했고 2009년 40억 달러에 마블(Marvel), 루카스필름(40억 달러), 2019년 21세기 폭스( 21st Century Fox)도 713억 달러에 품었다. 2005년 밥 아이거가 처음 CEO에 올랐을 때 디즈니 주가는 주당 24달러 내외였는데 2020년 2월 28일 퇴임 시 주가는 117.65달러였다. 394% 상승인데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140% 오르는데 그쳤다.

마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밥 아이거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대로 된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체이펙 당시 입었던 손실은 바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거의 임기는 오는 2024년까지다.

[내외부 적이 많았던 밥 체이펙]

이에 반해  밥 체이펙은 2년 임기 동안 운이 없었다. 2020년 2월 그가 디즈니의 왕관을 물려받았을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닥쳤다. 디즈니 주가는 2021년 초 잠깐 반등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했다. 2022년  디즈니의 주가는 11월 21일 반등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37%나 급락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적자 폭도 계속 커졌다.

2022년 초 디즈니 이사회는 밥 체이펙이 팬데믹 시절 회사를 잘 이끌었고 테마파크 실적이 최대였다는 점을 들어 그의 공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평도 잠시였다. 11월 8일 스트리밍 비즈니스에서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공개되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도 시작됐다. 매출과 이익도 예상보다 낮았다.

2021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테마파크 부문 수익도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더 악화된다면 디즈니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체이펙 CEO는 “스트리밍 비즈니스가 향후 수익을 향해 달려가고 주주들에게 향후 더 큰 이익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시장은 믿지 않았다. 디즈니+ 구독자는  3분기 1,210만 명이 늘어 1억 6,500만 명을 넘었다.

내부 갈등도 많았다. 체이펙은 픽사 등 애니메이션 부문 인사들을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시켰다. 특히, 체이펙은 애니메이션의 성과를 평가 절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개최한 테크 브리핑에서 심지어 그는 “어른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존심이 강한 애니메이션 부문 직원들은 체이펙의 이 발언이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악감정이 쌓여갔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가입자 증가 추이(WSJ)

밥 체이펙은 이전 스트리밍 비즈니스가 오는 2024년 9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3분기(디즈니 4분기)에는 1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디즈니 테마파크 가격 인상과 기록적인 파크 매출 상승으로 최악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주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밥 아이거 최대 2,700만 달러 받아]

미국연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밥 아이거는 복귀 후 연간 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다. 밥은 또한 연간 최대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는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목표 달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장기 인센티브가 2,5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아이거가 최대로 수령할 수 있는 연봉과 보상금은 2,700만 달러(366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이거는 퇴임 이후에도 쉬지 않았다. 벤처 캐피털 회사 ‘트리브 캐피탈(Thrive Capital)’ 이사회 멤버로 테크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을 멘토링했다. 하지만, 현업 복귀의 꿈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거는 친한 동료들에게 ‘은퇴가 그가 생각했던 것 만큼 즐겁지는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내 윌로우 베이(Willow Bay)가 아직 은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인 저널리스트 윌로우 베이는  USC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 대학 아넨버그 스쿨(Annenberg School of Communication and Journalism) 학장으로 2017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2022년 3월 베이는 5년 계약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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